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미래의료가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해 개인·맞춤·예측의 방향으로 발전하리라 전망하지만, 이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신종 감염병·기후 위기·4차 산업혁명 등 급격한, 혹은 적대적인 변화 앞에 미래의료는 어떠한 방향이어야 할지 산·학·연과 함께 고민을 시작해본다. [편집자주]
매년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내원한 병원이나 검진센터에서 진땀을 흘려본 적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긴 대기 줄을 거쳐 가까스로 문진표를 작성하고 나면 손에 차트를 들고서 각 검사마다 긴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던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더욱이 검사를 받기위해 금식 상태에서의 긴 기다림으로 녹초가 되기 일쑤. 이제 이런 풍경은 과거의 일이 될 것 같다.
ICT기술과 모바일을 활용한 차세대 검진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 첨단 검진시스템은 대기 시간을 줄이고, 불필요한 종이 차트도 필요하지 않다. 건강검진 결과도 빠르게 모바일로 받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국내 의료기관 및 검진센터 중에서 첨단 검진 시스템 도입한 곳은 아직 그리 많지 않다. 지디넷코리아는 최근 차세대 검진시스템인 ‘KMI한국의학연구소 지능형건강검진시스템’(KMI Intelligent Comprehensive Medical Check up system), 일명 킥스(KICS)의 구축과 도입을 마친 KMI한국의학연구소 여의도검진센터를 방문했다. 종이가 없고 대기 시간이 짧아진 검진센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MI한국의학연구소 여의도검진센터. 센터 의료진들은 이튿날부터 활용될 KICS-RFID 오픈 사전 준비에 한창이었다. KICS-RFID가 도입되면 검진을 받기 위해 센터에 내원한 이들은 종이차트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대신 목걸이형 칩인 KICS-RFID가 하나씩 지급된다.
검사 희망자들은 모바일로 문진표를 작성, 예약을 한 이후 지정된 날짜와 시간에 센터에 내원하면 된다. 이후 검사 섹션마다 목걸이형 칩을 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담당 의료진에게는 칩에 내장된 환자의 건강검진 정보가 전달돼 원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고석문 여의도센터 의료지원본부장은 “이미 강남과 수원센터는 킥스(KICS) RFID를 도입해 PC·태블릿·스마트폰, 키오스크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검사실 대기 현황과 수검자 검사 현황 조회가 가능하다”며 “본원·여의도·광주·부산센터가 순차적으로 도입을 진행해 오는 7월 15일 구축이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RFID 도입은 킥스(KICS)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KMI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작년 4월까지 1단계로 차세대 검진시스템인 핵심인 킥스(KICS) 구축 사업을 마쳤다. 현재는 고객 편의시스템인 KICS_RFID 시스템을 순차 적용중인 상황.
이와 함께 kt ds와 롯데정보통신이 사업수행을 맡아 ▲예약등록 ▲문진작성 ▲순번/안내 ▲동선/대기 ▲결과관리 ▲고객서비스다양화 등 6개 대표 업무 프로세스 변화에 중점을 둔 킥스(KICS) 메인시스템이 구축됐다.
또 ▲IT인프라 ▲EMR ▲CHECKUP ▲PACS ▲MOBILE ▲CDIS ▲RFID 등 7개의 영역에서 시스템 전환도 이뤄졌다. 아울러 순번대기와 안내를 위한 키오스크와 전자문진·동의서·OMR·전자증명서 등도 편의 기능도 도입됐다. KMI의 7개 센터 모두에 적용되는 대단위 사업이었다.
KMI는 2019년 6월부터 두 달 동안 ISP(Information Strategy Planning, 정보화전략계획)를 진행한 후 같은 해 9월말부터 11월말까지 분석과 설계를 거쳐 본격적인 구축 공사를 진행했다. 킥스 시스템 오픈은 지난해 2월 광화문센터를 시작으로, 같은 해 4월 5일 여의도·수원·대구 센터가, 그달 12일에는 강남·부산·광주 센터에서 서비스가 시작됐다. 킥스 구축에는 약 100억 원이 들었다.
KMI가 킥스 시스템을 준비한 이유는 그간 사용하던 검진시스템의 기능상 한계 때문이었다. 고석문 여의도센터 의료지원본부장은 “이전의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했지만 20여 년간 사용하다보니 이용자의 니즈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발생했다”며 “기존 시스템이 제공하지 못하는 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직원들의 부수적 업무 증가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검진시스템 구축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말했다.
킥스(KICS) 도입에 따라 센터 풍경도 바뀌었다. 우선 킥스 EMR을 통해 건강검진과 외래진료 통합관리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이른바 ‘원스톱검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 킥스 CHECKUP도 눈에 띈다. 일반검진·종합검진·특수검진·출장검진 등 다양한 형태의 건강검진이 이전보다 원활해졌고, 검진 결과 관리도 편해졌다.
PACS 시스템은 이중으로 구축됐다. 장애 발생 시 복구 속도를 높일 수 있으며, 모바일로도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기존에 수작업으로 해야 했던 예약·접수·회원관리·견적서 관리·고객사업장 관리기능 등이 이제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간편하게 처리가 가능해졌다. 직원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관리하던 검사결과는 킥스 CDIS를 통해 장비에서 EMR과 CHECKUP시스템으로 즉시 전송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관련기사
- [미래의료] EU서 처음 방역 푼 덴마크 "오미크론, 사회 개방 운영 위협 안돼"2022.02.23
- [미래의료]"지금이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골든타임"2022.03.02
- [미래의료] "mRNA 백신만 해답은 아니다"2022.03.15
- [미래의료] "AI로 보람된 일 하고 싶었다…그게 의료분야"2022.04.05
직원들은 차트 분류와 별도 수작업을 안 해도 되고 환자들은 본인의 검사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낮아지니 검사 신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축적된 의료데이터는 별도 높은 보안성을 가진 클라우드센터에 보관된다. 먼지 쌓인 종이 차트가 산처럼 쌓인 모습은 정말로 과거의 일이 됐다.
고석문 본부장은 “킥스(KICS) 도입 이후 고객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대기시간을 30분~1시간 절약했으며 검사효율이 높아져 휴먼에러가 현저히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직원 입장에선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 대신 심화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