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권의 제재로 주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공급이 끊긴 러시아가 가전 산업에서 '자립'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수 년 전 미국의 제재로 자립을 선포했던 중국이 걸었던 길이다.
7일 중국 언론이 인용한 러시아위성통신사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옴스크(Омск) 소재 프로모빗(Promobit)이 '비트블레이즈 타이탄 BM15(Bitblaze Titan BM15)' 노트북PC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 노트북PC에는 러시아산 '바이칼-M(Baikal-M)'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바이칼은 러시아의 대형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중 하나다.
이 노트북PC는 러시아산 바이칼-M 프로세서와 함께 리눅스 기반 OS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앞서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제재 이후 지난해 IT 자립을 천명하며 내놓은 자체 중국산 칩 및 OS 탑재 노트북PC '칭윈 L410'과 유사한 형태다.
러시아의 비트블레이즈 타이탄 BM15 노트북PC는 수 개월 내 조립을 거쳐 1000대 가량 생산될 예정이며, 올해 연말 이전 대량 생산에 돌입한다. 판매가는 10만~12만 루블(약 206만~247만 원)로 책정되며 주로 러시아 공공과 기업 고객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로 미국과 대만 등지서 공급받던 제품 수급이 끊기면서 자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통한 'IT 자립' 노선을 강화하는 셈이다. 지난 2월 미국 상무부는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설비, 레이저, 센서 등 기술 및 상품 전반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으며 유럽, 일본, 대만 등도 제재에 줄줄이 참여했다. 최근엔 대만 당국이 러시아에 대한 최신 칩 수출을 금지했다.
올 봄 중국 언론 지웨이왕이 인용한 러시아 전자기업 러스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장비와 재료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길을 가야한다'며 중국과 같은 국가 주도의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환으로 지난 4월 러시아는 이미 자체 반도체 및 디지털 제품 생산 계획을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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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글로벌파운드리 등의 반도체 공급이 끊긴 만큼 자체적으로 2022년 이전까지 90nm 공정 반도체를 양산하겠단 청사진을 그려놓고 4200억 루블을 투입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2024년까지 모든 디지털 상품을 러시아 내에서 생산할 수 있게 하고, 2030년엔 28nm 공정 노드 칩 제조도 하겠단 로드맵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 국내 반도체 인재와 칩 설계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