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구글 출신 시니어 개발자가 ‘캐치패션’에 합류한 이유

장우혁 CTO "망치 전문가 되기보다 건축가 꿈꿔라"

중기/스타트업입력 :2022/07/05 11:14    수정: 2022/07/05 18:10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서 ‘개발자’ 몸값은 그야말로 금값이 됐다. 높은 연봉과 인센티브, 재택근무 보장과 스톡옵션을 제시하며 채용공고를 내지만 상대적으로 가난한 스타트업들은 큰 기업들의 개발자 싹쓸이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 역시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스타트업이다. 명품 플랫폼 업계에서도 후발주자고, 매출 규모에서 세 손가락 안에도 들지 못한다. 얼마 전에는 개발자들이 집단 퇴사하는 내홍까지 겪었다. 아무리 봐도 개발자를 유인할 뾰족한 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이런 곳에 왜?”라는 질문이 저절로 드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선임 소식이 캐치패션으로부터 들려왔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11번가, 구글클라우드코리아 등에서 경험을 쌓은 장우혁 CTO를 회사의 개발 조직 수장으로 스카웃했다는 꽤 충격(?)적인 얘기였다.

장우혁 캐치패션 CTO

궁금했다. 잘 쌓은 과거의 경력을 비춰봤을 때 더 좋은 회사, 소위 잘 나가는 기업에서 러브콜을 보낼 것 같은 그가 캐치패션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호기심이 일었다. 솔직히 “돈 때문이지 뭐”란 생각도 스쳐갔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였다. 아닐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우연찮게 인터뷰의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달 30일 논현동에 위치한 캐치패션에서 장우혁 CTO를 만났다.

장마에 접어들 무렵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그는 회사 현관문 앞에서 한 동료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같은 개발직군의 직원은 아닌 것 같았다. 얼핏 영어가 들렸는데,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주변과 편하게 소통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터뷰 하기로 약속된 기자를 알아본 그는 직접 보안키로 문을 열더니 회의실 안으로 함께 걸어 들어왔다.

인터뷰 시작부터 가장 궁금했던 내용을 직설적으로 물었다. 더 좋은 회사를 선택하지 않고 도대체 왜 캐치패션에 왔냐는 질문이었다. 독자들(개발자)이 보면 다 티가 날 테니 최대한 솔직하게 말해달라는 주의사항도 첨언했다. 이에 대한 그의 답변은 캐치패션이 성공할 것 같았고, 성공시켜보겠다는 자신의 열망이 너무나 컸기 때문으로 요약된다. 아직은 좀 형식적인 답변 같았다.

장우혁 CTO는 캐치패션 합류 전 내부적으로 뒤숭숭했던 개발 조직의 문제를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장 CTO는 이우창 대표가 자율성이 중시되는 개발 조직에 강성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무려 4시간 가까운 토론에서 장우혁 CTO는 자신의 생각과 달리 이 대표가 완전한 자율성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이 대표가 과거 유통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현장 경험으로, 사업에 진심으로 임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나아가 캐치패션이 당면한 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겠다는 생각에 캐치패션을 선택했다는 것이 장 CTO의 설명이다.

“11번가에서 엔지니어의 꿈인 구글로 이직을 했어요. 구글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일하게 되면서 많은 기대를 품었고, 글로벌 회사의 일하는 방식과 개발자들의 꿈인 브랜드에 편승하고픈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구글에서 코로나 때문에 재택으로 일하면서 고객사들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AI 머신러닝 기술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했지만 점점 더 욕심이 생겼어요. 나의 문제를 풀지 않고, 왜 남의 문제를 풀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캐치패션으로부터 제안이 왔습니다.”

장우혁 CTO는 캐치패션에 합류한 뒤, 시니어 개발자들을 삼성전자와 구글, 쿠팡 출신들로 채웠다. 아직은 전체 조직이 5명 내외지만, 근 시일 내에 10명 이상의 조직으로 키울 계획이다. 그러나 앞서 한 걱정처럼 개발자 채용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여러 기업들이 두 자릿수, 세 자릿수 채용 공고를 내지만, 이는 목표이지 결과가 아닌 경우가 많다.

캐치패션 광고

그래서 또 거칠게 물었다. 개발자들에게 캐치패션이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전면 재택근무, 높은 연봉, 구글 못지않은 직원 복지 등...어떤 카드를 대체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장우혁 CTO는 “연봉이 높아지는 길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또 자신은 솔직히 재택근무보다는 한 곳에서 여러 부서와 소통하는 업무 방식을 선호한다고도 했다. 캐치패션에 관심을 보이려던 개발자들이 떠나는 소리가 속으로 들렸지만, 다음 그의 말을 듣자 묘하게 설득됐다.

