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으로 배터리와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 원소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미국·EU·중국 등 주요국은 전폭적인 지원정책을 발표하고 자국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최신 글로벌 환경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 3사를 보유한 우리나라 기업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실제 미국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전기차 배터리를 주요 공급망 구축 품목으로 간주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한민국과 협업해 공급망 확보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LG에너지솔루션, 포드-SK온, 스텔란티스-LG에너지솔루션 등 미국 내 우리나라 기업과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와의 현지 합작공장을 연일 발표하고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렇게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나라 국가 차원의 전략적이고 일관된 지원체계가 더욱 필요하다.
■ 배터리 산업은 소재 의존도 높고 해외투자 비중 압도적… 통상기능과 불가분 관계
최근 외교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통상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기로 했다고 한다. 통상기능 이전과 관련해 관계부처는 물론이고 정치권 및 학계의 찬반 논의가 분분하다.
10년 전에 산업부로 보냈던 통상조직을 다시 외교부로 돌려놓으려는 이유는 일부 타당성이 있기는 하지만 제조업중심 무역기반인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과 통상 분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통상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국내 무역규범을 국제기준에 맞추고 개방하는 노력이 시대적으로 요청됐다.
이를 위해 통상교섭본부를 두게 되었고, 여러 나라와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여는 등 우리의 경제영토를 넓힐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비효율과 엇박자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간에 쫓기며 협상을 타결하다 보니 국내 산업 주요 당사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막바지에 미국이 자국 자동차 수입 확대를 요청하거나 의료기기 및 정밀기계 개방 확대를 주장했던 것도 그러한 사례 중 하나다. 아세안(ASEAN)이나 인도와의 협정 체결 효과가 크지 않은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산업과 통상의 원팀(One team) 체계 필요
앞으로 대한민국의 대표 먹거리가 될 이차전지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강대국과 벌이는 협상에서 리스크를 세밀하게 관리하고 업계 위주 전략을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
기본적인 산업 이해도가 높아야 하며 업계와 친밀하게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과 통상이 분리할 수 없는 원팀(One team)으로서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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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통상이 융합될 때 통상 정책에서 교섭, 이행 대책에 이르기까지 일원화된 체계를 유지해, 통상 전문성을 높이고 우리 산업 입장을 충실하게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허·표준·지식재산권·기술장벽·투자 등 새로운 통상 이슈에 대응하는 것도 산업과 함께 계속 호흡을 맞춰온 부처가 담당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우리 기업이 느끼는 ‘손톱 밑 가시’나 ‘신발 속 돌멩이’를 더 잘 빼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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