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 산업이 성장하려면 ‘동일 기능·동일 규제’ 기조 대신 소비자 편의 제고를 기반으로 한 규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네거티브 규제’ 강화에 앞장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25일 주최한 제80회 굿인터넷클럽에서는 규제가 디지털 금융 신기술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허준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정책지원팀장 겸 변호사와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 차상진 차&권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참여했다.
먼저, 전통 사업자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금융 서비스가 동일한 방식으로 제공된다면 규제와 감독 역시 같은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을 두고 의견이 오갔다. 허준범 변호사는 “이 명제가 반드시 참은 아니라고 본다”고 운을 뗐다.
허 변호사는 “자동차와 우마차 모두 이동이라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그렇다고 같은 규제를 적용할 수 없듯, 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 산업도 마찬가지 논리”라면서 “신구(新舊) 서비스 간 유사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건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특히, 핀테크 분야에서 이 원칙이 기득권을 지키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허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는 “서비스 작동 원리가 다른 데도 같은 제재를 가하는 건,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이라며 “규제 도입 과정에서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에 귀 기울여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규제보다는 이용자 편익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 변호사는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려고 만든 정책이 도리어 이용 편리성 저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객관적인 알고리즘 요건, 특정 회사에 편중하는 기능 등은 막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규제 전 소비자 편의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없는지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교수 역시 “정부 규제나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수반해야 한다”면서 “동일 규제론에 치중하기보단, 국민 후생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그리고 금융 산업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려면 적극적으로 ‘네거티브 규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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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하나하나에 매몰되기보단, 우선 허용한 뒤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자율적인 방식으로 전환하며 이용자 중심의 혁신 서비스 개발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상진 변호사는 여기에, 무엇을 동일한 기능으로 간주하는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차 변호사는 “국민이 보다 나은 금융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단 점에서, 대부분 디지털 금융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동일 규제론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같은 기능이란 무엇인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