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은 자기 발전에 대한 욕구가 클 수 밖에 없는 직군이다. 끊임 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으면 빠르게 변화하는 IT 산업에서 도태되기 쉽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주류로 자리잡고, 기존 기술은 사장되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만큼, 요즘 개발자들은 더욱 성장에 목마르다.
자연스럽게 회사를 선택할 때도 '배울 만한 동료가 있는지' '기술 비전이 뚜렷한지' '좋은 개발 문화가 있는지' 같은 요소가 중요해졌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IT기업들 조차, 이런 부분에 있어 '부바부 팀바팀'(부서 마다, 팀 마다 상황이 다름)'인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회사가 개발자 개개인의 성장을 함께 고민해 줘야 한다"고 보고 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원티드랩은 개발자들이 주목해볼 만한 기술 회사다.
원티드랩은 ▲채용 중개 플랫폼 원티드 ▲기업 정보 사이트 크레딧잡 ▲HR솔루션 원티드스페이스 등을 운영하고 있는 HR 테크 기업이다. 지난해 8월, 설립 6년 만에 코스닥에 상장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HR 테크 기업 답게 내부 개발자를 위한 HR에도 세심한 관심을 쏟고 있다. 개발자 커리어 트랙을 '테크 리더' 또는 '매니저' 두 가지로 나눠 선택할 수 있게 한 것부터, 개발자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테크HRBP 직군을 따로 둔 것까지. 스타트업 수준에서 챙기기 어려운 부분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개발 문화는 몸집이 커지고 나면 바꾸기 굉장히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아직 규모가 작은 지금부터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최근 서울 신천동 원티드랩 사무실에서 황리건 개발총괄 이사를 만나, 개발자 채용과 육성에 대한 회사의 전략을 들어봤다.
Q.원티드랩에는 개발자들이 투 트랙으로 커리어를 선택할 수 있다고?
"개발 조직 규모가 커지고 매니지먼트 개념이 생겼을 때, 개발자의 커리어를 회사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개발만 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매니저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는 만큼 두 가지 트랙을 다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매니저 트랙을 선택한 경우 확실히 매니지먼트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고 한다. 보통 개발자들이 매니저를 하기 꺼려하는 이유는 매니저가 뭘 해야 하는지 회사가 명확하게 정의해 주지 않고 개발자 평가나 상담 같은 모든 일을 다 맡겨서 그렇다. 우리나라는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 분야가 체계화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이것을 체계화하고,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를 잘 정의해 놓으면 매니저들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내부에서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 스터디를 하고 있다.
또, 개발 전문가로 계속 일하고 싶은 경우에도 연차가 높아지는 만큼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가를 선택한 분들이 할 수 있는 역할로 '테크 리드'를 정의하고 만들고 있다.
테크 리드는 성장챕터를 책임진다. 성장챕터는 가상의 팀으로, 서로 다른 팀에서 같은 기술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묶어 주는 조직이다. 테크 리드가 이 사람들을 매니징 하는 건 아니다. 기술적으로 해당 분야에서 우리가 앞서 나가기 위한 고민을 하고 이를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테크 리드라는 이름을 안 붙여줬을 뿐 이미 내부에 그런 역할과 활동을 하는 분들이 있다. 이제는 그런 역할을 좀 더 공식화하고 인정해드리려는 것이다."
Q.테크HRBP는 어떤 역할을 하나?
"작년부터 개발자 처우가 이슈화 되면서, 처우뿐 아니라 개발자들의 성장, 커리어 관리에 대한 부분도 세세한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 5월 말에 LG전자 CTO조직에서 10년 이상 HR을 담당해 온 전문가를 모셔왔다.
테크HRBP는 개발자에 특화된 HR을 A부터 Z까지 모두 케어하는 역할을 한다. 개발자들이 개발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다른 일들을 지원하는 거다. 직책에 비즈니스파트너(BP)가 붙는 이유는 테크HRBP가 지원 스텝 역할을 넘어, 개발 조직의 성공을 함께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 테크HRBP는 개발총괄 이사와 함께 전략을 짜고 솔루션을 제시한다. 일반 HR 조직은 그것을 실행을 위한 기능 조직으로 역할을 한다.
외국 기업들은 테크HRBP직군을 두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아직 작은 규모지만, 이런 것을 좀 체계적으로 잘 해보려고 투자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급격하게 커지기 때문에, 이미 몸집이 커지고 나면 나중에 바꾸기가 굉장히 어렵고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우리는 지금 체계를 잡아가는 단계다."
Q.이외에 개발자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은 또 어떤 것이 있나?
"원티드랩은 기술 블로그(☞링크)를 잘 쓰고 있다. 개발자들이 글을 쓰는 패턴을 보면 문제를 정리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고, 결과는 어떠했고 배운 것이 무엇인지 등의 흐름을 보인다. 이런 블로그 활동을 통해 성장 사이클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 블로그를 장려하고, 블로그를 쓰면 팀 회식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원고료를 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팀 안에서 '저 친구는 팀 업무는 안하고 개인적인 일만 한다'는 시선이 있을 수 있다. 팀 회식비로 주면 블로그를 쓴 분이 그 팀을 위해서 한 활동이 돼 팀 분위기도 좋아진다.
최근에는 해커톤도 했다. 해커톤은 개발자들이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을 자유롭게 해볼 수 있게 해주는 장이다. 이번 해커톤 1등 팀은 40대 실장님급 개발자 두 분으로 구성된 '라떼팀'이었다. 슬랙 같은 메신저에서 이력서에 빨리 응답해 주는 챗봇 기능을 만들어 수상했다."
