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빙로봇 2.0 기반 국내 최고 외식업 자동화 솔루션 기업 되겠다"

[윤기자의 스타트업] 국내 서빙로봇 1위 브이디컴퍼니 함판식 대표

디지털경제입력 :2022/04/15 15:28    수정: 2022/04/15 15:48

뷔페 고객이 테이블 위 호출 벨을 누른다. 그러자 사람이 아닌 로봇이 다가와 빈 그릇을 가져간다. 로봇은 음성을 추적해 사람이 빈 그릇을 주기 쉽도록 자세를 잡고 각도를 맞춘다. 대기 장소로 돌아가다 사람과 마주치면 잠시 멈춰선다.

식당 안에 로봇이 여러 대 있을 때는, 로봇 끼리 소통하고 협업한다. 호출 벨이 눌리면 로봇들은 자신의 위치와 작업 데이터를 서로 주고 받아 누가 가장 먼저 호출 테이블에 도착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재빨리 움직인다.

함판식 대표가 이끄는 브이디컴퍼니의 자율주행 서빙로봇이 도입된 뷔페 레스토랑 애슐리퀸즈의 일상 모습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식당 안 풍경이다. 그러나 이런 서빙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현실로 실현시킨 사람이 바로 함 대표다.

한 식당에서 브이디컴퍼니 서빙로봇이 움직이고 있다. (사진=브이디컴퍼니)

그는 2019년 회사를 설립, 국내 서빙로봇 시장을 일군 개척자다. 지난달 기준 1천 100개 매장에 서빙로봇 2천대를 누적 공급했다. 공급한 로봇들은 지구 열 두 바퀴 거리에 달하는 주행 거리를 기록하며 지금도 외식 업장을 누비고 있다.

함 대표는 이제 국내 서빙로봇 시장 점유율 1위를 넘어, 서빙로봇 중심의 외식업 자동화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도 앞다퉈 로봇 시장에 진입하면서 서빙로봇 시장은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올해 '서빙로봇 2.0'을 발표한 함 대표는 "AI 서빙로봇을 중심으로 한 외식업 자동화 솔루션으로 경쟁력을 갖췄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시장에 나온 서빙로봇은 정해놓은 동선으로만 주행하고, 장애물을 인지해 멈춰서는 정도로 움직여요. 딱 기본 기능만 갖춘 서빙로봇을 1.0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브이디컴퍼니는 호출 벨 연동, 룸 도착알림, 태블릿 주문까지 할 수 있는 서빙로봇 2.0을 만들었어요. 로봇과 다양한 스마트 장비를 연결한 거죠. 이를 바탕으로 로봇이 주문받고 서빙까지하는 토탈 외식업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브이디컴퍼니 함판식 대표(사진=지디넷코리아)

■ 서빙로봇 시장은 성장 진입기...자동화 솔루션 효율성 입증이 핵심

함 대표는 서빙로봇 시장이 아직 초기 성장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이 크려면 서빙로봇을 활용한 외식업장 자동화의 효율성을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고객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브이디컴퍼니는 사업 초기인 2019년 1천 322 제곱미터(약 400평) 규모 식당에 서빙로봇을 공급했다. 식당 점주는 서빙 담당 직원이 부담하는 고된 노동에 관해 고민했다.

고객이 오면 주문, 물·음식 서빙, 반찬 리필, 퇴식까지 보통 테이블 당 직원이 대여섯번 정도 다녀간다. 매장이 넓으면 서빙 노동은 더 고단하다. 일이 바쁠 땐 손님 호출에 응대하는 속도도 느려지게 마련이다. 지금 이 곳 식당에서는 브이디컴퍼니의 서빙로봇과 사람이 함께 일하고 있다.

