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툴에 끌린 주니어 개발자, 협업툴로 묶었다

[개발자 연봉 전쟁, 그 1년 후-2부] ③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

컴퓨팅입력 :2022/07/14 08:09    수정: 2022/07/14 11:18

협업툴 '플로우' 개발사인 마드라스체크는 지난 2015년 금융IT 솔루션 기업 웹케시의 사내 벤처로 출발했다. 여느 IT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개발자가 필요했다. 그런데 유능한 개발자에게 내세울 꺼리가 마땅치 않았다.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제시할 수도, 회사의 유명세를 자랑할 수도 없었다. 솔루션 개발 및 출시가 급한 회사 사정상 '워라밸'을 보장할 수도 없었다. 마드라스체크가 신입 위주로 개발자 채용을 해온 속사정이다.

그런 시기를 지나, 이제는 개발자 이직 방어를 고민하는 회사가 됐다. 생존이 최대 숙제였던 어려운 시절부터 함께해온 신입 개발자들은 다른 회사에서 탐낼 만한 경력직으로 거듭났다. 다행히 지난 1~2년간 개발자 채용 경쟁이 심화되는 동안에도 큰 이탈 없이 개발 인력 규모를 키워올 수 있었다.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요즘 회사들이 비싼 경력 개발자만 찾아다니는 것은 자금력이 차고 넘쳐서가 아니다. 당장 이렇다 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신입 개발자들을 모아 어떻게 성과를 낸 것일까. 이런 신입 개발자들이 제 몫을 해내게 될 무렵 생겨나는 이직의 유혹을 어떻게 무마했을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는 개발자의 마음을 얻고자 해온 다양한 노력들을 소개했다. 특히 개발자들의 배움을 위한 공간으로 플로우를 적극 활용한 점이 인상 깊었다. 회사 개발 업무에 최적화된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지식창고로서 뿐만 아니라, 개발자의 자기계발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SNS로서도 플로우가 활약했다는 설명이다.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

■공부에 목마른 개발자 서로 밀어주고 당겨준 '협업툴'

이학준 대표는 사내 신입 개발자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 플로우가 주요한 수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직접 가르침을 전수하는 훌륭한 사수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환경이 잘 돼 있어야 한다. 협업툴 회사이다 보니 뭔가 문제가 발생하거나 성과가 나오거나 하면 내용 공유를 활발히 하는 문화가 있다. '테크' 방이 있는데 플로우 개발 관련 문제와 해결 과정을 공유한다. 선배들이 써둔 글들을 새로 들어온 친구들이 읽으면서 공부하기도 하고 해당 글에 다른 개발자들이 피드백도 한다. 글 올린 입장에선 인정 욕구가 충족되고, 다들 이런 활동을 하고 있으면 그렇지 않았던 사람도 경쟁심에 자극을 받아 개발 역량을 기르게 된다."

성장에 관심을 쏟는 개발자라면 으레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도 상당한 편이다. 이런 성향의 개발자라면, 빅테크에 비해 신기술 도입이 더딘 플로우 개발에 불만족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이런 부분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부족했지만, 안정적으로 사업이 성장하는 현 시점에 들어서면서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몇 년 전에 신입이었던 개발자들이 경쟁력 있는 중견급으로 성장하게 되고, 개발자 인력 규모도 늘어나면서 이젠 새로운 기술들도 많이 다뤄보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러기 어려웠다. 사내 해커톤도 열고, 개인적으로 공부한 내용을 발표하는 '테크 세미나'도 열려서 회사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제는 플로우가 기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것 외에 글로벌 경쟁을 위해 선진 기술을 많이 탑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플로우 테크 세미나

■"스톡옵션, 줬다면 가치 꾸준히 증명해야" 

스타트업이 개발자를 비롯한 직원 채용 시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가 스톡옵션이다. 그러나 만능은 아니다. 구직자도 스타트업의 절대 다수가 망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성장이 둔화되는 낌새가 보이면 능력 있는 인력부터 이탈하는 광경이 흔히 나타나곤 한다.

이 대표는 사실상 스타트업과 유사하게 회사를 이끌어오면서, 개발자를 포함한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스톡옵션 등 보상 제도를 운영해온 경험을 공유했다. 

"스톡옵션은 매년 전 직원에 지급했다. 사실상 연봉을 대신하는 수단인데, 스톡옵션이 단순한 종이 쪼가리가 될지, 금괴가 될지는 기업 성장에 달렸다. 때문에 직원들에게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유료 고객사가 추가되면 모든 직원에게 일일히 알렸다. 

연봉도, 회사가 어렵더라도 소폭이라도 올려줘야 한다. 직원과 대표의 관점은 다르다. 믿기 어려운 구두 약속보다 꾸준한 연봉 상승을 보고 회사에 남을지 말지를 판단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잘 되면 더 많은 보상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남게 된다."

■"경기 침체 상황, SaaS 기업은 개발자 채용 기회" 

마드라스체크는 30여명의 개발자를 두고 있다. 신기술 도입과 글로벌 서비스 준비를 위해 올해 10명 가량을 추가 채용해 40~50명 규모로 개발 조직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향후 개발자 채용 시 신입, 경력 여부를 따지지 않고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찾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개발자 채용 시 경력 무관이라고 적고 있다. 신입이더라도 충분히 역량을 키워주고 싶은 생각이 들면 뽑고, 경력이라면 필요한 기술 스택 및 충분한 성과를 낸 점을 보고 뽑는다. 채용 시 '좋은 동료를 뽑는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면접에선 먼저 플로우를 써봤는지 묻는다. 안 써봤다는 면접자가 은근 많다. 제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으면 회사에서 배우고자 하는 의지도 클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개발 역량 향상에 대한 동기부여와 타인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등을 따져서 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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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기업들의 개발자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반면, 장기 경기 침체를 예상해 인력 규모를 줄이는 움직임도 최근 함께 나타나고 있다. 투자가 활발했던 IT 스타트업 업계도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투자금 회수가 본격화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사업이 비교적 안정적인 마드라스체크의 경우 현 시장 상황이 개발 인력을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수익 모델이 부실한 스타트업이나, 과도한 인건비 지출로 개발자를 끌어모은 기업 소속 인력들이 많이 시장으로 나올 것으로 본다. 최근 한 두 달 동안 채용 과정을 보면 들어오는 이력서 건수가 몇 배 가량 늘었다. 한 번쯤은 들어본 스타트업 소속 인력들이 꽤 많았다. 플로우는 월 구독료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사업을 회사다 보니 매출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 중이다. 저희 같은 SaaS 회사에게는 앞으로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