Q. 개발자들이 기업을 선택할 때 개발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원티드랩의 개발문화는 어떠한가?
"먼저 개발 문화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개발자들은 여럿이 함께 일하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이 개발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사람들이 짠 코드를 모으는 과정도 중요하다. 결국 공동의 결과물이 잘 나오게 하는 일련의 활동을 개발 문화라고 한다.
원티드랩은 짧은 주기로 반복적으로 개발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하는 방식을 택했다. 애자일 철학에 기반한 개발 방법론이다. 스크럼 방식(반복적으로 점진적인 개발방법)으로 2주 단위 스프린트(반복주기)를 끊어 개발을 한다. 2주 단위로 사용자 반응을 보면서 유연하게 개발하고 있다.
2주에 한 번씩 배포를 해야 하니까, 배포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지속적 통합/지속적 배포(CI/CD)'도 하고 있다. 테스트도 자주해야 하니까 애자일 테스팅 방법도 도입했다.
이런 것을 탑다운으로 하면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고객에 최고의 가치를 자주 전달하자'는 원칙이 있었고, 이걸 잘하기 위해 스크럼, CI/CD, 애자일 테스팅 같은 방법을 도입하게 됐다. 개발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더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Q. 탑다운식 조직 문화를 지양하는 것 같다.
"원티드랩 개발 조직이 가지고 있는 좋은 문화 중 하나는 상호 존중에 기반한 의견 교류를 많이 하고, 개발자 개개인이 회사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는 거다.
예를들어 파이썬이 버전이 2에서 3으로 바뀌면서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우리도 그 변화에 대응하는 일이 굉장히 큰 이슈였다. 그러던 중 한 개발자분이 패스트API라는 파이썬 프레임워크를 도입하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다. 소속 팀의 팀장님이 검토해, 사용해 보기로 결정했고 이제는 전사적으로 쓰는 기술이 됐다. 실제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도입을 하면서 서비스 응답 속도도 더 빨라졌다.
이렇게 '더 좋은 기술이나 도구가 있을 때 누구든지 제안하고, 그것이 설득력 있을 경우 실제 도입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
Q.개발자들이 기업 선택 시 '회사가 풀고자하는 문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 비전'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원티드랩은 어떻다고 할 수 있나?
"실제 개발자들은 회사가 풀고 싶은 문제가 뭔지, 자신이 거기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많이 궁금해 한다. 그래서 우리는 최근 원티드랩이 기술 회사로서 어떤 과제들을 풀고 있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비전 컨퍼런스를 했다.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글로벌 채용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채용은 세계적인 문제니까 글로벌 채용 공고를 잘 수집을 해서 검색할 수 있고, 해외로 취업할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또 AI를 더 잘 활용하는 기업이 되려고 한다. 지금은 이력서를 기반으로 지원 회사의 합격 가능성을 예측해주는 데 AI기술을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력서와 면접을 코칭을 하는 기능까지 AI로 제공하려고 한다. 원래는 불합격으로 예측됐던 사람도 합격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으로 본다."
Q.실무적으로 개발자 채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근에 개발자 채용 페이지(☞링크)를 따로 만들어서 효과를 보고 있다. 보통 기업들이 채용 페이지를 하나 만들고 회사의 일반적인 소개와 구인공고를 올린다. 여기에는 개발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이나 메시지들이 다 있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는 개발자 채용 페이지를 따로 만들고 앞서 얘기한 기술 과제를 포함해 개발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정리해 넣었다.
또, 채용 페이지에 트레킹 코드를 심어, 트래픽이 어떤 채널로 얼마나 유입되는지 분석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기술 블로그를 통해 유입되는 게 확실히 많다. 기술 블로그 활동이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회사의 채용 브랜딩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또 유튜브나 구글에서 채용 페이지 광고를 집행하고, 비용투입대비 효과(ROI)가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Q. 스타 개발자를 모셔오기 위한 노력도 하나?
"관련해서 최근 대표님이 '우리는 별을 사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스타 개발자를 영입하는 것보다 직접 키우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진 회사다.
업계에서 유명한 스타 개발자를 모셔오면, 그 분을 보고 다른 개발자들이 더 많이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그보다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원티드랩이 '별들의 산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티드랩은 창업 이후 계속해서 좋은 개발 문화를 가꿔오고 있기 때문에, 스타 개발자를 모셔와야 한다는 생각이 더 적기도 하다. 유명한 개발자를 모셔오려는 이유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문화를 조직에 이식하려는 목적도 크다. 우리는 스스로 더 높은 수준으로 개발 문화를 만들어 가면서, 외부에서 '원티드랩 개발자들이 잘 하더라'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Q.어떤 개발자들이 원티드랩에 지원하길 바라나?
"원티드랩은 기존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경험이나 역량을 가진 분들을 계속 채용하려고 한다. 우리는 작은 조직부터 시작해서 성장을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을 해야한다. 그러려면 우리 내부에 없는 역량이 계속 채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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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그런 차원에서 AI 팀장님을 새롭게 모셨다. AI로 창업한 경험도 있고 대기업에서 AI 업무를 담당한 경험도 있는 분이다. 우리 AI팀이 더 높은 단계로 가는 데 필요한 역량이라고 보고 적극 영입했다.
원티드랩은 지난해 8월 상장했다. 스포츠팀으로 치면 2부리그에 있다가 1부리그로 올라간 느낌이다. 같이 팀을 키워서, 리그 우승에 도전해보고 싶은 분들이 많이 지원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