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청사진을 그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8일 출범 한 달을 맞았다. 반환점을 훌쩍 돌아 마지막 2주일 가량의 활동 기간을 남겨두고 있다. 인수위 내부에선 쉼 없이 달려왔지만, 정부조직 개편을 미뤘고 국정과제 선정 작업이 비공개로 이뤄지면서 존재감을 찾기 쉽지 않다.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여소야대 정치 지형도에서 인수위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인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운영 동력을 마련하는 점에서도 인수위의 활동보다 내각 인선의 국회 인사청문을 통한 검증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단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와 같은 시선을 고려한 듯이 이날 인수위 출범 한달 기자간담회에서 “여소야대 국회와 협치가 가능하고 국민 지지를 통한 국정운영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정말 살얼음판을 걸어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청와대 집무실 이전, 현 정부와 협조 관계, 공동정부 운영을 둘러싼 논란 등이 있었지만 인수위는 국정철학과 국정과제 정리에 대해서는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역대 어느 인수위보다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존재감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저희 나름대로 4주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 정치적 쟁점에 분위기 어수선
인수위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새 정부 국정 밑그림을 짜는 일이다. 당선인이 취임 이후 행정부를 이끌고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안을 꼽는 일이 인수위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업무 추진 방향에 맞게 정부조직 개편 논의도 함께 이뤄진다.
하지만 20대 인수위는 국정과제 선정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당선인의 공약 중심으로 정부부처의 추진방안 보고가 이뤄졌지만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 아울러 정부조직 개편 논의도 인수위 이후로 미뤘다. 윤석열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표적인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인수위 단계부터 논의가 중단된 셈이다.
인수위 활동에 물음표가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국정과제가 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데 당선인 취임 이후 여소야대 의회 환경을 돌파하지 못할 것이란 점 때문에 인수위 무용론까지 불거졌다.
그런 가운데 인수위 구성 초기부터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이슈가 정치적인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인수위 활동이 가려졌다. 1기 내각 인선 구성을 두고 공동정부가 무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고, 일부 인수위원 교체까지 이뤄졌다. 또 최근에는 검수완박에 더불어 일부 내각 인선에 국회의 검증 과정에 관심이 옮겨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 인수위, 결국 국정과제 선정 힘 실어야
남은 활동 기간 인수위의 존재감은 국정과제에서 찾아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은 공약 이행을 비롯한 국정과제 방안 추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현재 국정과제 2차 선정까지 마친 상태다. 최종 선정은 5월2일로 예정됐다. 인수위 출범 이후 2주 동안은 당선인의 공약에 맞춰 각 부처가 마련해온 공약 이행 추진방향 보고에 따라 국정과제가 선정됐다면, 이후에는 부처 간 융합과제와 지역별 과제 등의 논의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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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이 취임 전 직접 발표하게 될 국정과제는 대표적 꼭지인 국정과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실천과제로 구성될 예정이다. 당선인이 앞서 밝힌 것처럼 민주당의 대선 공약도 일부 포함될 전망이다. 관심은 과제별로 부여할 중요도와 함께 이행 목표 시기를 비롯해 국민 공감과 협치 가능성 등이다.
향후 발표될 국정과제가 단기적 과제와 중장기적 과제로 나뉜다면, 우선 단기 과제는 국민이 곧장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 국회서 법 개정이 쉽지 않아 대통령령 개정만 거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정과 상식, 통합과 미래에 앞서는 국민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아울러 중장기 과제는 정치권의 협치를 이끌어 낼 설득력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