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브로드컴과 VM웨어 간의 초대형 합병은 성사될 수 있을까?
통신칩 분야 강자인 브로드컴이 VM웨어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성사될 경우 올해 최대 인수합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로이터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22일(현지시간) 브로드컴과 VM웨어가 합병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용 반도체 분야 강자인 브로드컴은 VM웨어 인수에 성공할 경우 기업용 소프트웨어 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두 회사 합병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와 관련 IT전문매체 더레지스터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한 이번 합병 협상설은 합병을 막거나, 시장 반응을 떠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흘렸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 브로드컴, 최근 기업용 SW 회사 연이어 인수
통신 칩 분야 강자인 브로드컴은 최근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인수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9년 시만텍 보안사업부에 이어 CA테크놀로지스를 손에 넣으면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브로드컴의 왕성한 식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퀄컴 인수 시도다. 브로드컴은 지난 2017년 11월 퀄컴에 1천300억 달러(144조8천억원) 규모 인수 제안을 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퀄컴 한 주 당 현금 60달러와 주식 10달러 씩 지급하는 브로드컴의 제안은 퀄컴 주가에 28% 프리미엄을 인정한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브로드컴은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에 막히면서 결국 퀄컴 인수에 실패했다. 트럼프는 이듬 해인 2018년 3월 “싱가포르 법에 따라 운영되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합병 금지 명령에 서명했다.
이런 이력을 갖고 있는 브로드컴인 만큼 VM웨어 인수 시도 역시 의외의 행보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브로드컴과 VM웨어 간의 합병 협상 보도에는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인수 가격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타결될 가능성도 많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만이 “주식과 현급을 결합한 형태 거래를 논의하고 있으며, 조만간 공개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단계에 합병 협상 관련 보도가 나온 것이 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IT 전문매체인 더레지스터는 이 같은 근거를 토대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협상 사실을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마이클 델, 분사된 VM웨어와 브로드컴 합병 원치 않을 수도
더레지스터는 마이클 델 쪽을 주목했다. 델이 이끌고 있는 델 테크놀로지와 VM웨어는 원래 한몸이었다. 그러다가 델테크놀로지가 지난 해 11월 VM웨어를 분사하면서 별도 회사가 됐다.
델은 VM웨어 지분 81%를 트래킹주식 형태로 보유했다. 트래킹주식은 모기업에서 분리된 별도 사업부문의 주식을 뜻한다. 델 테크놀로지는 모든 주주에게 특별 현금 지급으로 VM웨어 지분 81%를 처분했다.
그런데 마이클 델은 현재 VM웨어 지분 40%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VM웨어 주가가 최근 들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더레지스터에 따르면 2021년 10월 167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VM웨어 주가는 현재 95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브로드컴이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VM웨어를 인수할 경우 마이클 델은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마이클 델은 이번 거래를 썩 반기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더레지스터가 분석했다.
게다가 델테크놀로지는 VM웨어와 헤어진 뒤에도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마이클 델은 두 회사의 이런 관계는 델 테크놀로지의 비즈니스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브로드컴이 VM웨어를 낚아채 버리는 상황이 썩 달갑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래서 마이클 델 측이 두 회사 합병 협상 소식을 흘렸을 수 있다고 더레지스터가 분석했다.
■ 합병 주체 쪽에서 시장 반응 떠보기 위해 흘렸을 수도?
합병 주체인 브로드컴이나 VM웨어 쪽이 의도적으로 흘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더레지스터는 추정했다. 주가에 어느 정도 충격을 주는 지 살펴보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레지스터는 합병 협상 소식이 VM웨어 쪽에서 흘러나왔다면 ‘홀로 서기’를 위한 방어 전략이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VM웨어는 지난 해 11월 델테크놀로지에서 분사한 이후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야심적으로 펼쳐왔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해 온 브로드컴의 행보 역시 불안하게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다. 자칫하면 자신들이 ‘잉여 존재’로 전락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통신칩 강자 브로드컴, VM웨어 인수 추진2022.05.23
- SW사냥꾼 브로드컴, 이번엔 SAS 인수하나2021.07.13
- 통신칩업체 브로드컴, '독점계약 강요' 못한다2021.07.03
- 마이클 델 "디지털의 미래는 가능성으로 가득하다"2022.05.03
반면 브로드컴 입장에선 VM웨어를 인수할 경우 통신용 반도체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면서 상당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런 복잡한 이해 관계 때문에 이번 합병 소식은 의도적으로 흘렸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더레지스터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