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Z9은 FX포맷(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한 미러리스 카메라다. 4천571만 화소 적층형 CMOS 센서와 엑스피드7 영상처리엔진을 탑재했다. 사람과 동물, 교통수단 등 총 9개 피사체를 자동으로 감지해 초점을 맞추는 AF 시스템도 내장했다.
Z마운트 렌즈 이외에 FTZ 변환 어댑터를 이용해 기존 DSLR 카메라용 렌즈도 장착 가능하다. 사진 저장매체는 CF익스프레스 카드나 XQD 카드를 이용한다.
8K 30p 동영상을 레코더 등 별도 액세서리 없이 최대 125분 기록 가능하며 4K 영상 촬영은 초당 120/60/30프레임으로 기록한다. 애플 프로레스 422 코덱도 지원한다. 가격은 본체(바디) 기준 649만 8천원.
■ 가로·세로 모두 편리한 다이얼·버튼 배치
Z9의 버튼과 다이얼 등은 Z7 Ⅱ 등과 차이가 없다. 다만 본체 바닥을 배터리 수납부 겸 세로 그립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오른손 엄지·검지가 닿는 곳에 각종 다이얼과 조그 스틱 등을 풍성하게 달았다.
마운트 옆에 달린 버튼 4개와 세로 그립에 추가된 버튼은 설정 메뉴를 통해 원하는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무게는 순수 본체 기준 1.16kg로 DSLR 플래그십 제품인 D6(1.27kg) 대비 약 110g 줄었고 크기도 D6 대비 다소 줄어들었다.
니콘 카메라의 그립은 그동안 손에 잘 맞고 손바닥에 잘 잡히는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Z9 역시 이런 장점은 그대로 계승했다.
터치식 LCD 모니터도 상하 이외에 좌우로도 각도를 틀 수 있지만 180도 회전(스위블)은 안 된다. 그러나 이 카메라의 주된 용도가 다른 사람이나 사물 촬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단점은 아니다.
■ 촬영음이 없는 완전 전자식 셔터
Z9는 지금까지 니콘 Z시리즈 미리러스 중 처음으로 완전 전자식 셔터만 쓴다. 셔터 버튼은 그 순간 센서에 담긴 데이터를 메모리카드로 내보내는 역할만 한다. 초기 설정에서는 사진이 찍히는 순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과거 DSLR 카메라처럼 일정 시간 촬영 후 컷 수를 확인하며 셔터 박스 교체 주기를 걱정하던 부담에서는 완전히 해방됐다. 그러나 셔터를 누르는 순간 손 끝에 전해지는 적절한 반동과 너무 가볍지 않은 작동음도 함께 사라졌다.
또 실제 촬영에서는 야생동물 등을 찍지 않는 한 무음 촬영을 쓸 일도 의외로 적다. 결국은 사진 피사체가 된 사람에게 한 컷 촬영이 끝났음을 알려 주기 위해서, 또는 나 스스로 '한 컷을 찍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전자식 셔터음을 켜게 된다.
■ 고속 메모리·영상처리엔진으로 쉴새없는 촬영 가능
Z7 Ⅱ 등이 빠른 처리를 위해 엑스피드(EXPEED)6 영상처리엔진을 두 개 단 반면 Z9은 엑스피드7만 쓴다. 4천500만 화소 사진을 쉴새없이 처리해야 하는 가혹한 환경에서도 곧잘 버틴다.
최고화질 JPG 파일과 RAW 파일 촬영시 두 파일을 합치면 사진 한 장당 최대 80MB에 가깝다. 전자식 셔터 특성상 연사 버튼을 누르면 JPEG·RAW 파일이 순식간에 메모리 카드에 가득 차지만 기록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지연도 없다.
노출값이 다른 두 사진을 합성하는 HDR 처리 속도도 빠르다. Z7이나 Z6에서는 사진 촬영 후 RAW 파일 기반으로 HDR이 적용된 파일을 얻을 때까지 약 1초 내외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Z9은 촬영 직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처리를 마친다.
단 카메라 성능을 온전히 살리려면 아직도 비싼 CF익스프레스(타입B) 메모리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출시 후 2년여가 지난 지금도 128GB 제품이 30만원 전후, 256GB 제품은 60만원 전후를 오간다. JPEG/RAW 분산이나 백업 등을 위해 메모리 슬롯을 모두 채우려면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다.
