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반도체 업계가 연이어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 조치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의 올해 임금인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통상적으로 임금인상을 2~3월에 실시했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임금인상 발표가 4월까지 미뤄진 적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매년 임금인상률을 결정해왔으나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별도로 임금교섭을 요구하면서 연기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사측과 임금교섭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역대 최고 수준인 15.7%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 노조가 사측에 요구했던 44개 조항에는 전직원 연봉 1천만원 일괄 인상, 매년 (전기)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이 포함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IT·반도체 경쟁 업체에서는 높은 폭의 임금인상 발표가 이어지면서 상반된 분위기다.
LG그룹은 계열사 임금을 모두 최고 수준으로 인상키로 결정했다. 먼저 지난 7일 LG이노텍은 올해 임금을 역대 최고치인 1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8일 LG전자는 지난해 9%에 이어 올해 임금을 8.2%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의 2020년 이전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연 4% 수준이었기에 올해 인상은 파격적인 인상폭이다. 또 LG CNS는 지난 15일 10% 임금인상에 이어, 오늘 LG디스플레이는 임금 8%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임금 인상폭은 2010년 초반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번 임금 인상이 반영된 결과 올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신입사원 초임은 지난해보다 300만원 오른 4천900만원이 됐다. LG CNS 신입사원 초임은 5천만원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LG그룹은 경쟁 업계 대비 초봉이 낮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인재 확보 경쟁으로 인해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등 IT 플랫폼 기업에서 초봉 5천만원 이상을 제시하기 시작하면서 LG전자 또한 역대급 임금 인상 움직임에 합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수 인재 확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다.
몇년 전부터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업계 또한 인재 확보를 위해 임금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DB하이텍은 지난 5일 올해 임직원 초임 연봉을 기존 4천200만원에서 4천800만원으로 14.3% 인상키로 했다. 이는 삼성전자 초봉(4천800만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려준 것이다. DB하이텍은 성과급 제도도 기존 연봉의 최대 33%까지 받을 수 있던 한도를 올해 50%까지 받을 수 있도록 변경했다. 신입사원의 경우 7천2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1조2천147억원을 내면서 사상 처음으로 1조원 연매출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 인재 쟁탈전이 심화되는 가운데 DB하이텍은 업계 최고 수준 임금에 동참해 인재를 확보하고 반도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전년의 두배 수준인 8% 임금인상을 확정했다. 이는 성과급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SK하이닉스 노조와 합의한 결과다. 신입사원의 초봉은 기존 4천만원대에서 5천40만원으로 늘어나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또 연말 성과금은 기본급의 1000%를 주기로 결정했다. 올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출범 10주년을 기념해 기본급 200% 규모의 특별축하금과 2주 80시간 근로시간을 채운 직원들에게는 월 1회 금요일 휴무를 제공하는 등 임직원 처우를 높였다.
삼성전자의 올해 임금인상 일정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주 이재용 부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결과 지난 14일, 15일 이틀간 사측과 실무교섭을 가졌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임금을 7.5% 인상했으며,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4천450만원에서 4천800만원으로 올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국내 사업장 임직원 수는 11만2천868명,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4천400만원으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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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높은 실적에 맞게 직원들에게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과도한 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 부작용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따른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역 봉쇄,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건비까지 한꺼번에 인상할 경우, 경제 침체기가 올 때 기업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