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엠그로우 "전기차 화재, 배터리 데이터를 알면 막을 수 있다"

[소부장반디배] ⑬ 전기차 서비스 플랫폼 전문 기업

디지털경제입력 :2024/11/28 10:46    수정: 2024/11/28 10:49

지디넷코리아가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반도체·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핵심 기반 산업을 이끄는 [소부장반디배] 기업 탐방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유망 기업들의 정확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전기차 화재는 갑자기 나지 않습니다. 배터리도 아프면 아프다 얘기합니다."

최근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이 확산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플랫폼 기업 피엠그로우는 전기차 화재 예방책엔 바로 '데이터'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 (사진=지디넷코리아)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는 "차를 운행하면서 얻는 실시간 데이터는, 어떻게 보면 매일 사람처럼 건강검진하는 것과 같다"며 "데이터를 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 성능과 안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를 매일 체크하면 배터리 이상을 보통 한두 달 전쯤 알 수 있다"며 "배터리 데이터를 알면 화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도 어려워하는 '보험' 사업…'제조'와 '서비스'는 다르다"

자동차 제조사도 셀 사도 배터리관리시스템(BMS)하는 상황에서 피엠그로우가 갖는 경쟁력과 차별점은 무엇일까.

박 대표는 "전기차 BMS 외에도 추가로 OBD를 장착해 얻는 로데이터(가공 전 자료)로 진단을 할 수 있다"며 "BMS가 주치의라고 봤을 때, 주치의가 완벽하다면 화재가 날 수 없는데도 화재가 난다는 것은 놓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인데, 제2의 주치의 역할을 하는 OBD 데이터를 분석해 배터리 문제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배터리 이상을 감지하는 것은 '제조'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서비스' 영역에 가깝다"며 "BMS가 제조사가 만들어 넣은 주치의라면 OBD 데이터는 외부 주치의로, 누가 더 분석을 잘하는지는 결국 '서비스'다"고 설명했다. 즉, 제조사보다 서비스 업체들이 사후 진단에 더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픽=박은주 디자이너)

피엠그로우의 시작은 배터리팩 제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그는 테슬라 사례를 들며 피엠그로우가 배터리 진단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테슬라도 자체적으로 보험사업을 시작했지만 사후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테슬라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데 보험은 서비스업으로 고객들의 문의와 보상, 사고 후 콜센터 등을 통해 대응하는 업무는 DNA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전기차를 빵, 배터리를 밀가루, 전기차 화재를 식중독에 비유하기도 했다. 자동차 제조사는 셀 업체로부터 밀가루를 받아 빵을 만드니 밀가루를 자세히 모르고, 고객이 식중독에 걸렸을 때 유통하는 과정에서 탈이 났는지 재료에 문제가 있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보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팩 제조와 서비스 영역 두루 경험" 

피엠그로우는 지난 2010년부터 배터리팩을 제조해 주로 중대형 전기버스용 제품을 공급해왔다. 2017년부터는 배터리에 통신모뎀을 장착해 실시간으로 배터리 상태를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박 대표는 "처음 배터리팩을 제조할 때부터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직접 모뎀을 달아 데이터를 수집했다"며 "그것을 통해 고장 예측도 하고 수명 예측도 하며 데이터를 모았다"고 회상했다.

2020년부터 전기버스와 택시, 렌터카 등을 대상으로 배터리 구독서비스를 전개하면서 현재까지 총 25개 차종에 대한 누적 8천만km 이상 규모 전기차 운행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는 "구독을 하는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학습하는 배터리 데이터는 늘고 정확도는 더 올라갈 것"이라며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조직이 제조사에서는 '메인 조직'이 되기 어렵기에, 피엠그로우도 배터리팩 제조보다는 서비스 조직에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와트세이프 서비스 주요 기능 (사진=피엠그로우 홈페이지)

피엠그로우는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 AI 알고리즘이 배터리 잔존수명을 진단하는 ‘와트에버’ 서비스를 지난 5월, 전기차 배터리 안전 알림 서비스 '와트세이프'를 지난 8월 각각 선보였다.

이제 피엠그로우 주력 사업의 중심 축도 플랫폼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

박 대표는 "작년부터 서비스 매출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며 "배터리 팩을 유지보수하고 엔지니어링 하는 방향으로 가려하고 있으며 내년 목표 매출 400억원에서 절반이 넘는 230억원 정도를 서비스 매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겪고 있긴 하지만 어제보다 내일 한대라도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1원이라도 더 벌 수 있다고 본다"며 "배터리팩 제조와 배터리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면서 분석하고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을 살려 타사보다 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대표는 소프트웨어기업 유라클을 창업했던 IT 전문가이기도 하다. 유라클에서 나와 2010년 파워매니지먼트(현 피엠그로우)를 설립해 두번째 창업의 길을 걷고 있다. 플랫폼 사업을 이미 한번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셈이다.

내년 IPO 도전...해외 진출도 염두 

피엠그로우는 배터리 서비스 플랫폼 시장 성장을 예상하며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 (사진=지디넷코리아)

박 대표는 "12월 기술특례상장을 신청해 내년 상반기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배터리 서비스' 1호 상장사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외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올해 초 태국 법인을 설립한 것도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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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태국은 전기차 성장률이 굉장히 높은 지역이며, 금융 등 서비스 산업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며 "우리나라 서비스 모델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2년 정도 격차를 두고 사업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