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려 이를 필요로 하는 첨단 산업마저 타격을 입고 있다. 반도체 제조 장비 수급부터 원활하지 않아 반도체를 생산해 수요산업에 적용하기까지 지연됐다.
시바 시바람 웨스턴디지털 사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개최한 ‘세미콘 웨스트’ 전시회에서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튼튼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바람 사장은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리자 산업 혁신도 쉽지 않다”며 “플래시 메모리가 나아갈 방향은 데이터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고 말했다.
웨스턴디지털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다. 플래시 메모리는 정보를 저장했다가 지웠다가 자유롭게 다시 기록할 수 있는 저장 장치다. 전원이 끊겨도 저장한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비휘발성 기억 장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반도체 공급망이 세계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물가가 뛰었고 환율도 출렁였다.
자동차 업계도 반도체 공급망이 불안정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의 베르톨드 헬렌탈 전략반도체관리부 총괄은 “반도체가 있어야 미래차도 만들 수 있다”며 “미래 모빌리티를 주도하는 것은 반도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도 지난 2월 온라인에서 진행된 ‘세미콘 코리아’에서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수요를 잘못 예측해 지난해 국내외 자동차 생산량이 1천만대 넘게 줄었다”며 “반도체가 얼마나 필요한지, 언제 자동차 산업이 회복할지 업계가 잘못 계산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국내외 자동차 생산량은 1천130만9천400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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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를 계약하고도 출고까지 1~2년 기다리는 소비자가 부지기수다. 제동·조향·전동화 장치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에어백 같은 안전 장치, 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한 편의 장치, 발광다이오드(LED) 램프 등에 시스템 반도체가 들어간다. 전자 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고성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 쓰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 회사가 ASML·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 등이 만든 장비를 받으려면 주문부터 납기까지 1년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6개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1년에서 1년 6개월 걸렸던 올해 초보다 상황이 나빠졌다. 3~6개월이면 됐던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최장 10배로 지연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