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코인에 이어 조각투자 플랫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분위기다. 음악 저작권과 그림, 나아가 부동산까지 조각투자로 생각하지도 못했던 재산에 대한 일반인들의 소유가 가능한 시대다.
이 중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카사’가 시장에서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 비록 적은 지분이더라도, 나도 강남과 여의도에 있는 값비싼 빌딩의 건물주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지갑을 여는 이용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최소 5천원만 투자해도 “나 저 건물에 지분 있어”라고 말할 수 있다니. 전문 투자자가 아니어도 카사에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 "전세계 자산을 모두에게 접근하게 해주자"에서 출발한 카사
회사를 창업한 예창완 카사 코리아 대표가 금융 전문가는 아니다. 컴퓨터를 전공한 전문 개발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학을 다닌 그는 문득 “졸업을 해도 땅값이 비싼 샌프란시스코에서 거주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때부터 현재의 사업 모델을 계획한 건 아니지만, 이런 심한 주거 격차의 문제점을 몸소 체험한 시기가 바로 이 때다. 국내에 들어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 초기 멤버로서 최고개발책임자를 지낸 그는 자산과 투자, 소유에 대해 디지털 플랫폼이 도움을 줄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 나아가 “전세계 자산을 모두에게 접근하게 해주자”는 것으로 생각이 발전했고, 2018년 현재의 회사를 창업했다.
지금은 70명에 가까운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건강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실은 여느 창업가들이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되는 ‘죽음의 계곡’ 끝에 꽤 오래 서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알맞은 표현이다.
“창업의 중요 원칙은 서비스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바로 출시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어요.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의 자금을 중개하고 운용하는 금융 플랫폼인 만큼 처음부터 제도권 내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죠. 규제 당국의 인가와 세무 문제 등이 완비된 상태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3년 간 매출 없이 사업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 시간 걸려도 '안전'과 '신뢰'를 바탕으로 출발한 카사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법망을 피해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사업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사업이 커지면 전통 사업자들과 마찰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면 혁신 서비스를 명분으로 규제 완화를 정부와 국회에 호소한다. 다행히 입장이 첨예한 신구 사업자들이 서로 양보하고 타협점을 찾으면 좋겠지만, 그러기란 쉽지 않다. 이런 면에서 예창완 대표가 선택한 ‘안전’과 ‘신뢰’라는 사업 철학과 원칙은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현재의 카사를 그래도 제도권 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올바른 선택이었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12월 카사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고, 자본시장법상 허용되지 않았던 부동산 신탁계약에 의한 수익증권 발행을 임시로 허용해줬다. 또 수익증권 유통 플랫폼 개설을 위한 거래소 허가 규정에 대한 예외 등도 인정받았다.
“사업 타이밍상 좋았던 게 창업하고 나서 10개월 뒤 혁신금융지원특별법이 입법화 되고 규제샌드박스가 출시되면서 처음 지원 업체로 들어가게 됐어요. 그 전부터 금융위 인가를 받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고, 카사의 혁신성과 금융당국의 긍정적인 검토와 지원 덕분에 조건부 인가를 받을 수 있었죠. 시장 운영 정책, 공시 정책, 조각투자 가이드 등의 원칙들이 이미 3년 전에 금융당국과 협의하고 틀을 만든 상태였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긴 했지만, 당국의 인허가 하에서 2023년 12월까지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카사는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규제샌드박스 지정 연장 심사를 무사히 통과했다. 카사가 일반 대중들이 안정적으로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다시 한 번 인증을 받은 셈이다. 금융위 블로그를 통해 모범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카사는 현재 약 17만 회원들이 재미있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투자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또 실제로 건물 매매에 따른 시세 차익과 배당 등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죠. 이제는 신탁사, 은행, 자산운용사, 증권사, 건물주 분들이 카사의 문을 많이 두드리고 있습니다. 누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원래 없던 것을 하다 보니 전통적으로 건물을 거래했던 분들도 카사를 또 하나의 매각 매수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계신 것 같고요. 건물주 입장에서 보면 건물 매각 시 언제 매수자가 나타날지 기약이 없고 값비싼 중개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카사는 빠르게 자금을 유동화 시켜줄뿐 아니라, 수수료도 받지 않습니다.”
