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당사자, 사회복귀 위한 과제는?

[정신장애인, 편견을 넘어 당당히 좌담②] 치료 유지·재활 인프라 확대·맞춤 교육 요구돼

헬스케어입력 :2022/07/27 18:00    수정: 2022/07/28 08:05

“사람들과 교감하며 살고 싶다.”

지디넷코리아가 주최한 ‘정신장애인, 편견을 넘어 당당히’ 좌담에 참여한 한 조현병 당사자의 토로다. 지난 15일 오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조현병 당사자 및 사회복지사, 의료인,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조현병 당사자가 처한 현실과 이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조현병 당사자의 사회복귀를 위해 치료 유지 및 재활 인프라 확대와 맞춤 교육 등을 제안했다.

좌담에는 조현병 당사자들을 비롯해 ▲이권일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사무총장 ▲이근희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사회재활과 팀장 ▲윤진웅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과 전문의 등이 참여했다.

사진=픽셀

■ 조현병 당사자의 사회복귀…“사람들과 교감하며 살고 싶다”

-취업 활동을 시도한 적이 있나.

(당사자B)  발병 전에는 노동일을 했지만, 그렇게 오래 하진 못했다. 발병 후에는 장기간 입원을 하게 돼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땐 지금보다 대인관계가 더 많이 힘들었다. 간간이 마트에서 일하거나 목욕탕을 청소하는 일도 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숙달이 안 돼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하다가 입원을 반복했고, 수급권자가 됐다.

(당사자A) 난 아직 복지 카드가 없다. 복지 카드가 없을 때 몇 번 취직이 됐었는데 6개월 정도 넘어가면 많이 힘들어지곤 했다. 정규직 전환을 해야 되니까 6개월 되기 전에 보통 계약이 종료된다. 회사에서 조사하는 일로 일시적으로 동원돼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출판 물류 회사나 그  사회적 일자리로 콜센터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루에 8시간 집중해야 되는 활동이 쉽지는 않았다.

-나중에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당사자A) 뭔가 만들거나 사람과 교류하는 일을 하고 싶다. 글을 쓰거나 유튜브를 운영하며 영상을 만드는 등의. 그렇지만 쉽지는 않다.

(당사자B) 어떤 일을 하든 간에 그 일에 대한 효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타나는 (일을 하고 싶다). 사람들과 좋은 교감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공부를 하고 싶다거나 어떤 욕심을 갖는다면 끝이 없겠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당사자B) 내년에 사이버대학으로 사회복지학과를 갈까 고민 중이다. 지금 당장 큰 벌이가 있진 않다. 예전에 (일용직) 노동을 좀 해봤는데 스트레스가 과도해서 좀 (어려웠다). 고등학교도 겨우 야학으로 나왔는데 조금씩 치료가 되다보니까 이제 내년에 사이버대학을 갈까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그냥 정신장애인이 할 수 있는 (시민단체) 활동들을 하고 있다.

(당사자A) 지금은 쉬고 있다.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받고 있다.

-유튜버나 글 쓰는 일, 사회복지사를 하고 싶다는 말했다. 조현병 당사자의 사회 진출, 특히 취업을 중점으로 본다면 현재 현황이 어떨까.

(이근희 팀장) 급성기 환자의 경우, 외래 진료만 받으면서 직장생활을 무리 없이 잘 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직장생활이 힘든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경우에는 대체로 재활 기관을 이용하면서 단계별로 취업을 해나간다. 지원 고용을 통해 활동하는 분들도 사후 관리를 받으며 연계된 직장에 다니게 된다.

진짜 문제는 복지 카드도 없고, 지원 고용도 불가능하고, 임시 취업의 기회도 없이 혼자 계속해서 취업을 시도하는 이들이다. 이런 경우엔 사회활동 자체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니 번번이 좌절감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런 시도조차 안 하시는 이들도 있다. 집 밖 자체를 나가지 않고, 재활 치료가 필요한데도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은둔 생활만 유지하시는 분들이 정말 힘든 케이스다.

당장 돈을 벌지는 않더라도 특정 활동을 하는 이들은 그 활동이 나중에 취업의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서울·경기 지역은 재활 기관들이 잘 마련돼 있어서 복지 카드를 갖고 지원 고용을 시도하는 분들이 한두 번의 실패를 겪더라도 그 이후엔 안정적으로 사회 활동을 이어나가는 케이스를 많이 봤다. 물론지방은 매우 열악하다.

