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생길 '포스트 4차위'도 행정 실행력 확보가 관건이다

[창간22주년 특별기획3: 포스트 4차위]②4차산업 콘트롤타워의 중요성

방송/통신입력 :2022/05/06 14:08    수정: 2022/05/06 17:06

대통령직속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오는 8월22일 종료된다. 5년 전 4차위는 문재인 정부의 ICT 정책 방향의 핵심으로 꼽혔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한국형 뉴딜 사업을 바탕으로 전 산업 분야에 5G,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핵심 인프라와 솔루션을 이식해 경제‧사회‧문화 혁신을 일궈내겠다는 목표였다. 이를 바탕으로 ICT 강국의 위상을 추격자 입장에서 선도자 역할로 바꿔놓겠다는 야심찬 포부였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4차위가 데이터 콘트롤 타워로써 징검다리 역할을 한 만큼 새 정부의 대통령직속위원회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 산업의 데이터혁신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는 7월 출범할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디지털플랫폼정부TF가 만들 위원회에 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편집자주]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해 국무총리와 민간 공동위원장 체제를 갖추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데이터 정책을 총괄할 수 있도록 추진체계가 확대 개편됐다. 국가적인 데이터 정책 콘트롤타워를 맡으면서 민간이 제안하고, 관계부처가 실행에 옮기는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이다.

데이터 정책 콘트롤타워 역할이 주어진 뒤 ‘대한민국 데이터 119 프로젝트’를 마련해 11대 실천과제와 국민 체감형 성과 창출이 가능한 9대 서비스를 구현하는 청사진을 내놨고 4차위 산하에 민간 데이터 전문가 50명이 모인 데이터특별위원회도 가동했다.

윤성로 위원장은 지난 5일 데이터특위를 주재하면서 “지난해 2월 출범한 데이터특위는 1년 넘게 활동하면서 245차례에 걸친 분과회의와 분과장 협의회, 10차례의 특위를 통해 총 31건의 안건을 발굴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중심으로 데이터 정책 현안 논의에 집중해왔다는 뜻이다. 다만, 4차위가 설립되면서 줄곧 지적된 법적 지위에 따라 강력한 실행력이 없었던 점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지 못했다. 모법 없이 대통령령으로만 설치되면서 범부처 정책 심의 조정이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 민간 의견 수렴-조정 ‘해커톤’

4차위는 출범 당시 범부처를 아우르는 독립기구 역할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설치 법적 근거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면서 정책의 결정 권한을 갖추지 못했다. 사실상 자문위원회 형태로 운영되면서 심의 조정에 집중해야 했고, 실행 권한을 대신해 이해관계자 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면서 해커톤을 활용했다.

규제혁신 해커톤으로 데이터 3법의 논의를 이끌어낸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시장뿐만 아니라 민관이 함께 고민해야 했던 당면과제로 꼽히던 사안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을 통해 EU 개인정보보호지침인 GDPR에 대비해 비식별 처리 개인정보를 뜻하는 가명정보의 법적 개념을 도입시켰다. 해커톤으로 마련된 의제가 국회에서 법 개정으로 이뤄지며 최근 마이데이터 신산업 창출까지 이르게 했다.

데이터 3법 논의를 발전시킨 것과 달리 수차례의 해커톤은 무위에 그치기도 했다. 이를테면 당시 카풀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논의에서 해커톤에 택시업계가 불참하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4차위 출범 시기부터 화두가 됐던 블록체인 논의는 해커톤 의제에 오르지도 못했다.

예산조정권이나 각 부처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신 4차 산업혁명의 본질적 요소로 일컫는 이해관계자의 갈등 조정에 집중했지만, 이 기능을 수행하는데도 쉽지 않았다.

■ 정부 내 정책조정 기능 필요했다

4차위가 AI 범국가 위원회 역할에 이어 데이터 정책 콘트롤타워를 맡게 되면서도 부족한 행정력이 일부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4차위 위상에서는 부처 간 정책조정이 시장의 기대를 따르기에는 역부족인 점이 보였다.

4차위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부처마다 분산된 데이터 정책은 종합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필요한데 구체적인 성과를 두고 부처 간 경쟁이 있다”며 “조율된 방향으로 나가는 조정과 강화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 이후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이와 같은 정책조정 기능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정부 내 정책조정을 넘어 사회적 합의까지 도출하기 위한 범부처 협업체계, 실질적 업무 추진력이 더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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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법경제학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혁신은 디지털 역량의 격차를 만들고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충돌을 일으키고, 기존의 제도는 미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년 간 4차위가 가장 큰 역할을 했고 추구하고자 했던 점이 하나의 부처에 귀속되는 구조를 탈피해 범부처 논의를 진행한 것과 민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민관 협조체제를 구축한 것”이라며 “다부처 협업체계 안에서 효과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강력한 조정 기능을 가진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