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주재 러시아 대사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던진 빨간 물감에 맞는 봉변을 당했다.
9일(현지시간) 가디안 등 외신은 러시아 뉴스 통신사가 공개한 비디오를 게재하고 세르게이 안드레프 대사와 일행들이 1945년 나치독일에 대한 연합군 승전 기념일에 바르샤바 구소련군 묘지를 찾아 헌화하려다 빨간 물감 세레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https://image.zdnet.co.kr/2022/05/10/534cf8263f6c4a76a13a99ed89271660.jpg)
영상을 보면 러시아 대사와 일행은 빨간 물감을 온몸에 뒤집어 쓴 채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군중들에 둘러싸였고 일부 시민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었다. 소셜 미디어(SNS)에 올라온 다른 영상에선 반전 운동가들이 “파시스트” “살인자들”이라고 외치는 함성도 담겼다.
안드레프 대사는 러시아 타스 통신에 자기와 일행 중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시위대의 저지로 헌화에 실패한 대사 일행은 폴란드 경찰의 호위를 받아 현장에서 빠져 나갔다.
러시아 외무부는 폴란드가 군중의 도발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하고 즉시 헌화 행사를 다시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차 세계대전 중 희생된 2700만 명의 구소련 시민을 추모하는 올해의 승전절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백만 명을 수용한 폴란드는 모든 공식 기념행사를 취소했다.
이란을 순방 중인 폴란드 외무장관 즈비그뉴 라우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외교관들은 자국이 어떤 정책을 추구하든지 상관없이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폴란드 내무장관 마리우즈 카민스키는 트위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집단학살이 매일 벌어지는 데 대해 항의하는 집회는 합법적이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싸우고 있는 남편을 둔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시위에서 감정이 폭발한 것도 이해할만 하다”고 적었다.
이어 “폴란드 당국은 러시아 대사가 바르샤바에서 승전절에 헌화하는 걸 권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카로바는 “신나치 추종자들이 또다시 민낯을 드러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파시스트들과 싸우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사건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주요 통로인 폴란드 사이에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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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을 합병하려고 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쳐 왔고, 폴란드가 이달 초 러시아의 거대 에너지그룹 가즈프롬에 루블화 결제를 거부하자 가스공급을 중단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