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을 옥죄기보다 자율에 맡겨 산업 성장을 촉진하자는 윤석열 정부 '자율규제' 기조에 업계 협력과 함께 민간의 데이터 활용이 보장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30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서울 서초구 인기협 대회의실에서 '새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를 주제로 제78회 굿인터넷클럽 토론회를 개최했다. 권현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토론 진행을 맡았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먼저 자율규제에 앞서 '혁신'과 '상생'에 강조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은 “플랫폼 생태계는 독점화 성격을 지녔다”며 “이를 견제하기 위해 자율규제를 ‘자율상생’으로 치환해, 기업과 자영업자 간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해관계자끼리 연대해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율규제란 방임이 아닌, 업계가 원칙과 의견을 수렴해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서 “합의안과 규약이 생기며 곧 이를 지키겠단 사람들이 모이는데, 이때 규제는 연대성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계 종사자들 사이 공통된 목소리를 추출하면, 자율규제에 있어 신뢰성과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계 교수는 “추후 법안을 마련할 때 (연대성이) 테스트베드(시험장)로 역할하기도 한다”면서 “자율규제가 신뢰를 준다는 건, 신산업에서 효과적인 규제 전략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단, 최소한의 법적 규제를 수반해야 한단 의견도 나왔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플랫폼 경제는 국민 복리후생에 기여하면서도 업계 특성상 불공정 거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내수 시장에 만연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하청 구조에 따른 종속성을 우려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이상적인 자율규제안이 나오더라도 최소한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법,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 조영기 인기협 사무국장은 “먼저 문제를 파악하고, 당면 과제를 풀어내면서 ‘무엇을 위한 자율규제’였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과 자율규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데 공통분모를 만들었다. 이슈가 터질 때마다 우후죽순 생겨난 규제와 입법을 지양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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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규제는 돌파해야 할 대상이며, 이 역량을 갖춘 집단이 대기업”이라며 “앞길 창창한 중소기업은 (규제에) 발목 잡히며 결국 규모가 큰 회사에 인수되는데, 이때 혁신이 무너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여기서 계 교수는 업계 내 데이터 부재를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자율규제에 힘을 주기 전, 플랫폼 사업자와 학계 등이 민간에서 데이터를 확보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단 얘기다. 계 교수는 “정부가 민간에 데이터 상생의 장(場)을 열고, 이어 지식이 늘어나면 많은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며 “(데이터를 개방해도) 안 된다면, 정부가 최종적으로 나서 규제 혹은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