日언론 '오겜' 에미상 수상에 복잡한 심경..."축하는 하지만 억울"

생활입력 :2022/09/15 10:32

온라인이슈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인 '에미상' 6관왕에 오른 가운데 일본 언론이 축하와 함께 자국 콘텐츠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일본 공영 NHK 방송은 13일 "한국 엔터테인먼트가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 소식을 축하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주역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오영수, 정호연, 황동혁 감독,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 배우 이정재, 박해수. © AFP=뉴스1 © News1

NHK는 "사회의 격차를 주제로 한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 그룹 방탄소년단이 2년 연속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는 등 (한국 콘텐츠의) 존재감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민영 방송사인 'TV 아사히'는 "비영어권 작품이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영어권 사람들이 모르는 한국의 놀이를 담았음에도 1개월 만에 1억4200만 가구가 시청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이 미국 작품이 아니더라도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정점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반면 오징어 게임이 이룬 쾌거에 비해 일본 콘텐츠가 부진한 성과를 내는 점에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현지 언론 '일간 겐다이'는 "오징어 게임이 일본에서도 주목받았다.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역사를 새로 썼다', '처음에는 단순한 서바이벌 게임으로 생각했지만 인간의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이야기에 끌려갔다' 등 칭찬이 잇따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복잡한 감정도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정재가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감독상을 받은 황동혁 감독과 활짝 웃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매체는 고액의 빚을 상환하기 위해 목숨을 건 도박에 도전한다는 오징어 게임의 내용이 일본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와 유사하다고 봤다. 또 일본에서 영화화된 만화 '라이어 게임'과도 같은 전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이 기쁘긴 하지만, (일본인들은) 조금 억울한 것 같다. 솔직하게 기뻐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매체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 업계는 인재 육성에 힘쓰는 동시에 현장 스태프들을 저임금으로 부려 먹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이대로라면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계속 벌어질 것이다.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바뀔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했다.

끝으로 "올해 2월 제94회 아카데미상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카'가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는데, 한일 양국이 앞으로도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누리꾼들의 자국 콘텐츠 부진을 분석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이들 대부분은 일본이 강점을 드러내고 원조라고 주장하는 '데스게임' 장르물과 오징어 게임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설명했다.

한 누리꾼은 "라이어 게임이 오징어 게임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일본 작품은 내수 시장에 타깃을 맞춰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일본의 데스게임은 단지 자극적인 오락거리를 보여주는 데 치중하다 보니 공감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며 "전 세계 관객들은 콘텐츠가 사회 현상을 어떻게 지적하고 묘사했는지에 더 큰 관심을 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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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일본에서 좋고 괜찮으면 (전 세계에서도) 먹힐 거라는 생각을 버려라", "(오징어게임이) 카이지에서 비롯됐을지라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배우들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중독성이 있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