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설립된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 테사는 높은 가격과 낮은 정보 접근성으로 소수의 콜렉터와 자산가에게만 열려있던 미술품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용자는 테사 보유 미술품의 분할 소유권을 1천원부터 구매 가능하다. 작품이 매각되면 소유권에 비례해 수익을 배분 받거나, 앱 내 ‘마켓’ 탭에서 개인간(P2P)거래를 진행할 수도 있다.
27일 기준 테사 마켓에서는 뱅크시의 러브랫(Love Rat), 리우예의 앤젤(Angel), 이우환의 ‘선으로부터(From Line)’ 등 작품이 거래되고 있다.
서비스 시작 2년만에 12만 명 회원을 확보한 테사는 이용자들이 직접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관을 마련, 지난달부터 회원 대상 정기 도슨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기자는 지난 21일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테사 뮤지엄을 방문해 뱅크시, 에드가플랜스, 하종현 등 작가의 작품을 살펴봤다.
■ 영국 작가 ‘뱅크시’ 유명 작품 세 점 한 곳에
테사 뮤지엄 한쪽 벽면에는 영국 그래피티 작가인 뱅크시의 ‘놀라(Nola)’,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 ‘꽃을 던지는 사람(Love is in the Air with Stars)’이 함께 걸려있었다.
얼굴 없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알려진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 작품은 2017년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예술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뱅크시는 201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이 작품이 낙찰되자마자, 그림 액자 속 숨겨둔 파쇄기를 작동해 작품 일부를 조각조각 찢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사랑은 쓰레기통에 있다(Love is in the Bin)’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해당 작품은 지난해 10월 1천850만 파운드(약 300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테사는 위 작품의 다른 에디션 작품을 보유했다.
뱅크시는 '놀라' 작품에서 소녀가 우산을 쓰고 있는 부분에만 비가 내리는 설정을 통해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 어떻게 우리를 해하는지', '꽃을 던지는 사람'에서는 평화와 공존 등 반전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 아야코 로카쿠·애드가플랜스 작품 나란히…‘귀여운 캐릭터 특징’
캐릭터가 특징인 일본 작가 아야코 로카쿠와 스페인 출신 작가 애드가플랜스의 언타이틀드(Untitled) 작품도 나란히 걸려 있었다. 로카쿠 작품은 군데군데 그려진 여자 아이 캐릭터가 그려진 것이 특징으로, 화려한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 도슨트를 맡은 큐레이터는 “로카쿠의 작품을 소장한다면 일본 여자 아이 캐릭터가 있는 작품으로 소장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작품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색채”라면서 “이 작품은 공식을 넘어서는 수준의 색채를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작품에는 없는 연필로 그린 꿀벌이 있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애드가플랜스의 작품은 시그니처 캐릭터 ‘애니멀 히어로즈’를 통해 우정과 자유 등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잃어가는 작품을 표현하고자 했다. 큐레이터는 “애니멀 히어로즈라 불리는 이 귀여운 캐릭터들은 어른들을 위한 캐릭터”라며 “애드가플랜스의 작품은 자연스럽게 잃어가는 동심을 찾아 상기해보자는 메시지를 어른들에게 주는 것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 하종현·이건용·이우환 등 국내 작가 작품도 선봬
테사뮤지엄에서는 외국 작가 작품뿐 아니라 하종현의 ‘접합(Conjunction)’, 이건용의 ‘바디 드로잉(Body Drawing)’, 이우환의 ‘선으로부터(From Line)’ 등 국내 유수 작가의 작품도 살펴볼 수 있었다.
붉은색으로 물든 마 캔버스가 압도적인 하종현 작가 작품은 밀어내기 기법인 ‘배압법’으로 창작됐다. 하 작가는 마 캔버스 뒷면에서 물감을 바르고 밀어넣어 이 작품을 제작했다. 큐레이터는 “하종현 작가는 가난했던 보릿고개 시절 주변에서 썼던 일상 용품을 작업에 많이 활용한다”며 “이 작품은 캔버스 뒷면에서 물감을 짜고 누르는 방식으로 작업됐다”고 언급했다.
이건용 작가의 작품은 2010년 작가 뉴욕 체류 시절 제작된 것으로, 작가가 직접 캔버스를 등지고 선 그리기를 통해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형광 물질이 포함된 물감이 사용돼, UV라이트를 쏘면 파란빛이 비추는 것이 특징이다.
캔버스에 세로로 나란히 그려진 선이 특징인 이우환 작가의 ‘선으로부터’는 무와 유의 관계를 담았다. 큐레이터는 “물감이 있다가 없어지기를 계속 반복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아를 비워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 작품을 자세히 들여보면, 반짝반짝하다. 석채가루가 활용됐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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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테사 뮤지엄은 현재 앤디워홀 ‘달러 사인’, 리우 예 ‘엔젤’, 조지콘도 ‘제스터4(Jester4)’ 등 총 25개 작품을 보유 중이다. 테사는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4시, 토요일 오후 2시와 4시 도슨트를 진행하며, 향후 미술 교육 특강이나 오프라인 이벤트로도 확장해나갈 방침이다.
테사 관계자는 “테사 플랫폼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뮤지엄을 방문해 주시는 고객도 증가하고 있어 도슨트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오프라인 세미나, 교육 특강 등 미술품 투자 측면뿐만 아니라 미술 시장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높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