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외장 그래픽칩셋 '아크'를 출시한 것은 단순히 그래픽 시장 진출만 바라본 것이 아니다. 인텔이 USB 인터페이스와 PCI 익스프레스, 썬더볼트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PC 생태계 발전에 공헌한 것처럼 그래픽 기술로도 공헌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타 요시히코(太田仁彦) 인텔 재팬 수석 기술 담당(아태지역 그래픽 담당)은 31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인텔의 '아크'(ARC) 그래픽칩셋 출시를 이 같이 평가했다.
오타 요시히코 담당은 "인텔은 오래 전부터 외장 그래픽칩셋 진출을 검토해 왔고 이 과정에서 여러 과제가 발생하지만 이를 해결할 기반 기술을 갖추고 있다. 몇 세대에 걸쳐 제품을 출시하다 보면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오타 요시히코 수석과 일문 일답.
Q. 인텔이 그래픽칩셋 시장에 참여하게 된 의미는 무엇인가.
"인텔은 역사적으로 PC 플랫폼을 진화시키는 리더였다. 그래픽 기술 뿐만 아니라 입출력(I/O), 메모리와 프로세서 등에서도 그렇다. 외장 그래픽칩셋은 모든 요소 중 핵심에 있고 인텔은 회사 차원에서 긴 시간동안 이것을 보아 왔다. 현재 상황을 볼때 지금이 시장에 참여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또 그래픽 기술을 발전시키는데도 투자했다. 그것이 오늘 행사를 통해 소개한 첫 걸음이다."
Q. 많은 사람들은 가격이 폭등한 데스크톱PC용 그래픽카드의 대안을 기대했지만 실제로 출시된 제품은 모바일(노트북)용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기술을 어떻게 플랫폼과 결합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며 모바일 플랫폼은 많은 이점을 지녔다. 주요 PC 제조사와 설계 관련 깊은 부분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지난 해 말이나 올해 초와 비교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그래픽카드 가격이 하락세다. 후발주자인 인텔이 경쟁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인데.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텔 같은 강력한 업체가 그래픽칩셋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공급자가 제한되면 경쟁도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인텔이 시장에 참여한다 해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며 인텔이 그동안 노력한 성과도 입증될 것으로 생각한다."
Q. 아크 그래픽칩셋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성능과 함께 게임과 소프트웨어 등 지원이 필요하다. 경쟁사인 엔비디아는 이미 많은 게임 스튜디오와 협업하고 있다. 또 한 게임을 세 개의 그래픽칩셋에 최적화하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
"인텔의 전략은 그동안 해 왔던 것을 계속하는 것이다. 인텔도 개발자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다. CPU 최적화나 PC 플랫폼 생태계만 봐도 그렇다. 지난 10년간 이런 협력을 내장 그래픽칩셋 개발로 확대했다. 여기에 더해 외장 그래픽칩셋에도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인텔이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열세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 포트폴리오에 그래픽칩셋을 더한 것이다."
Q. 아크 그래픽칩셋은 이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나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 원 등 현 세대 콘솔 게임기에 탑재된 칩의 성능을 충분히 넘어섰다. 이론적으로는 콘솔 게임기 탑재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
"오늘 발표한 내용에서는 벗어나는 질문이다. 그러나 인텔은 PC 영역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할 수는 없지만, 몇 년 뒤 다른 영역으로 진출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Q.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나.
"먼저 인텔이 스스로 바라든 바라지 않던, 메인보드 제조사나 임베디드 업체들이 시장에 이미 출시된 부품을 가져와 상품화하는 경우는 있다. 그런 경우를 두고 말하자면, 우리들도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상상할 수 있다. 오늘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계획을 설명하기는 이르지만 상상은 가능하다."
Q. 아크 그래픽칩셋의 개발명이 알케미스트, 배틀메이지, 셀레스티얼, 드루이드 등 롤플레잉 게임에 흔히 등장하는 종족명으로 결정되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인텔은 개발중인 제품에 코드네임을 부여할 때 특정 지역과 관련 없는 이름, 혹은 상표권 등 이슈와 관계 없는 이름을 붙인다. 라자 코두리 수석 아키텍트나 주변 사람들이 게임에 친숙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Q. 인텔은 이미 1990년대 후반에 i740 그래픽카드를 출시한 적이 있다. 또 2009년 그래픽칩셋 '라라비'(Larrabee) 출시 직전 이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런 과거 때문에 인텔이 그래픽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의구심을 가지는 소비자들도 있다.
"비슷한 답변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나는 인텔에 18년간 재직했고 거의 12년 전에 라라비를 담당하는 스페셜리스트이기도 했다. 인텔이 회사 차원에서 계속 전진했고 다시 외장 그래픽칩셋 분야에 진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인텔 내부에서 i740 그래픽카드를 평가하는 기준은 플랫폼 전략과 관련이 있다. 당시에는 PC 생태계를 PCI 기반에서 AGP 기반으로 전환하던 시기였고 PCI 기반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메모리 대역폭을 지닌 외장 그래픽칩셋이 필요했다.
인텔은 AGP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든 업계에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i740 그래픽칩셋은 전체 PC 그래픽 성능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렸고 그 다음 내장 그래픽칩셋 기술에 투자했다. 이 노력은 모바일(노트북)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과거 인텔이 내장 그래픽칩셋 기술을 강조했던 때를 기억할 것이다. 인텔은 세대별로 내장 그래픽칩셋 성능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그래픽칩셋의 성능이 확장되고 PC 플랫폼에서 가해지는 부하도 한층 늘어났다.
인텔 스스로도 외장 그래픽칩셋을 개발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외장 그래픽칩셋 시장에 진출하는 데는 여러가지 과제들이 있을 것이지만 이를 해결할 기반 기술을 갖추고 있다. 몇 세대에 걸쳐 제품을 출시하다 보면 시장에서도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본다."
Q. 데스크톱PC용 아크 그래픽칩셋의 성능은 어느 정도인가. 경쟁사인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70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해 아키텍처 데이에서 그래픽칩셋에 들어가는 연산 유닛 개수를 공개하기도 했고, 오늘 발표에서 아크의 와트당 성능은 Xe LP 대비 1.5배 향상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렌더 슬라이스는 최대 8개까지 포함해 더 큰 칩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성능이 나올 지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성능 향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Q. 그래픽칩셋은 이미 완성되어 있지만 드라이버나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이 문제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그래픽칩셋은 같아도 드라이버나 소프트웨어 완성도에 따라 수 개월에 걸쳐 성능이 변화한다. 드라이버 업데이트로 성능이 향상되는 일도 흔히 일어난다."
Q. 향후 아크 그래픽칩셋의 전망을 어떻게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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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크3를 발표하고 이를 탑재한 제품이 출시되는 등 첫 발을 내딛었다. 앞으로 모바일용 아크5/아크7 칩셋이 나올 예정이며 티저 영상에서 데스크톱PC용 그래픽카드도 공개했다.
인텔은 단순히 엔비디아와 AMD 등 두 회사 사이에서 그래픽칩셋을 공급하는 제3의 업체가 아니라, PC 플랫폼을 이끌어 왔다는 장점을 살려 외장 그래픽칩셋을 만들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계속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께서 인텔이 그래픽칩셋 분야에 진출해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