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의 유효기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정부가 해외공여 등 처리방안을 찾기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의 2021년도 결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7월6일 기준으로 전체 백신 도입물량 1억4584만회분 중 529만회분(3.6%)을 폐기했다.
백신 종류별로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26만회분, 화이자 158만회분, 모더나 197만회분, 노바백스 143만회분, 얀센 5만회분 등이다.
대부분 올해 6월 유효기간 만료로 인한 폐기라고 질병관리청은 예정처에 설명했다. 백신의 유효기간은 통상 6개월에서 1년 사이다.
접종률은 더디게 오르는데 잔여백신의 유효기간은 다가오자 정부는 폐기율을 줄이기 위해 수급 조정방안을 짜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얀센 400만회분과 백신공급 국제 협력기구인 '코백스'를 통한 백신 1265만회분에 대해서도 계약을 취소했다. 또 화이자와도 3분기에 백신을 공급하지 않도록 협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바백스는 연내에 3767만회분을 추가 도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질병청은 공급 기한을 내년까지로 연장해 도입 시기를 늦췄다.
노바백스는 지금까지 233만회분을 도입했지만 58만회분이 사용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폐기율은 61.4%에 달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계약기간 연장으로 적정 물량이 들어오고 있어서 당장은 폐기 물량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잔여백신은 지난 10일 기준으로 모두 1504만4000회분이다. 화이자 952만9000회분, 모더나 318만1000회분, 얀센 198만4000회분, 노바백스 14만7000회분이 남아 있다. 화이자 소아용은 20만3000회분이 있다. 도입 시기 조정으로 물량을 덜어낸 노바백스의 경우 유효기간이 10월까지라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예정처는 해외공여 등을 통해 폐기율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과테말라, 가이아나, 멕시코 등 5개국에 백신을 지원했고 공여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공여국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우선 코로나 초기와 달리 전세계적으로 물량이 충분하다. 중증 위험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으로 긴박한 수요가 줄어들기도 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백신 수요가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어 공여할 국가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백신은 이미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20년 12월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약 8210만회분의 백신을 폐기했다. 캐나다는 지난달 1480만회분을 폐기하기로 결정했고, 독일은 지난 6월 390만회분을 폐기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33% 가량은 백신 접종을 한 번도 받지 못했지만, 선진국의 지원 의사만 있다고 해외공여가 곧바로 가능한 구조는 아니다. 백신 보관시설이 충분하지 않아서 도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유효기간이 임박한 백신이라 거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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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연말까지 약 1억3000만회분의 백신이 추가로 도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백신 수급문제를 포함한 하반기 접종 계획을 이달 말에 발표할 방침이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 가능한 개량백신의 도입 계획도 함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