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주재 러시아 대사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던진 빨간 물감에 맞는 봉변을 당했다.
9일(현지시간) 가디안 등 외신은 러시아 뉴스 통신사가 공개한 비디오를 게재하고 세르게이 안드레프 대사와 일행들이 1945년 나치독일에 대한 연합군 승전 기념일에 바르샤바 구소련군 묘지를 찾아 헌화하려다 빨간 물감 세레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영상을 보면 러시아 대사와 일행은 빨간 물감을 온몸에 뒤집어 쓴 채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군중들에 둘러싸였고 일부 시민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었다. 소셜 미디어(SNS)에 올라온 다른 영상에선 반전 운동가들이 “파시스트” “살인자들”이라고 외치는 함성도 담겼다.
안드레프 대사는 러시아 타스 통신에 자기와 일행 중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시위대의 저지로 헌화에 실패한 대사 일행은 폴란드 경찰의 호위를 받아 현장에서 빠져 나갔다.
러시아 외무부는 폴란드가 군중의 도발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하고 즉시 헌화 행사를 다시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차 세계대전 중 희생된 2700만 명의 구소련 시민을 추모하는 올해의 승전절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백만 명을 수용한 폴란드는 모든 공식 기념행사를 취소했다.
이란을 순방 중인 폴란드 외무장관 즈비그뉴 라우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외교관들은 자국이 어떤 정책을 추구하든지 상관없이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폴란드 내무장관 마리우즈 카민스키는 트위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집단학살이 매일 벌어지는 데 대해 항의하는 집회는 합법적이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싸우고 있는 남편을 둔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시위에서 감정이 폭발한 것도 이해할만 하다”고 적었다.
이어 “폴란드 당국은 러시아 대사가 바르샤바에서 승전절에 헌화하는 걸 권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카로바는 “신나치 추종자들이 또다시 민낯을 드러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파시스트들과 싸우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사건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주요 통로인 폴란드 사이에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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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을 합병하려고 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쳐 왔고, 폴란드가 이달 초 러시아의 거대 에너지그룹 가즈프롬에 루블화 결제를 거부하자 가스공급을 중단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