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점령한 뒤 철수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장비가 대거 약탈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체르노빌 원전이 러시아군에 약탈당하거나 파괴된 실험실 장비 목록을 여전히 작성 중이라고 보도했다.
체르노빌 원전 측은 컴퓨터 698대, 차량 344대, 방사선량계 1500대와 함께 소방 장비 부품 대부분이 러시아군에 약탈당하거나 파괴된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했다.
원전 측에 따르면 일부 장비는 체르노빌에서 수킬로미터 떨어진 벨라루스 국경에 있으며, 일부는 고멜과 민스크 등 다른 벨라루스 도시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된다.
약탈당한 장비 교체 비용에만 1억3500만달러(약 1700억원) 이상 들 것으로 추산된다. 방사능 수치 모니터링 등 일부 소프트웨어는 체르노빌 원전을 위해 특수 제작된 것으로 대체품이 없다.
미콜라 베스팔리 중앙분석연구소 소장은 "소프트웨어가 없어 장비가 작동 가능한 상태인지 알 수 없다"며 "체르노빌 장비를 위해 특수 제작된 소프트웨어인 만큼 러시아인들은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인류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말할 순 없어도, 우크라이나에는 확실히 큰 경제적 피해를 입혔다"고 규탄했다.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사고 이후 더 이상 전력을 생산하지 않지만, 직원 6000명가량이 체류하며 원전 사고 영향과 우크라이나 및 유럽 다른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감시해왔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했다.
침공 며칠 전 수백명을 제외한 대부분 직원은 대피했으며, 러시아가 점령한 이후 직원들은 수백 시간 교대 근무하며 원전 안전과 시스템 운영을 유지했다.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 관리를 책임지는 예브헨 크라마렌코 소장은 WP에 침공 첫날 한 러시아 장군이 찾아와 자신이 새 원전 책임자라며,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 직원을 소개했다고 전했다.
원전 장비와 정보가 체계적으로 도난당하거나 파괴됐다고도 했다. 크라마렌코 소장은 현재 GPS 추적기가 장착된 약탈 장비들을 확인 중이다.
점령 기간 러시아군은 원전 직원 9명을 살해하고 5명을 납치했으며, 출입금지구역에 참호를 파놓은 모습도 포착됐었다. 원전 측은 방사능 먼지를 흡입한 러시아군이 폐에 큰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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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은 체르노빌 점령 한 달여 만인 지난 3월31일 원전서 철수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