■ 잇따른 공모 성공 자신감..."다음 도전과 실험은 바로 물류센터"
카사는 현재까지 역삼 런던빌, 서초 지웰타워, 역삼 한국기술센터, 여의도 익스콘벤처타워, 부티크호텔 르릿 등의 건물을 공모했다. 이 중 역삼 한국기술센터는 처음으로 매각 완료까지 했다. 매각 배당금 지급 통액은 약 93억원으로, 공모가 대비 매각 차익에 따른 최종 배당 수익률은 10.16%(비용 차감 후, 세전)를 기록했다. 뒤이어 역삼 런던빌도 매각 단계를 밟고 있다. 연 누적 수익율은 19.78%(세금, 비용 차감 전)로 예상된다.
예창완 대표는 잇따른 공모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었다. 르릿 호텔은 공모 시작 5분19초 만에 완판됐으며, 이 같은 성과에 “우리 호텔도 팔아달라”는 문의가 이어졌다. 다음 공모 대상은 물류센터다. 일반인들이 다소 어려워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따른 물류센터 수요가 커진 만큼, 투자 수요도 커졌을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하지만 예 대표는 지나친 자신감 대신, “도전이고 실험”이라는 표현으로 기대감을 표했다.
“르릿 호텔 완판 이후 여러 호텔에서 연락이 왔고, 이 계기를 통해 카사가 다음 단계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다음 도전과 실험은 바로 물류센터예요. 과거에는 기관들만 투자했던 상품인데, 대중들의 물류센터 이해를 도와 물류센터 업주들에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해주면 이들과도 파트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카사는 애초부터 사람들이 진짜 쓸까의 질문을 받으면서 시작한 서비스예요. 투자자마다 성향과 원하는 게 다른데, 이를 다 수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됐을 때 비로소 의미있는 거래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후발 주자와의 차별 포인트는 "이미 수익을 돌려준 검증된 회사"
예창완 대표는 인터뷰 내내 ‘공정’과 ‘정확’, ‘신뢰’와 같은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그 만큼 이용자들과 금융당국, 나아가 임직원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서비스로 자리 잡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건물 공모 단계에서부터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고, 이들의 거래와 매각 모든 과정이 기록되고, 누구나 그 과정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여러 안전장치(공시 등)들을 마련했다. 이제는 이 과정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고민 중이다.
“저희와 비슷한 사업 모델로 후발주자들이 두 곳 정도 혁신금융 서비스로 인정받으면서, 이 시장에 뛰어든 것 같아요. 카사는 부동산이라는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건물 하나하나에 대한 수익증권이다 보니 안정적인 투자라는 점에서 강점을 지녀요. 배당도 주고, 시세 차익 가능성까지 겸비한 투자 상품이죠. 후발 주자들과 비교했을 때 카사는 이미 수익을 돌려준 검증된 회사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미 규제 안에서, 규제 기관의 감독을 받으면서 사업을 운영해 왔고 계속 교류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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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창완 대표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2년 전 싱가포르에 진출했고, 이곳 통화청으로부터 1년 2개월만에 수익증권 공모 및 2차 거래 라이선스를 받았다. 2년 안에 누구나 클릭 몇 번 만으로 홍콩 등 해외에 있는 자산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나아가 부동산 이외의 자산 거래도 구상 중이다.
“다양한 자산에 대한 도전과 실험을 할 거예요. 그에 따른 리스크를 걱정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조직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 타운홀 미팅 때 임직원들에게 했던 말이 있어요. 카사는 부동산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신뢰를 파는 회사입니다. 계속 신뢰를 팔 수 있는 회사,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조직 내에서부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이를 잃는 순간 다 놓칠 수 있고, 사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저희 임직원들이 되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책임감 있는 조직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