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가보니…"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

6공장까지 지어 EUV 공정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생산…7만명 근무 중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9/07 17:25    수정: 2022/09/07 19:39

축구장 400개를 합한 크기. 경기 평택시 고덕면 여염리에 자리 잡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규모다. 7일 찾아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한눈에 담기는커녕 한 바퀴 둘러봐도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컸다. 삼성전자가 얼마 전 가동하기 시작한 평택캠퍼스 생산 3라인(공장) 연면적은 100만㎡(약 30만평)다. 단일 반도체 공장 중 세계에서 가장 크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1번문 앞에서 바라본 사업장. 앞 건물이 반도체 생산 공장, 뒤에 있는 건물은 사무용(사진=유혜진 기자)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 라인과 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설을 모두 갖췄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 시제품에 나란히 서명한 장소도 이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20일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계 최초로 양산한 첨단 반도체를 직접 소개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0일 방문해 서명한 파운드리 3나노미터 웨이퍼(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제품이 전시돼있다.(사진=삼성전자)

낸드·D램·파운드리 아우르는 평택 3라인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3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2020년 말 기초 공사에 들어간 평택 3라인에 7월부터 낸드플래시 양산 시설을 구축하고 웨이퍼를 투입했다. 삼성전자는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로 올라서고나서 20년 동안 한 차례도 왕좌를 내주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시장 수요에 맞춰 평택 3라인에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 D램과 5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 다양한 첨단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사업장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유혜진 기자)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평택캠퍼스 3라인을 짓는 데 쓴 철근 양이면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29개 만든다”며 “평택캠퍼스는 업계 최선단인 14나노 공정 D램과 초고용량 V낸드, 5나노 이하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모두 만드는 반도체 복합 생산 단지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 사장은 이어 “반도체 생산은 물론 친환경 사업장 구축, 지역사회·협력사와 상생하며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로 경기 평택시에 꾸려졌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6공장까지 지어 첨단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했다.(사진=삼성전자)

평택 4라인 기초공사 돌입

삼성전자는 평택 3라인 가동뿐만 아니라 4라인 착공을 위한 준비에도 착수했다. 평택 4라인 착공 시기와 생산 제품은 정하지 않았지만 기초 공사부터 하고 있다. 미래 반도체 수요에 제때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사진=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부지 면적이 총 289만㎡(약 87만평)에 이르는 대형 단지다. 기흥캠퍼스(44만평)와 화성캠퍼스(48만평)를 더해야 비슷할 정도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6라인까지 짓기로 했다. 평택 1라인은 연면적 24만평으로 2015년 6월부터 지어 2017년 6월 가동을 시작했다. 낸드와 D램을 만든다. 2018년 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25만평으로 조성한 평택 2라인에는 D램·낸드와 파운드리 시설이 함께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1라인과 2라인을 지었을 때에도 각각 세계 최대 기록을 썼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는 30만평 규모로 다시 세계에서 가장 큰 평택 3라인이 조성됐다. 역시 D램·낸드와 파운드리를 망라한다. 삼성전자는 직원과 반도체 실리콘 기판(웨이퍼)이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건물 사이마다 공중 다리로 이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직원과 반도체 실리콘 기판(웨이퍼)이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건물 사이에 공중 다리가 이어져있다.(사진=삼성전자)

'스마트' 평택 1라인서 삼성 반도체 엿보다

신분을 확인하고 삼성전자 평택 1라인에 들어가니 사람은 거의 안 보이고 자동화 설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OHT(Over Head Transport)가 눈에 띄었다. 천장에 매달려 레일을 따라 웨이퍼를 들고 나르는 로봇이다. 놀이공원 롤러코스터처럼 정해진 길을 따라 움직이며 웨이퍼를 집었다가 정해진 공정 앞에 옮겼다. OHT 하나는 웨이퍼 24개를 동시에 실을 수 있다. 1분에 300m 갈 수 있는 속도로 줄 지어 이동한다. 자율주행자동차처럼 센서가 있어 OHT끼리 충돌할 염려가 없다. 삼성전자 평택 1라인에만 OHT가 1천500개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장비 자회사 세메스가 만들어 OHT에 ‘삼성(SAMSUNG)’이라 영어로 쓰였다. OHT 가격은 현대자동차 ‘그랜저 풀옵션’ 값이라고 삼성전자는 귀띔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위로는 반도체 실리콘 기판(웨이퍼)을 실어 나르는 OHT(Over Head Transport)가 줄줄이 움직이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에서 반도체 생산은 자동화 장비에 맡기고 사람은 이를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평택 1라인에만 설비가 2천대 있다. 클린룸에서 일하는 직원은 환경을 보호하고자 버리는 페트병을 새활용한 방진복을 입었다. 화장하면 안 되고 머리카락조차 드러내면 안 된다. 클린룸에서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방진복 색을 나눴다. 흰색은 삼성전자 직원, 하늘색은 엔지니어, 파란색은 협력사 직원, 주황색은 환경 관리자로 구별했다. 클린룸 바닥에는 먼지를 빼내는 작은 구멍이 촘촘하게 뚫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택 1라인 클린룸 청정도는 클래스1000”이라며 “클린룸에 먼지가 얼마나 없냐면 커다란 축구장에 개미가 딱 한 마리 있는 만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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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협력사 환경 안전 아카데미에 '환경 안전이 경영의 제일 원칙'이라고 쓰여있다.(사진=유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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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캠퍼스에서 삼성전자 임직원 1만명과 협력사·건설사 직원 6만명이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안성시 협력사 83개사와 동반 성장을 꾀한다. 2015년 평택캠퍼스 부지를 조성하고부터 2030년까지 생산 유발 효과가 5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동안 고용 인원은 130만명 넘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 평택 협력사 환경 안전 아카데미에 있는 가상현실(VR) 체험관(사진=유혜진 기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차로 15분 달렸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근처에 문을 연 ‘평택 협력사 환경 안전 아카데미’에 다다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협력사의 환경 안전 역량을 키우고자 평택캠퍼스 인근 지식산업센터 7~10층을 빌려 1천700평 규모로 교육 시설을 꾸렸다. 협력사 직원이 편히 들고 나게끔 평택캠퍼스 밖에 뒀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출입하려면 절차가 까다롭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협력사 직원은 환경 안전 아카데미에서 메타(옛 페이스북) 가상현실(VR) 장비 ‘오큘러스 퀘스트2’를 쓰고 반도체 공장에서 생길 만한 위험 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지게차에 치이거나 클린룸에서 불이 나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 등을 간접 경험하며 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하는지 배운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환경 안전 아카데미가 협력사 환경 안전 교육 시설 가운데 국내에서 제일 크다고 소개했다. 평택이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 환경 안전 아카데미보다 3.5배 크다.

유혜진 기자가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협력사 환경 안전 아카데미에서 지게차 사고를 체험하고 있다.(사진=유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