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6년만에 호암상 참석...경영 행보 빨라져

7월 美 '앨런&코 콘퍼런스' 참석 여부 주목...아직 피고인 신분 활동 제약

디지털경제입력 :2022/05/31 16:22    수정: 2022/05/31 21:2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1일 서울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개최된 '2022년도 제32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家 오너로서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6년만이다.

문재인 정권 기간 동안 두 차례나 구속 수감됐던 이 부회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외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이 부회장은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영접한 것을 비롯해 대통령실 주관 재계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 대외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어 지난 30일엔 팻 겔싱어 인텔 CEO와 회동하면서 반도체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재판 등의 일정으로 위축됐던 경영 활동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날 감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나타난 이 부회장은 "6년만에 경영활동 재계, M&A 계획" 등에 대해 묻는 질문에 말 없이 시상식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호암재단의 호암상은 삼성그룹 창업자 호암 이병철 회장의 인재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제정했다. 호암상 시상식에는 고(故) 이건희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실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항상 참석해왔다. 창업주의 뜻을 기리는 의미 깊은 행사인 만큼, 삼성그룹의 중요한 이벤트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2016년에는 이 부회장만 참석했고, 2017년부터는 이 부회장 또한 불참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기간이 길어지고, 2017년부터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이날 시상식에는 이 부회장 외에도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등 10여명의 임원진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 외에도 수상자 가족, 지인 및 상 관계자 등 약 1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동시에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됐다.

올해 호암상 수상자는 ▲과학상 물리∙수학부문 오용근(61) 포스텍 교수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장석복(60) 카이스트 특훈교수 ▲공학상 차상균(64) 서울대 교수 ▲의학상 키스 정(57) 美 하버드의대 교수 ▲예술상 김혜순(67) 시인 ▲사회봉사상 하트-하트재단 등이다.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씩 총 18억원이 수여된다.

삼성호암상은 올해 제32회 시상까지 총 164명의 수상자들에게 307억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호암재단은 국가 과학기술 역량 육성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2021년부터 삼성호암과학상을 물리·수학 및 화학·생명과학 2개 부문으로 확대했다.

■ 빨라지는 삼성 경영시계...아직은 '피고인 신분' 경영 활동 제약 커

재계에서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 호암상 시상식 참석 등 이 부회장의 최근 일렬의 경영 행보를 경영 복귀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7월 미국 아이다호주의 휴양지 선 밸리에서 열리는 국제 비지니스 회의 '앨런&코 콘퍼런스'에도 이 부회장이 6년 만에 참석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지난 5년간 중단됐던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M&A)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매년 7월에 개최되는 '앨런&코 콘퍼런스'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미디어와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이 참석하는 '억만장자 사교클럽' 행사이며, 초청받은 인사만 참석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 행사에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참석해 왔으며, 이 곳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구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이 부회장은 2014년 선 밸리에서 팀 쿡 애플 CEO와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사법 리스크' 등에 묶여 2017년부터 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은 이른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다. 지난해 8월 국정농단 사건 관련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현재 취업 제한과 재판 리스크 등에 묶여 적극적인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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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에 방문한 날에도 이 부회장의 재판 일정이 잡혀 있어 행사 참석을 위해 재판부에 불출석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매주 목요일 관련 재판으로 법원에 출석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영 제약, 글로벌 산업 재편 가속화, 미·중 갈등 등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시상식 참석을 결정한 것 같다"며 "선대 회장의 철학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