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 삼성 심장부서 '반도체 동맹' 선언

尹 "반도체는 국가 안보"...바이든 "삼성 같은 기업은 우리의 힘"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5/20 22:44    수정: 2022/05/21 13:11

한미 정상이 반도체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을 선언하면서 향후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향후 동맹을 통해 미국은 한국의 반도체 제조산업 성장을 지원하고, 한국은 미국 산업계의 반도체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오후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했다. 양국이 산업 현장에서 첨단 반도체 기술에 기반한 동맹을 맺은 것은 역사적이다. 삼성전자가 한미 반도체 동맹에 가교 역할을 한 셈이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장에서 직접 두 정상을 수행하며 최첨단 제조시설을 소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尹 "반도체는 국가 안보"...경제안보 동맹 강조

바이든 "한국과 생산적 협력할 것"...삼성전자에 감사 전달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삼성반도체 공장을 둘러본 후 연설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 반도체 평택 캠퍼스 방문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며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 안보 자산이라 생각하며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께서도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 제공뿐 아니라 미국의 첨단 소재, 장비, 설계 기업들의 한국 투자에도 큰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첨단 산업과 공급망 회복에 긴밀히 협력하겠다"라며 "한미동맹은 역내 번영의, 전 세계의 중심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몇년간 반도체 공급부족 이슈로 자동차, 소비재 제품 생산이 지연되고, 반도체 가격이 오르는 것을 경험하면서 반도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며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결정적인 (품목) 공급망을 유지하는 것은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 문제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러기 위해 중요한 건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 그게 바로 대한민국 같은 국가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공급망을 회복하고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그래서 이번에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전 세계 미래의 많은 부분이 이곳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며 "한국 같은 민주국가는 삼성 같은 인재를 키워내고, 기술 혁신의 책임 있는 발전을 이끄는 삼성과 같은 기업들은 우리의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달러(20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에 감사 인사도 전달했다. 이는 미국 내 외국기업의 직접 투자에 있어 기록적인 투자 규모다. 삼성전자는 테일러시에 짓는 신규 파운드리 2공장은 연내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미국 내 2천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반도체 통한 경제안보 동맹' 첨단 기술교류와 공급망 안정화 기대

양국의 반도체 동맹은 첨단기술 교류와 공급망 안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앞선 설계기술을 기반으로 한국의 반도체 제조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한국은 미국 산업계의 반도체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은 소재·부품에서 장비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입장에서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특허 기술과 장비를 공급받는데 더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세계 반도체 매출에서 미국은 1위이며, 한국이 2위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에서 미국은 54%를 차지하고 있으며, 팹리스에서는 매출의 68%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은 전세계 매출 22%를 차지하고 있으며, 메모리에서는 시장 물량의 70%를 공급하며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설계 기술에 있어서는 미국이 압도적이다. 미국의 팹리스 기업인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삼성전자에 고객사에 해당된다. 이번 동맹을 통해 파운드리 업계 2위인 삼성전자는 칩을 위탁생산하는 물량을 더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또 미국은 다수의 반도체설계자동화툴(EDA) 업체와 반도체 장비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최첨단 기술과 장비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기에 지속적인 미국과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는 중국과 격차를 벌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만나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이 웨이퍼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 예정인 3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웨이퍼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중심의 공급망 확보가 주요 목표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아시아에 의존도가 높았던 반도체 생산을 자국 내로 불러들여 안정적인 공급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자국내 반도체 공장을 더 지으라는 일종의 압박을 보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내에는 삼성전자 테일러시 신규 공장뿐 아니라 대만의 TSMC도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14조3천400억원)를 투자해 5나노 팹을 건설 중이다. 해당 팹은 2024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며, 애리조나주는 TSMC에 세금 혜택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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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반도체 강국들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미국 정부는 한국·일본·대만에 일명 '칩4 동맹'을 제안하고 있다. 반도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견제하기 위해서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은 방한 이틀째인 21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