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7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길에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6개월 만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7일부터 18일까지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각국을 방문하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파트너사와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 부회장은 먼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 관련 반도체 장비 확보 논의를 한 바 있다.
반도체 미세공정을 위해서는 ASML의 EUV 장비가 필수적이다. EUV 장비는 1대당 2천억원 이상에 달하는 고가이며,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수량이 약 40대 정도뿐이다. 더군다나 EUV 장비 생산을 위한 반도체 또한 부족해지면서 EUV 장비 품귀현상이 더 심각해졌다. ASML에 따르면 올 1분기 출하된 EUV 장비는 단 3대뿐이었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와 삼성전자는 EUV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최근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EUV 장비 경쟁 확보에 가세했다.
이번 출장에서 인수합병(M&A) 관련 논의가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유럽의 글로벌 인맥을 복원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유력 M&A 대상 기업으로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독일 차랑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등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지난 5년간 대형 M&A를 중단해 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재판부에 출장으로 인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 불출석 의견서를 냈으며, 이에 재판부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10일과 16일 재판에 대해 불출석을 인정했다.
관련기사
- 이찬희 삼성 준법위원장 "경제발전 위해 이재용 부회장 사면 필요"2022.06.03
- 이재용 부회장, 내주 네덜란드 출장...ASML과 EUV 장비 공급 논의2022.06.02
- 이재용 부회장, 6년만에 호암상 참석...경영 행보 빨라져2022.05.31
- 이재용-인텔 CEO 회동...세계 반도체 공급망 균형 회복 논의한 듯2022.05.30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미국, 중동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유럽 내 글로벌 인맥을 복원하며 반도체 장비 수급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이 출장에 나서는 날은 공교롭게도 29년 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 보라”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이 나온 날이기도 하다. 신경영 선언은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임원들을 불러 모아 위기감을 공유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한 것을 이른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