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과 유료방송 기술중립성 도입을 위한 법안이 통과됐다. 업계는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22일 OTT업계와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진행된 법안2소위에서 통과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으로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망 이용계약과 관련된 법안은 의결이 보류됐다.
■ OTT, 법적 지위 부여받았다
국회는 이날 OTT를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역무로 정의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OTT 사업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자율등급제 등 진흥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OTT 사업자들은 법적인 지위가 마련됨으로써 영상콘텐츠 제작비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할 수 있게 됐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방송 프로그램 및 영화'에 대해서만 영상 콘텐츠 제작 비용 세액공제를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OTT를 영화비디오물진흥법에 따른 비디오 등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역무로 정의하고 있다. 앞으로 조세특례제한법에서 OTT 지원과 관련한 별도의 조항을 두면 세제지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입법을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OTT에 대한 세제지원 등의 법적인 근거를 만들기 위한 법안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굉장히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며 "앞으로 세제지원 등이 OTT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SO업계 "고도화된 사업 할 수 있을 것 같아"
유료방송 기술중립성 도입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당 개정안은 유료방송사업자가 전송기술을 자율적으로 선택·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면 유선인터넷(IP)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SO는 유선주파수(RF), IPTV는 IP방식으로 전송방식이 특정돼 있어 업계에서는 유료방송사가 기술 발전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정부는 중소SO에 대해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IP방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복수종합유선방송(MSO) 등에도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SO업계에서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신기술과 융합기술을 활용해 시청자에게 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RF방식은 주파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해진 주파수 안에서 방송, VOD, 인터넷, 음향 등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IP방식은 아예 방식이 달라 인터넷 속도를 높이거나 조금 더 고도화된 사업을 하는 데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망 이용계약법은 보류…공청회 가닥
다만 그동안 업계에서 빠른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던 망 이용계약 관련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과방위는 이날 망 이용계약과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6건에 대한 의결을 보류했다. 과방위는 빠른 시일 내에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를 모아 세부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당 개정안은 세부적인 내용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콘텐츠 사업자(CP)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에 대한 대가 지불하거나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소송을 진행하며 국내외로 큰 주목을 받았으며,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빠른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미국 정부가 당 개정안 입법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며 한국과 미국 간 통상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됐다. 법안2소위 개최에 앞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 대사 대리는 한 세미나에서 "망 이용계약 관련 법안은 해외 기업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게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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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부사장도 지난 20일 블로그를 통해 "망 이용계약 관련 법안이 입법화되면 한국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치고, 유튜브가 한국 크리에이터 성공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저해할 수도 있다"며 과방위 의원들에게 망 이용계약 법안 관련해 설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일단 공청회가 빨리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사청문회와 지방선거에 이어 하반기 21대 국회 후반기 과방위원 교체 이슈가 있는 만큼 논의가 아예 연말로 지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계류 중인 법안들은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국내 인터넷 자원을 무제한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을 시정함으로써 국내 CP들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