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유발" 암호화폐 채굴 사라지게 될까

시장 퇴출·구조 개선·전력 소모량 최소화 등 시도 등장

컴퓨팅입력 :2022/04/02 15:51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비판받는 작업증명(PoW) 방식 암호화폐를 퇴출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PoW 방식은 컴퓨팅 연산 작업(채굴)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금전적 수익을 노려 채굴 전문업자들이 등장하면서,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 의식이 고조됨에 따라 각계에서 PoW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PoW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하는 방안이나 암호화폐를 비(非)PoW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 PoW 암호화폐 채굴 과정에서 소모되는 전력량을 대폭 줄이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불법 채굴장 내부 (사진=우크라이나 보안국)

■ 세계 곳곳에서 '채굴 금지법' 논의 잇따라

작년 중국이 암호화폐 채굴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유럽, 뉴욕 등 지역에서 PoW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유럽 의회 경제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4일 통과된 암호화폐 규제안 'MiCA(Market in Crypto-Assets)'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PoW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하는 조항 포함 여부를 검토했다.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점이 금지 사유였다.

초안에 해당 조항이 포함되자 암호화폐 업계가 이에 반발하면서 최종적으로는 규제안에서 조항이 빠졌다. 대신 경제통화위원회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대해 오는 2025년까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암호화폐 채굴 활동을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전환되게 하는 법안을 만들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기. (사진=픽사베이)

뉴욕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해 PoW 암호화폐 채굴을 2년간 퇴출하는 법안이 최근 제안됐다. 뉴욕주 의회 환경보존위원회는 지난 22일 해당 법안을 상원에 발의했다. 뉴욕주 상·하원 투표와 주지사 서명 절차를 거친다면 채굴 금지가 시행될 수 있다.

이들이 PoW에 대해 갖는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 일례로 정부가 암호화폐 채굴을 장려하던 카자흐스탄의 경우 지난해 11월 방침을 바꿔 정부 등록 채굴업자 50명에 한해 전력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암호화폐 채굴 시도가 늘면서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등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채굴 없애면 비트코인 환경 오염 문제 해결"…회의론도 존재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요소인 PoW를 암호화폐 설계도에서 삭제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암호화폐 리플(XRP) 창업자인 크리스 라슨은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와 지난 28일 '기후가 아닌 코드 변경(Change Code, Not Climate)'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표적인 PoW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합의 알고리즘에서 PoW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심 채굴 세력과 거래소, 업계 영향력을 보유한 인물들이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을 지지하도록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기후가 아닌 코드 변경(Change Code, Not Climate)' 캠페인 사이트

캠페인 사이트는 "소프트웨어 코드를 변경하면 비트코인의 에너지 사용량이 99.9% 감소할 수 있다"며 "이더리움도 코드를 변경하고 있으며, 다른 많은 암호화폐들은 더 적은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알리고 있다. PoW가 아닌 지분증명(PoS)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PoS는 컴퓨팅 연산 작업에 따른 채굴을 지원하지 않는다. PoS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이더리움은 전환이 완료되면 채굴 관련 탄소 배출량이 99%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라슨은 소프트포크 또는 하드포크를 통해 비트코인의 코드를 변경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주장했다.

그러나 이 캠페인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레프는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기업 코인쉐어스 연구원인 크리스 벤딕센이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PoS로 전환할 가능성은 정확히 0%"라며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프로토콜을 바꾸려는 의향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인텔 "채굴 효율 극대화로 전력 낭비 문제 개선"

암호화폐 채굴기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전력 소모량을 대폭 줄여 환경오염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텔은 지난 2월 열린 'ISSCC 2022'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히고 채굴용 반도체 '보난자마인'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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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인텔 최고경영자(CEO)인 팻 겔싱어는 같은 달 미국 IT 매체 프로토콜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의 환경 오염 유발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 문제를 최소화할 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이 올해부터 주요 블록체인 업체에 공급할 SHA-256 특화 연산 칩, 보난자 마인. (사진=인텔)

보난자마인은 기존 중간급 그래픽칩셋 대비 1천배 이상의 성능을 보일 것이라는 게 인텔 측 설명이다. 회사는 연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