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개별 은행에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관리 책임을 전부 부여하고 있다. 은행 혼자서 다 하기 힘든 일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자금세탁 징후나 의심 거래 등 전반을 감시하고, 거래소에 통보해주는 '가상자산정보분석원(가칭)' 같은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지난 27일 블록체인 기반 M&A 플랫폼 개발 기업 지비시코리아가 개최한 '대한민국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을 위한 정책 프레임워크 콘퍼런스' 기조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오정근 학회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오 학회장은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금융 당국은 암호화폐가 무엇인지 인식을 못했다고 본다"며 "전통 금융에 있어서는 매우 해박하지만 암호화폐는 위험한 것으로만 인식하면서 ICO를 인정하지 않는 등 암호화폐 관련 업계가 어두운 시기를 겪었다"고 평가했다.
암호화폐 정책이 규제에 치우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 ICO를 해왔고,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관련 산업이 성장하지 못했을 뿐더러 기업 입장에서도 비용이 늘어나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면서, 오 학회장은 새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 진흥을 위해 추진할 수 있는 정책들을 제안했다. 가상자산정보분석원은 그 일환이다.
현재는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의심 거래 여지를 판단해 원화 입출금 계좌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는 금융 당국의 책임을 은행에게 전가하는 것이란 지적이 있어왔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이 은행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계좌 발급부터 소극적으로 이뤄졌고, 이 때문에 원화계좌를 제공받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5곳에 그치는 등 산업 생태계가 붕괴된 것을 되돌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오 학회장은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컨설팅을 실시하고, 금융 당국의 인가를 받은 거래소에 대해 은행이 실명확인 원화 입출금 계좌 개설 여부를 결정하는 식으로 제도를 고쳐 은행의 부담을 덜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암호화폐 상장 제도에 있어서도 금융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이를 토대로 감독하는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오 학회장은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괜찮은지 아무도 알 수가 없는 상태"라며 "거래소가 이해상충 문제를 고려하면 상장하지 말아야 할 코인도 상장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금융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준수 여부를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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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 등을 통한 자율규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강력한 규제를 벗어나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특구도 제안했다. 오 학회장은 "현재 부산이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돼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라며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사후 규제하는 방식의 규제 프리 특구를 조성해 해외 기업도 진출을 고려할 만큼 법인세를 인하하고, 창업 공간을 지원하는 민간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의 기업 유인책을 제공하면 한국도 디지털 금융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