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 "mRNA 백신만 해답은 아니다"

자이코브디 생산해 개도국 백신 수출 준비 중인 엔지켐생명과학

헬스케어입력 :2022/03/15 05:00    수정: 2022/03/15 16:17

혹자는 미래의료가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해 개인·맞춤·예측의 방향으로 발전하리라 전망하지만, 이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신종 감염병·기후 위기·4차 산업혁명 등 급격한, 혹은 적대적인 변화 앞에 미래의료는 어떠한 방향이어야 할지 산·학·연과 함께 고민을 시작해본다. [편집자주]

엔지켐생명과학 손기영 대표

코로나19 유행 2년 3개월.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신 각축전은 개발, 확보 단계를 넘어 이제는 어느 국가에 어떤 방식으로 공급하는지를 두고 경쟁하는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그 중심에는 백신 접근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중저소득국가들(LMICs)이 존재한다.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유행 이후 일상회복을 전환하거나 전환을 준비 중인 소위 백신 선진국들과 달리 아직 기본접종도 받지 못한 국가들은 여전히 너무 많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이 부분을 주목한다. 이들은 인도 제약사 ‘자이더스 카딜라’와 기술이전계약을 맺고,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생산한 ‘자이코브디(ZyCoV-D) 백신’을 수출하려는 절차를 밟고 있다.

자이코브디는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생소하다. 그렇지만 전 세계 유일 pDNA 방식, 코로나19 델타 변이 대응 66.6% 예방효과, 100%의 사망예방률. 싸지만, 상온에서 보관 유통이 가능하다는 강점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백신이다.

손기영 대표는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와 국제기구들과 공조해 중저소득국가들에 백신을 공급하려는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코로나19 백신, mRNA 백신만 있는 것 아냐

-인도 제약사 자이더스 카딜라의 ‘자이코브디’ 백신의 추가접종(부스터샷) 임상시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임상 신청은 어느 국가를 염두에 두고 있나.

“엔지켐생명과학은 자이더스 카딜라의 글로벌 수출 확대를 위해 부스터샷 용도로 필요할 경우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시험이 진행된다면 예상지역은 자이코브디의 공급허가를 받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필리핀·베트남·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등 국가 가운데 한 곳에서 우선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Indian Express Online 유튜브 캡처

-자이코브디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린 코로나19 팬데믹을 해결하기 위한 백신 개발에 지질의약 합성기술과 의약품 수준 지질의 GMP 생산역량 등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핵산(DNA/RNA) 백신 사업에 참여했다. DNA 및 RNA 백신은 유전물질을 세포 내로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캐리어(carrier)로 의약품 수준 지질이 요구된다. 

마침 우린 first-in-class 작용 기전을 가진 지질 신약 EC-18을 개발하고 있었다. 핵산(DNA/RNA) 백신 생산에 필수 원료인 의약품 수준 지질의 개발 역량과 자체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DNA, RNA 백신 제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개발 역량이 있었다?

“우린 초기 코로나19 mRNA백신과 DNA백신 사업 진출을 동시에 추진했다.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과 논의를 한 결과, 인도 제약사 자이더스와 지난해 11월 자이코브디 제조라이선스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왜 소위 ‘핫한’ mRNA 방식이 아닌 pDNA백신에 집중하게 된 건가.

“자이코브디는 인도의약품관리국(DCGI)이 작년 8월 20일 긴급사용승인(EUA)한 세계 최초 pD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다. 자이코브디 백신은 ‘플러그 앤 플레이’ 기술을 바탕으로 백신의 플랫폼을 바꿀 필요없이 바이러스의 시퀀스만 변경하고 백신의 전체 구조 및 프로세스는 동일하게 유지돼 DNA 백신 구조를 신속히 재설계할 수 있어 빠르게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이코브디는 자이더스가 인도에서 약 2만8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3상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상대로 66.6%의 높은 예방 효능과 중등도와 중증에서 100% 사망예방률을 보여 효과를 입증했다. 12세 이상부터 접종이 가능한 백신이라는 점도 강점이었고, 어플리케이터(Pharmajet)를 통해 통증 없이 백신을 투여 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기존 mRNA백신에 비해 접종 비용이 저렴하다. 2~8℃ 조건에서도 보관 가능하여 25℃에서 최소 3개월 동안 안정성을 나타내므로 mRNA 백신보다 유통이 매우 편리하다는 강점도 갖고 있다.”

-코백스(COVAX)를 통해 자이코브디를 타국가에 공급하려면 국내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선구매가 필요하지 않나. 정부 입장은 어떤가.

“자이코브디를 타국가에 공급하기 위해 자이코브-디의 임상3상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보건기구 긴급사용목록(WHO EUL) 획득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후 WHO 품질인증(PQ)을 받으면, 코백스와 WHO는 물론 다른 백신 국제기구에도 우선공급계약을 맺고, 독점공급지역 8개국을 대상으로 DNA 백신을 직접 생산 공급할 수 있다.

WHO PQ 및 EUL 등록 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점판매지역에서 등록허가 절차가 단축될 수 있다. 국가별 우선순위를 설정해 올해 각국의 백신 정책과 등록허가 현황에 따라 코백스 퍼실리티, 감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와 여러 유통망을 통해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우린 코백스의 유통망을 활용하기 위해 올해 1월 CEPI가 운영하는 백신 원부자재 중개 플랫폼인 코백스 마켓플레이스(COVAX Marketplace)에 백신 제조·공급 회사로 등록했다.“

자이코브디(ZyCoV-D) 백신 (사진=자이더스 카딜라)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복제약 원료의약품 생산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우린 유엔 국제의약품구매기구 산하 ‘의약품특허풀(MPP)’에 팍스로비드 복제약 원료 생산 기업 입찰에 신청해 입찰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원료의약품의 생산은 당사의 원료의약품(Geniric API)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 역량을 활용해 진행할 계획이다.”

-엔지켐생명과학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은 여러 성장 동력의 계기가 된 것 같다. 실제 매출 변화에도 영향이 있는지.

“백신 사업은 현재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로, 백신사업의 특성상 철저한 준비과정과 원부자재 조달, 등록허가 절차, 시생산 과정 등이 있어 실제 매출발생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다만, 상반기 내 백신의 시생산이 예정돼 있고, 시생산 이후 본생산 및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이코브-디 백신은 상온 유통과 보관이 가능해 콜드체인 시설을 갖추지 못한 중·저소득국가에서 보급이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어 백신 수요가 원활히 발생할 것으로 본다. 수출 목표는 5억 달러다.”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코로나19 백신·치료제·진단 관련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19 특수는 언제까지 이어지리라고 보나. 거품도 있지 않을까.

“현재 글로벌 백신 공급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급증한 상태이다. 그렇지만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강력한 전염성으로 국내에서도 우세종으로 확산되며 코로나 확진 환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현재 오미크론 변이를 겨냥한 백신이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백신의 추가 접종과 증상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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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가 매우 다양해 향후 새로운 변종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고, 전염성 및 치명도가 얼마나 강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때문에 치료제만으론 변이 바이러스의 발생 속도를 억제하기 쉽지 않다.

결국 백신 개발을 통한 예방적 처치와 진단, 치료제 처방을 통한 사후 대처가 중증도 및 사망위험률을 줄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선 보조 수단인 치료제보다는 새로운 변종의 대응이 가능한 백신의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 관련 수요도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