함 대표는 "식당 매니저가 '로봇 덕분에 다리가 덜 아프다'고 했다"며 "원래 그 식당은 홀 서빙 직원을 7명 뒀는데, 서비스 질을 높이고, 사업을 키워 현재 홀 서빙 직원만 20명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힘든 일을 대신해 사람을 보조하는 로봇의 역할을 알리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브이디컴퍼니 서빙로봇. 왼쪽부터 홀라봇, 벨라봇, 케티봇 (사진=지디넷코리아)

브이디컴퍼니는 서빙로봇의 쓰임과 생산성을 알리기 위해 로봇 공급 뒤 이어지는 유지·보수에도 차별화된 지원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로봇이 고장나면 전국 4개 직영지사, 14개 서비스센터, 100여 명의 로봇 전문인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몇 시간 안에 로봇을 수리·교체해 업장의 영업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같은 애프터 서비스가 브이디컴퍼니 서빙로봇 솔루션의 가장 큰 장점이자 차별화 포인트다.

함 대표는 "4년째 고장 없이 우리 로봇을 쓰는 매장도 있다"며 "로봇도 전기차처럼 전기로 움직이고, 부품이 비교적 단순해 고장이 적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처럼 로봇의 소프트웨어도 지속해 업그레이드한다. 최근 공개한 서빙로봇 2.0의 호출, 로봇 간 연결 기능도 기존 공급된 로봇에 지원된다.

■ AI 리테일 시스템·엘리베이터 타는 배달 로봇 등 사업 확장 나서

함 대표는 서빙로봇 뿐만 아니라 '한국형 아마존고'라 불리는 AI 리테일 시스템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말하자면 컴퓨터 비전 기술, 딥러닝을 활용한 편의점 자동화다. 고객이 관련 시스템 앱에 결제 수단을 등록한 뒤, 편의점에서 물건을 골라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식이다.

함 대표는 "야간 운영까지 하는 편의점은 인건비 부담이 특히 크다"며 "매장 운영 효율을 높이고, 사람은 재고 점검 등 관리자 역할을 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브이디컴퍼니는 배송로봇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함 대표는 "실·내외를 모두 오가는 로봇을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엘리베이터를 타는 기능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자유롭게 탈 수 있어야 사람처럼 물건, 음식 등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4족 보행 배송로봇로 계획하고 있다. 

한 식당에서 브이디컴퍼니 서빙로봇 자율주행 경로를 설정하고 있다. (사진=브이디컴퍼니)

■ "더 편한 일상 찾기 위해 로봇 사업 시작"

함 대표는 "AI와 로봇을 이용해 더 편한 일상을 만드는 것이 브이디컴퍼니의 가치"라고 말했다. 이는 그가 서빙 로봇 사업을 시작한 이유기도 하다. 함 대표는 AI와 로봇이 사람의 삶을 보조할 수 있는 분야를 찾던 중 식당 서빙 직원을 눈 여겨 봤다.

"매장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홀 서빙 직원이 쉬는 시간에 다리를 높이고 누워있을 때가 많더라고요. 몇 시간 내내 무겁고 뜨거운 음식 그릇을 나르면 다리가 퉁퉁 붓고, 손목이 저리겠죠. 이렇게 사람의 수고를 더는 데 AI와 로봇을 활용하고 싶었어요."

식당 직원이 브이디컴퍼니 서빙로봇을 이용해 음식을 내놓고 있다. (사진=브이디컴퍼니)

그는 향후 서빙 등 서비스 로봇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주 노동자가 국내에 많이 들어오지 못하는 등 인력 시장 상황이 바뀌고, 점점 노동 인구가 줄어들며 생기는 공백을 로봇이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올해 회사 성장 목표도 크게 잡았다. 지난해 실적 20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5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서빙로봇 공급에만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서빙로봇을 중심으로 주문부터 퇴식까지 전 과정을 토탈로 아우르는 외식업 자동화 솔루션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함 대표는 "이제 국내에서 외식업 자동화 솔루션을 가장 잘 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성장 의지를 드러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