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그 동안 관망적 태도를 보이던 디지털 화폐(CBDC) 도입 검토에 최근 적극적으로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이 CBDC 도입을 적극 추진하자, 디지털 통화 시대에서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을 우려해 이같이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는 '미국의 CBDC 정책 최근 동향 : 관망에서 가장 시급으로 입장 변화' 보고서를 지난 11일 내고 이같은 해석을 내놨다.
보고서는 지난 2년간 미국이 CBDC 도입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이는 현재 달러가 지닌 국제적 지위 및 그로 인한 미국의 금융 시장 리더십 등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의 중요성이 급격히 증대하고 중국의 CBDC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이런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중국 CBDC '디지털 위안화'가 실용화 단계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으며, 홍콩 태국 등 주변국으로 구성된 초국경 은행 간 결제 시스템(CIPS) 위안화 블록 구축이 추진되는 점을 언급했다.
■美 정책·기술 보고서 살펴보니…"CBDC, 거래정보 보호&오픈 플랫폼 돼야"
미국의 이런 행보는 올초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미국 달러를 다룬 보고서를 발간하고 CBDC 도입에 대한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다음달인 2월에는 보스턴 연방준비은행과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디지털 통화 이니셔티브 팀이 CBDC 프레임을 기술적으로 설계한 '해밀턴 프로젝트 1단계'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달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CBDC,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보고서를 관련 부처가 발간하고 규제 및 정책 방향을 신속히 모색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보고서에서 박동욱 KISDI 디지털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서 발간된 CBDC 관련 보고서들의 내용을 분석했다.
Fed 보고서의 경우 정책적 측면을 다룬 것으로, 당초 예상보다 달리 CBDC의 필요성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검토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봤다. 이는 CBDC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FeD 이사 간 의견이 상이했고, 도입 방식에 대해서도 각계 다양한 의견이 있어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데에 의의를 둔 것으로 평가했다.
해밀턴 프로젝트는 기술적 측면에서 CBDC를 연구한 것으로, 보고서에서 다룬 1단계에서는 결제 속도와 안전 및 회복탄력성, 개인정보 보호 등 최소한의 정책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프레임워크를 구축 및 시험했다. 분장원장 기술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암호화폐의 주요 기술들을 접목했다. 연구 결과는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두 보고서는 CBDC에 대해 개인 거래 정보가 보호되고, 언제든지 소비 수단으로 쓰일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中 디지털 위안과 '개인정보 보호' 입장차…유로권과 블록 형성 전망
미국에서 제시된 CBDC의 방향성을 살펴보면 민주주의 가치와 법치주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고 KISDI는 짚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는 것은 중국 디지털 위안화와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디지털 위안화는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 방식을 사용하며,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부 개입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
유럽의 경우 미국과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보호를 CBDC 관련 최우선 요구사항으로 보고 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기술 설계는 제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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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DI는 "개인정보 보호는 미국-중국 진영의 CBDC 원칙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요구 사항으로 정책과 기술의 설계에 반영돼 향후 상이한 CBDC 블록을 형성할 것"이라며 "디지털 달러의 기술이 디지털 유로권의 주요 기술 요구사항에 반영될 경우 미국 기술 기반의 미국-유럽 중심의 디지털 화폐 표준 블록 형성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즉 미국이 미래 국제 디지털 금융 산업의 혁신과 거버넌스 선점뿐 아니라 지정학적 경쟁 측면에서도 CBDC 아키텍쳐 설계와 개인정보 보호 및 정보보안 관련 규범과 기술 표준을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미국이 CBDC를 플랫폼으로서의 상호 운영 가능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오픈소스는 이를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