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내달 출시를 예고한 5G 중간요금제를 두고 정치권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요금제 설계에 대한 통신사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새 정부의 정책 압박도 고려해야 하지만 재무적인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중간요금제 비판은 SK텔레콤이 처음으로 신고한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월 5만9천원 요금제다. 24GB~110GB 사이의 요금제가 없어 결국 고가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은 5G 데이터 월 평균 사용량인 27GB를 쓰는 소비자들은 새 요금제 출시에도 그 이상의 고가요금제를 택할 수 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 매출 감소 각오해도 정치권 눈치
SK텔레콤의 새 요금제는 기존 월 10GB의 데이터를 5만5천원에 제공하는 ‘슬림’과 데이터 110GB의 월 6만9천원 ‘5GX 레귤러’ 사이에 해당한다. 데이터 이용량이 월 10GB는 넘지만 110GB에 이르지 않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의 비판에 정부가 추가적인 소통 없이 SK텔레콤의 새 요금제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게 됐다. 인가제 폐지 이후 유보신고제 도입에 따라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약관 신고 내용에 대해 15일 이내 반려할 수 있다. 무선통신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이미 매출 감소를 각오한 요금제 설계에 추가적인 상품 구성을 고민하기가 어렵다. 5G 요금제 선택권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실제 요금 부담을 낮추더라도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SK텔레콤에 이어 중간요금제를 선보일 KT와 LG유플러스도 중간요금제 출시가 아니라 정치권의 눈치를 살펴 전반적인 요금 설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 월 27GB 이용자는 누구?
월 평균 데이터 27GB에 대해서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5G 가입자 통계에서 월 데이터 이용량이 월별로 차이는 있지만 27GB 수치를 보인다는 점이 정치권에서 중간요금제 공방의 시작이다.
이를 두고 통신업계에서는 평균 이용량은 27GB이지만, 실제 27GB 가량을 이용하는 이용자는 극히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자의 실제 데이터 이용 편차를 고려하지 않은 통계 해석의 오류라는 것이다.
실제 1분기 말 기준 5G 가입자의 월 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약 26.7GB로 집계됐다. 하지만 데이터 이용량 상위 10% 이용자가 5G 데이터 트래픽의 43.6%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중간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에서 평균 데이터 이용량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해 데이터 이용량이 많은 가입자를 제외하면 실제 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20GB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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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를 제외하고 일반 요금제 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13.6GB다. 때문에 정치권에서 이를 고민했다면 SK텔레콤이 약관 신고했다고 알려진 요금제의 월 24GB 데이터 제공량을 늘릴 것이 아니라, 이를 줄이더라도 요금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3사가 모두 중간요금제를 출시하게 되면서 통신사 간 요금 경쟁 고민이 우선인데 정치권의 비판에 마케팅이나 재무적인 고민이 후순위로 밀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