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코리아 김범주 본부장 "가상인간, 게임엔진 힘으로 이용자와 실시간 소통"

전문가 칼럼입력 :2022/07/14 14:25    수정: 2022/07/14 14:27

김범주 유니티코리아 에반젤리즘 본부장

사이버가수 아담을 필두로 한 90년대의 가상인간 현상을 돌이켜보면 가상인간이 가진 가능성이 어느정도 검증된 반면 경제성 측면에서는 많은 숙제를 남겨주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상으로 만들어진 인간형 캐릭터가 실재 연예인처럼 활동할 수 있다는 개념적 사례로서 의미가 있었지만 제작비용이 매우 비쌌고 또한 당시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가상인간은 미리 만들어진 그림이나 영상으로 써만 존재할 뿐 현실 연애인들처럼 시청자 들과의 실시간 소통은 불가능했던 점 등이 한계였다. 

당시에 비해 최근의 가상인간은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품질도 향상되었지만 유니티와 같은 실시간 게임엔진의 힘으로 인해 렌더링 과정이 필요 없어지면서 제작시간과 비용이 줄어들고 실시간 소통 역시 가능해지고 있다.

유니티로 개발된 실시간 자연어 소통이 가능한 VR속 가상인간 레플리카.

이로 인해 제작할 수 있는 컨텐츠의 자유도 역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BM의 접목이 가능하다는 점도 기존의 경제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반이 되고 있다.

가상인간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기술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만들어진 가상인간이 사람과 대화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자연어인식과 음성합성의 영역에도 활용되지만 또한 더 현실적인 표정을 만들어 소위 말하는 불쾌한 골짜기를 없애고 실재 사람과 구분되기 힘든 몰입감을 만들어주는 핵심기술이기도 하다.

이는 다른 사람의 움직임에 대해 반응하는 사람의 방식에 있다. 사람의 두뇌에는 얼굴과 표정을 빠르게 인식하고 처리하는 일만 전담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과정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갖춘 가상 인간을 제작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며, 전문적인 지식과 극한의 인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유니티에서 최근 인수한 지바 다이나믹스가 이러한 인공지능 기반 표정연기 구현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지바 다이나믹스 팀은 복잡한 해부학적 시뮬레이션과 실시간 아트 제작 툴에 대해 깊이 있는 전문 지식과 이해도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엔 페이셜 트레이너를 베타런치하여 아티스트들이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3D모델에 현실적 표정을 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지바 다이나믹스의 페이셜트레이너 결과물

지바 다이나믹스의 기술은 사람, 동물 등 다양한 유기적 소재를 현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근육, 지방, 피부와 같은 물리적 특성을 디지털 재현하는 물리시뮬레이션 모델을 지원하므로 아티스트들이 매우 사실적인 CGI 캐릭터를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유니티 테크데모 에너미즈(Enemies)가 가상인간의 현실성을 한단계 상승시킨 역작이라고 평가받는 이유이다.

유니티 디지털휴먼 데모 에너미즈.

에너미즈는 사실적인 가상인간 구현으로 400만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더 헤러틱’을 제작한 유니티 데모팀의 새 작품이다. 눈동자가 지닌 반사와 굴절의 특성, 머리카락의 질감과 자연스러운 물리시뮬레이션, 섬세한 피부 표현과 함께 지바 다이나믹스의 얼굴 근육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현된 시네마틱 티저인 에너미즈는 유니티 엔진 상에서 4K 해상도에서 실시간으로 플레이 되는 작품이며 데모에 활용된 헤어솔루션과 새로운 디지털휴먼 패키지 역시 공개될 예정이다. 

이렇듯 가상인간 캐릭터의 제작과 렌더링은 컴퓨터 그래픽스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에 속하나 최근 몇 년간 관련 기술 영역에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졌고, 개발자들은 이를 활용해 앞으로 펼쳐질 기회에 대응하고자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일례로 카카오계열 디지털 휴먼 제작사 온마인드가 선보인 유니티 엔진 기반의 가상인간 수아는 최근 던킨도너츠, 라네즈 등과 인스타그램 협업을 진행하며 인플루언서로도 활약하고 있다.

유니티 기반의 디지털휴먼 수아. (사진=공식 인스타그램)

현재 기술의 발전 양상을 보면 가상인간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단순히 가수나, 모델 등과 같은 기존의 사람들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데서 그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넓게 해석하자면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세계아이돌과 같은 가상 아이돌이나 개인이 자기의 아바타로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니지산지, VIRTU 같은 앱들도 사람의 이미지를 가상화 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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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티코리아 김범주 에반젤리즘 본부장.

또, 가상화 된 인물이나 인격은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얼마전 카카오에서는 인기 웹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주인공 AI와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러한 용도뿐 아니라 인공지능을 통해 훈련시킨 가상인간은 사용자가 게임이나 메타버스에서 시간을 보낼 때 외롭지 않도록 도와주는 컴패니언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예전부터 사람을 닮은 존재를 만들고 그것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의 실시간3D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그러한 가상인간의 표현이나 활용범위가 하나의 닫힌 체계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기 위해 다양하게 융합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