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을 내놓은 것과 관련 교육계의 반발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는 모양새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현장의 혼란뿐 아니라 조기사교육이 더욱 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은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를 결성,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 단체는 당초 학부모·교사·교수·시민단체 13곳에서 37곳으로 늘어났다.
범국민연대는 "현재 대부분의 대한민국 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대입 경쟁의 시작점으로 인지하고 있다"며 "따라서 만5세가 초등학교에 1년 일찍 취학하게 된다는 것의 실질적인 의미는 1년 일찍 유아들을 잔인한 경쟁교육으로 내몰아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서열화 한다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지어 아직 배변훈련조차 끝나지 않은 만2세, 만3세, 만4세 또한 초등학교 준비를 위해 선행학습을 해주는 사교육 시장으로 더 빨리, 더 많이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범국민연대는 1997년 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서 만5세 유아의 초등학교 입학을 허용했지만 지난해 조기입학은 537명에 불과하고, 오히려 초등학교 취학유예 아동은 2020년 2만여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어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우리 아이들의 삶과 성장에 큰 상처를 주고, 영유아기부터 경쟁교육으로 내몰며 영유아교육·보육체계를 붕괴시키고, 초등학교 교실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매우 잘못된 정책이므로 즉각 철회해 더 이상 혼란을 야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5세 초등취학 학제개편 철회 △향후 교육정책 수립·결정과정에 학부모, 교원, 학생 등 교육 주체의 참여 보장 등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현재 온라인에서 '만5세 초등입학 계획 즉각 철회'와 '전문적 식견 없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고수하는 교육부 장관 사퇴' 등을 위한 서명도 받고 있다.
앞서 최대 규모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교육부의 업무보고 직후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만5세 초등학교 조기 입학에 반대한 바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날 논평을 내고 "만 5세 초등학교 조기 취학은 아동발달에 대한 무지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정부는 교육 국가 책임제로 출발선부터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사 정원은 줄었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은 요원한 상황에서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유치원 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보통합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교육과 보육으로 목표가 다른 기관을 통합하는 건 교육부가 보육 예산과 조직을 끌어안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단설·병설 유치원 확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를 통해 모든 유아가 유치원에 갈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교육 격차 해소" vs "돌봄 공백"'만5세 초등입학' 찬반논란 가열2022.08.01
- 박순애 부총리, 25일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현장 방문2022.07.24
- '선제검사 후 등교' 한 달…"코 찌르기 힘들어"2022.03.27
- 초중고 교사 대상 온라인 팩트체크 교육과정 생겼다2022.01.17
박다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위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것'이라는 교육부의 해명에 대해 "유아교육을 공교육화하고 유아교육 체제를 의무교육 체제로 바꿔 나가면 된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