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관련 보건복지 제도는 다양하지만, 이를 주관하는 보건복지부 내부에서 조차 타 분야 대비 적은 예산과 부족한 인력을 토로한다. 아래 기관으로 내려가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정책 연속성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조현병 등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한 정책 의지가 요구된다는 이야기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15일 오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조현병 당사자가 처한 현실과 이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에는 당사자들을 비롯해 ▲이권일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사무총장 ▲이근희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사회재활과 팀장 ▲윤진웅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과 전문의 등이 참여했다.
■ 제도는 있지만 실행이 부족하다
-조현병 당사자들이 사회 복귀에 있어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나.
(이근희 팀장) 조현병 당사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 당사자가 원하는 것을 찾고, 거기서 심리적인 성취감을 얻어야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자기 확신이 생기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는 이런 단계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다행히 맞춤형 교육이 늘어나고 있다.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단체가 생겨나면서 당사자를 위한 글쓰기 교육, 유튜버 양성 교육, 영상 촬영 및 편집 교육 등 여러 교육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또 서울시 정신건강통합센터는 기존의 재활 교육이 커버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프로그램도 여럿 운영하고 있다.
당사자를 교육시켜서 동료 지원가로 배출하고, 활동에 대한 급여를 제공하고 가정 방문도 함께 나가는 등의 활동이 점차 늘고 있다. 당사자 단체나 가족 단체에서도 최근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좌담회 참석 당사자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 교육에 참여했다고 들어 반갑다.
-조현병 당사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기탄없이 말씀 부탁드린다.
(당사자B) 인간 존엄성의 의미를 이해하고 당사자들이 자유와 다양한 권리를 현실적으로 누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그에 따라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지 않고 사회로 나가는, 마음 열고 나갈 수 있길 바란다. 난 누구와도 긍정적이고 올바른 태도로 대화하고 어울릴 줄 아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정신장애는 단지 성숙해지는 상태라고 본다. 그 과정을 모두가 사랑과 관심으로 돕고,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한다.
(당사자A) 조현병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울증만 해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린다고 본다.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것은 사회적 편견도 있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정신과 환자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편견이라고 본다. 뭐든 다 할 수는 없다. 다리를 못 쓰는 사람, 다리를 써서 걷지 못하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걷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눈으로 보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해줬으면 한다. 어떤 장애나 특성으로써 인식되는 경계가 생기면 ‘이 사람은 어떤 배경 때문에 어떤 일은 못하지만 나머지는 다 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람으로부터 장애를 분리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권일 사무총장) 조현병 당사자가 각종 사회활동과 단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평생교육 지원센터’와 같은 기관이 설립됐으면 좋겠다. 당사자와 가족들이 지역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이나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현재 정신장애인을 중심으로 개인이나 가족 단위를 떠나서 지역사회 활동하는 당사자 단체는 거의 없다. 프로그램 자체도 없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는 가족들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봉사단체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와서 관련 활동을 준비 중이다.
이런 작은 활동부터 뒷받침되면 당사자들도 사회활동 가능하고, 목소리도 낼 수 있고 또 인식과 편견도 많이 변화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개선하고 접근해 나가면 좋겠다.
(이근희 팀장) 정부의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 정신질환자의 회복과 재활을 위한 많은 계획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답답한 상황이 많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입원이 제한돼 상황이 더 나빠졌다. 응급 이송 체계도 당사자의 가족이 자비로 부담을 해야 되는데 이송단을 부르고 입원시키는 절차도 어렵다보니 제때 치료가 되지 않아 상태가 나빠지기는 이들도 있었다. 조현병 당사자 가족이 겪는 현실은 너무 힘들다. 정부 정책에 포함은 돼 있지만 실행이 안 되는 부분은 정책 실무자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서울 및 경기 내 정신재활기관은 그나마 마련돼 있지만, 지방의 주간재활기관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관 운영 시 건물 임대료를 기관 운영자가 부담해야 하다 보니 절대적으로 기관수가 부족합니다. 서울도 주간재활기관은 부족합니다. 한 기관당 연간 3천만 원만 지원해주면 무리없이 기관 운영이 가능하다. 기관 운영에 비용을 지원해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조현병 당사자 가족들은 교육을 받고 참여하고 연대해야 한다. 여전히 외부와 단절돼 연대와 참여의 장에 끼지 못한 가족들이 많다. 이런 분들은 힘든 상태로 절망의 나락과 우울감, 참담함을 토로한다.
당사자도 병식을 갖고 고립으로부터 벗어나 연대에 참여해야 한다. 한 단계씩 노력해서 사회에 복귀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너무 버겁다 보니 집에만 머무르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공감이 가능한 동료 상담가다. 동료 상담가 분들이 은둔, 고립돼 있는 이들을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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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웅 전문의) 조현병 당사자는 고유의 증상과 사회적인 낙인 및 편견 때문에 다른 신체장애를 가진 이들에 비해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굉장히 힘들다. 해외는 우리보다 당사자들이 모인 단체와 당사자 가족 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이런 당사자 단체나 가족 단체들의 활동이 좀 더 활발해져야 재활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례로 조현병, 항정신병 약물 중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있는데 해당 치료제를 사용하려면 개인 부담이 컸다. 당사자 단체들의 의견이 반영돼서 지금은 관련 비용을 정부에서 어느 정도 부담을 해줘 주사 치료가 조금 용이해졌다. 이런 것만 봐도 당사자들 및 가족의 주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치료에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