■ 4천500만 화소로 디테일과 화질의 균형 추구
일정 크기 센서에 어느 정도의 화소 수가 적절한지는 항상 논쟁의 대상이다. Z9는 Z7 Ⅱ와 같은 4천500만 화소를 선택했지만 디테일과 심미성,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인 처리 속도 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빛이 충분한 맑은 날에는 ISO 감도를 64까지 낮춰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는 ISO 1600 정도의 감도를 활용해 셔터 속도를 확보하면서 거칠지 않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A 모드(조리개 우선)에서 촬영하며 느꼈던 소소한 불만도 있다. 주위가 어두워지면 셔터 속도를 늦춰 광량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밤에 찍은 사진을 밤처럼 찍으려는 의도와는 부합하지 않는다. 자동 모드조차 없는 이 카메라에는 불필요한 친절이다.
■ 비행기도 쫓아가는 동체 추적 오토포커스
Z9의 피사체 인식 기능에는 다른 회사 제품에 없는 비행기 인식 기능이 있다. 인천공항 활주로로 내리는 여객기나 화물기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엔진과 날개가 인식되는 시점부터 동체 전체에 초점을 맞춘다.
도심 빌딩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새, 혹은 평일 오후 공원에서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 등 동물도 곧잘 인식한다. 초점거리가 먼 망원렌즈로 얼굴을 클로즈업하면 동물의 눈에도 초점을 맞춘다.
■ 스튜디오 촬영 위한 워크플로우 충실
Z9은 스튜디오 촬영을 위한 워크플로우도 충실하게 갖췄다. 조명 동조용 단자와 기가비트 이더넷 이외에 USB-C 케이블을 이용한 테더링도 지원한다. 윈도 운영체제와 맥OS(인텔/M1)를 모두 지원하는 무료 앱 'NX테더'를 쓰면 촬영 사진이 실시간으로 넘어온다.
쉽게 촬영 장소를 찾을 수 있는 도심이 아닌 오지나 야외 촬영시 유용한 GPS 모듈도 내장했다. GPS, 글로나스, QZSS 등 3개 위성 신호를 직접 수신하지만 배터리 작동 시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니콘은 Z9 배터리(EN-EL18d) 완전 충전 후 최대 740장 내외를 찍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완전 충전 후 스마트폰으로 사진 전송, 연사 시험, 뷰파인더와 LCD 모니터를 활용한 촬영 등을 병행한 결과 659컷 촬영 시점에서 39%, 711컷 촬영 시점에서 21%를 남겼다.
배터리 용량이 20% 이하로 내려간 시점부터는 장시간 LCD 모니터를 촬영하면 배터리 소모가 급격해진다.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는 겨울철 촬영이 많다면 추가 배터리, 혹은 USB-PD로 15W(5V, 3A) 출력이 가능한 보조배터리와 USB-C 케이블을 챙기는 것이 좋다.
■ 카메라 본체는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러리스 카메라가 상업사진, 혹은 프레스용 시장에서 DSLR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결혼식장에서, 그리고 상업 사진에서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활용하는 사례를 여러 번 목격한다.
Z9의 정신적인 선조는 상업 사진을 촬영해야 하는 작가, 혹은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사진기자를 노렸던 D6(2020)다. 연사 속도와 처리 성능, 디테일과 화질 면에서 D6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배터리 지속시간도 최대 700매까지 늘어났다. 컷 수에 신경을 쓰고 셔터 충격에 신경써야 하는 미러가 달린 DSLR을 더 이상 고집할 이유가 없다.
Z9의 활동 범위를 좁히는 가장 큰 복병은 오히려 렌즈다. 스포츠 등 영역을 커버할 때 필요한 초점거리 400mm 상당 Z마운트 렌즈는 현재 단 두 종 뿐이다. 아직까지는 초점거리를 1.4배, 혹은 2배 확대해 주는 텔레컨버터나 FTZ 변환 어댑터에 기대야 한다.
▶ 샘플 사진(JPEG/RAW) 원본 다운로드 (원드라이브) :
https://1drv.ms/u/s!Aj8f0v7tesPMgY0OgLkucVRmljUkZw?e=ZkS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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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에 쓰인 렌즈 정보는 EXIF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샘플 사진은 카메라 평가용으로만 활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리·비영리 2차 활용과 가공, 재배포에는 촬영자의 서면 동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