“워라밸을 당장 챙기는 것보다, 명확한 비즈니스 문제를 보여주고 스스로 풀도록 권한과 기회를 주는 것, 그리고 이것이 숫자를 통해 경영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결국 개발자에 대한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해요. 또 크게 성공한 개발자들은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죠. 개발자는 건물을 짓는 건축가가 돼야지, 망치 전문가가 돼서는 곤란해요. 캐치패션에 합류한다면 본인이 인정받고 꿈꾸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개발자가 되는 데 적극적인 도움을 드릴 계획입니다.”

그래도 부모님이 흡족해하실 만한 소위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 취업하는 것이 내 커리어에 훨씬 득이 되는 것 아닐까. 장 CTO는 한편으로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캐치패션 개발 조직의 강점을 분명히 제시하고 자신했다. 비즈니스 문제를 굉장히 포괄적으로 접할 수 있고, 본인이 해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끌어주고 밀어주는 코치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저희 개발팀 구성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 자신합니다. 개발자의 능력은 결국 학벌이나 어디 출신이 아니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납기일 내 완결성, 소통 능력, 작은 일이 주어져도 스스로 그 가치를 높이는 능력이에요. 톱 수준의 시니어 개발자들이 1:1 밀착 지도를 하면서도, 본인 업무 중 그들이 집중하는 것만 체크하고 회사 일과 연계성을 점검하면서 그들의 성장을 도울 겁니다. 같이 업무 하면서 같은 목표로 서로에게 충실하면서 압축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이력서에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했고, 이로 인해 회사의 실적이 이만큼 향상하는 데 기여했다는 짧지만 굵은 한줄 한줄을 채울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장 CTO의 약속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실제로 동료들이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것을 보게 됐을 때, 개발자 스스로 문제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도 했다. 회사에 충실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 문제와 이력에 주인의식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장우혁 캐치패션 CTO2

그가 캐치패션에 온 이유, 개발 조직과 문화에 대한 그의 생각은 여기까지. 앞으로 그가 캐치패션에서 풀고 싶은 문제를 들어볼 차례였다.

캐치패션은 ‘럭셔리 애그리게이터 플랫폼’을 지향한다. 애그리게이터란 여러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해 고객들이 검색과 비교를 용이하게 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캐치패션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100% 정품만을 취급하며, 각 상품 정보를 실시간 연동하고 있다. 총 400만여 개의 다양한 상품들이 검색되고, 실시간 가격 비교가 이뤄지며, 재고 확인도 된다. 할인 혜택을 한 곳에 모아볼 수도 있다.

장우혁 CTO는 앞으로 캐치패션의 카테고리를 보다 생활 밀착형으로 다양화 한다는 계획이다. ‘명품’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고객 최적화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것. 현재 캐치패션은 명품 패션에 주력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리빙, 키즈, 여행, 숙소, 그림 등으로 확대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품질 높은 서비스를 경험하도록 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를 위한 콘텐츠 강화, 빠른 고객사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나아가 국내에 품질 좋은 오리지널 상품들을 판매하는 소규모 브랜드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성장을 도우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캐치패션에 입점하길 원하는 좋은 파트너사들이 많은데, 생각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에요. API 연동, 정책 문제 셋업 등 여러 부서들이 오케스트라처럼 협업해야 하기 때문이죠. 개발 조직은 현재 여기에 소요되는 노력과 시간들을 단축하는 시스템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장우혁 CTO는 캐치패션의 강점 중 하나로 부서 간 소통 능력을 강조했다. 마케팅, 경영, 개발, 고객응대 등 모든 조직이 서로 열린 자세로 대화를 주고받는 데 큰 힘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마음에 맞는 구성원들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캐치패션의 빠른 성장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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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 방식(개발과 함께 즉시 피드백을 받아서 유동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으로 굉장히 신명나게 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요. 시리즈 B 단계의 스타트업이 마음 맞는 구성원들로 채워지면 눈 깜짝할 사이에 성장해요. 이 로켓에 좋은 분들이 빨리 합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망치 전문가가 아닌 ‘건축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개발자들에게 캐치패션이 안성맞춤이란 말이 기억에 남았다. 또 회사가 아닌 개발자들이 이직했을 때 확실한 경력으로 인정받고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그의 약속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뻔한 임기응변이 아니라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점에서 캐치패션의 성장을 좀 더 오래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인터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