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반도체 동맹' 오작교 놓은 이재용, 사면론 다시 불 붙나

재계 "이 부회장, 경영 복귀해 리더십 발휘 필요해"

디지털경제입력 :2022/05/23 16:14    수정: 2022/05/24 09:31

한·미 '반도체 동맹' 선언 과정에서 민간 경제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전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양국 대통령으로부터 첨단 반도체 산업의 리딩 기업으로 인정받고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적 구축에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국제적 부름이 제기되면서다.

지난 20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착하자마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했다.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기업 산업현장을 찾을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무엇보다 양국이 삼성전자의 심장부와 같은 평택 공장에서 반도체 동맹을 맺었다는 점은 큰 수확으로 평가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 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이유가 반도체를 통한 동맹국간 경제안보 때문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진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이날 이 부회장은 양국 정상을 맞아 안내하며 한미 경제안보동맹의 가교 역할을 했다. 이 부회장은 통역 없이 직접 영어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세계 최초로 양산을 앞둔 3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제조시설을 소개하며 최첨단 기술을 세계에 알렸다.

이 부회장은 양국 정상의 연설에 앞서 환영사를 통해 "삼성전자는 25년 전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한 최대 규모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라며 "삼성은 반도체를 통해 미국 등 전 세계 각국과 아주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저희는 이같은 관계를 존중하며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연설에서 "나노 사이즈 밖에 안되는 반도체는 인류의 기술적 발전에 꼭 필요하다"면서 "양국의 발전을 위해 기술적 노하우를 통합하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삼성전자를 치켜세웠다. 아울러 "삼성의 반도체 제조 시설을 소개해줘 감사하다"며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달러(20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에 감사 인사를 전달했다. 이는 미국 내 외국기업의 직접 투자에 있어 기록적인 투자 규모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정·재계에서도 이 부회장을 하루빨리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대외 경영에 복귀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부회장이 평택 삼성 반도체 단지를 방문한 윤석열·바이든 두 분 대통령을 안내하는 모습을 참 보기 딱할 정도로 안쓰럽게 느껴진 것은 아직 사면·복권이 되지 않아 피고인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라며 사면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 말 두 마리로 엮은 그 사건은 이제 풀어줄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한 20일은 이 부회장의 재판 일정이 잡혀 있었다. 현재 이 부회장은 이른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다. 지난해 8월 국정농단 사건 관련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현재 취업 제한과 재판 리스크 등에 묶여 적극적인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인수 후 지난 5년간 이렇다할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 불거져 나오는 이유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사면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는 찬성 68.8%, 반대 23.5%로 찬성 의견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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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한미 반도체 동맹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반도체뿐 아니라 신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라며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야 굵직한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상무부가 주최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도 참석해 기술 파트너십에 대해 논의했다. 한미 양국은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기술, 바이오제조, 자율 로봇 등 협력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국내에서 삼성·SK·현대차·LG·롯데·한화·OCI·네이버 등이, 미국에서는 퀄컴·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램리서치·GM·GE·구글·코닝·블룸에너지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