(이권일 사무총장) 그런 문제로 상담 전화를 굉장히 많이 받는다. 일을 하던 당사자가 그만두거나 강제 해고되는 사례를 많이 들었고, 또 직접 보기도 했다. 한 조현병 당사자가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알아보다가 전단지 돌리는 일을 구했다. 그는 일을 하게 돼 굉장히 좋아했지만, 업체는 정신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관두게 했다. 법뿐만 아니라 지자체 조례에서도 조현병 당사자에 대한 제재 사항들이 굉장히 많다. 당사자의 사회 진출 및 복귀에 제한을 두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논할 때 강점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조현병 당사자를 무조건 공공 일자리에만 투입하기보다 개개인의 특성, 욕구, 강점들을 봐야한다. 그에 맞춰 직업을 연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것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신장애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그에 맞는 공공 일자리를 제공토록 해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정신장애인도 충분히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의료의 관점에서 조현병 당사자의 사회 복귀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윤진웅 전문의) 임상의로서 사회 복귀를 저해하는 큰 요소는 재활시설의 부족이다. 입원 환자를 많이 보는데 입원 치료가 끝나고 퇴원하게 될 때, 즉 어느 정도 증상이 회복된 다음의 단계로 재활을 돕기 위한 기관이 너무 없다. 환자의 증상이 개선됐지만 보호자가 그를 완전히 돌볼 수 없어 다시 입원을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입원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재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시계 방향) 이근희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사회재활과 팀장, 윤진웅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과 전문의, 조현병 당사자A, 조현병 당사자B, 이권일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사무총장, 김양균 의학기자(지디넷코리아)

-정신질환자에 대한 재활 치료와 교육은 무엇일까.

(윤진웅 전문의) 입원 환경이란 통상 격리된 보호병동에서 치료·식사·복약지도 등 생활 전반에 있어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 환자가 스스로 약을 챙겨 먹고, 일상생활도 하는, ‘자주 생활’로 넘어가는 단계를 기본적인 재활로 본다. 자주 생활이 가능하면 기본적인 재활 치료가 된 것으로 본다. 이후에는 직업 재활, 복잡한 일이 아닌 간단한 일을 해보는 직업 재활 훈련까지도 정신장애인의 재활 활동에 포함된다.

(이근희 팀장) 조현병 당사자의 사회 복귀에 앞서 첫째 당사자가 신뢰감을 가질 수 있는 주치의를 만나 꾸준히 외래 진료를 받으면서 본인에게 맞는 약물 치료를 유지해야 한다. 둘째, 치료가 계속될 수 있도록 가족이나 보호자가 당사자에게 도움을 주면서 지지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여기까지 된 상태에서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서울·경기를 기준으로 하면, 우선 24시간 생활 시설은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함께 생활하면서 병원과 비슷한 환경에서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혼자 사는 것을 연습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또 밤이나 낮에만 지내는 기관도 있다. 공동생활과정이라고 하는데, 간호사가 상주한다. 직업 전문 기관으로 정신질환자만을 받아주는 기관도 있다. 당사자 본인의 재활 목표에 맞게 선택하면 되고 치료도 계속해서 유지하면 대부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본인에게 맞는 의사를 만나 약물 치료를 잘 유지하면서 앞선 재활기관 가운데 잘 맞는 곳에 갔을 때, 난 ‘트랙에 올랐다’고 표현한다. 제대로 본인에게 맞는 트랙에 올랐단 이들은 대부분 사회 복귀에 성공해 직장 생활을 잘 하더라.

-트랙에 오르지 못하는,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는 어떻게 되는가.

(이근희 팀장) 스스로 병식이 없으니 정신질환자가 아닌데 왜 그들과 어울려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혼자서 잘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다. 병원에 오지 않고 집에서 오랫동안 은둔해 있거나 가족들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곳에 보낼 수 없다’, ‘본인이 안 간다고 하니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집에서 보살피다가 나빠지면 입원시키겠다’ 등 이유도 다양하다. 이들은 사각지대다. 이들을 위한 대책이 정말로 시급하다.

(윤진웅 전문의) 재활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스스로 병식이 없고, 본인에게 맞는 재활 기관을 못 찾아서 재활이 이뤄지지 않는 케이스들도 존재한다. 당사자의 필요에 맞는 다양한 재활 기관이 존재한다면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기관을 찾기가 더 수월해 질 것이고, 관련 프로그램이나 활동을 찾아서 참여하게 되는 기회도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일상생활에 대한 재활부터 직업 활동에 대한 재활까지 재활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조현병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난다면 재활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고 재활 결과 역시 더 좋아질 것이다.

(당사자A) 나 같은 조현병 당사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확실하게 아는 것이다. 병식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알면 안 되는 것을 되게 해보려고 노력하거나 비장애인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 유독 사회적인 편견,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너무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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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전면허를 따고 싶어서 계속 고민하고 있다. 면허가 나오더라도 과연 내가 지속적으로 운전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사실 어떤 일에 한해서는 정신질환자에게 자격을 주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당사자인 내가 보기에도 주의가 필요한 측면이 존재한 어떤 활동을 제한하고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복잡한 얘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당사자B) 나는 시민단체에서 활동가 교육을 받을 때 외국 사례가 모범적이라고 들었다. 정신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다를 게 없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이 상식인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과거에는 나도 고민이나 갈등이 많았다. 그런 부정적인 상태에 머물지 말고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감사하고 행복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즐겁게 살아가고 사람들이랑 잘 만나고,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