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암호화폐발행(ICO)을 허용하는 등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수용하는 법제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가 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3일 ▲증권형, 비증권형 토큰별 투자자 보호 조치를 갖춘 ICO 규제 체계 마련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글로벌 규제 동향 반영 등을 가상자산 관련 국정과제로 명시했다.
■"글로벌 규제 추진 방향에 부합" ICO 제도화 검토에 호평
우선 업계는 지난 2017년 이후 금지된 상태였던 ICO가 합법화되는 점에 대해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흔히 블록체인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ICO를 하는 만큼, ICO 허용은 업계가 유망 기업 성장과 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최우선 과제로 꼽아왔던 사안이다.
ICO가 금지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 ICO를 하고, 국내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상장하는 식으로 규제를 우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불필요한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고, 국가적으로는 글로벌 자본의 투자금 유치 기회를 놓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따랐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이번 국정과제 내용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디지털자산 관련 공약 실행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금융 당국이 향후 투자자가 ICO 등을 통해 안심하고 디지털 자산을 투자 및 이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 보호 제도 마련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내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변하는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도 금융위원회를 가상자산 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로 언급해 관련 정책의 표류를 방지하려 한 것뿐 아니라 국내 ICO 여건을 조성한 점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표했다.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 초대 회장인 정지열 프로비트 이사는 새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에 대해 "지난 정부에 비해 진일보했으며, 국내 ICO 허용 및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뿐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금기시했던 대체불가토큰(NFT) 등 가상자산의 발행 및 상장 허용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구분해 규제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한 점에 대해서도 "세계적 표준에 근접한 체계"라고 봤다. 미국의 경우 각 암호화폐의 증권성 여부를 판별해 증권법 적용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 조치 필요, 신규 사업자 허들 돼선 안돼"
인수위는 국정과제에서 ICO를 허용하되, 증권형 토큰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발행되게 하고, 필요 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우선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자칫 자본금 규제 등이 혁신 스타트업의 진입을 막지 않도록 유연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블록체인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엽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자산이 장기간에 걸쳐 탈중앙화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는 특성을 고려해 증권성 여부를 3년이 지난 뒤 판단하고 있다"며 "국내 당국도 암호화폐에 대한 증권 해당 여부를 유연하게 판단하는 등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현재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암호화폐 상장 기준에 대한 규제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엽 판사는 "투자 금액이나 투자자 수를 단계적으로 분류해 차등적 규제를 도입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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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했던 가상자산 진흥기관 설립이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KDA는 이같은 입장을 발표하면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 지원이 없고, 투자자 보호만 언급됐을 뿐 신산업으로서 가상자산을 주목하는 공약이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원화마켓 운영 권한을 은행과의 제휴 여부와 연동해 가상자산 업계가 사실상 은행권의 간접 규제를 받는 점도 향후 새정부에서 개선해야 할 사안으로 지목됐다. 정지열 이사는 "가상자산 관련 제도 입법 과정에서 업계와 소통해 은행을 통한 간접규제 방식을 탈피하는 것이 정부와 업계의 숙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