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에 이어 SK까지 거물급 인사를 대외 협력 담당자로 영입했다. 재계는 미주내 고위급 핫라인을 확보하고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관계망 형성에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 전 대사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트 전 대사는 이달부터 북미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북미대외협력팀장(부사장)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 차질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역할에 높은 관심을 쏟고 있어 미주 삼성전자 역할도 중요해진 상황이다.
리퍼트 전 대사는 지난 1999년 탐 대슐 상원의원과 민주당 상원정책위원회 외교 및 국방정책 보좌관으로 처음 공직을 시작했다. 이어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부 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역임한 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다. 지난해까지 유튜브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정책 총괄 디렉터를 맡아왔다.
리퍼트 전 대사는 대표적인 '친한파'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2015년 흉기 피습 후에도 한미 동맹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며 일명 '같이 갑시다'라고 언급해 국내의 호의적 여론을 이끌었다.
LG와 SK의 중간지주사 SK스퀘어 역시 각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역임한 조 헤이긴과 김정일 전 산업부 신통상전략실장을 영입했다. 헤이긴 신임 소장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조지 H.W.부시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4명의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 모두 백악관에서 근무했다.
헤이긴 소장은 LG그룹이 신설한 워싱턴 공동 사무소장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헤이긴 소장은 미 정부와 의회 등을 대상으로 대외협력 관련 업무를 총괄하면서 고위급 인사와의 긴밀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창립해 미주내 4번째 배터리 공장까지 건립을 준비 중이다. 확대되는 미주 배터리 시장에 헤이긴 소장의 역할이 주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일 전 실장은 지난달부터 SK스퀘어의 글로벌비즈 정책 담당(부사장)으로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은 앞으로 해외 사업과 관련한 업무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대구 경원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행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장과 에너지자원정책과장, 자유무역협정정책관, 신재생에너지정책단장, 에너지혁신정책관을 거쳐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마지막으로 지난 1월 퇴직했다. 김 전 실장은 산업과, 통상, 에너지 분야를 두루 거친 정통 산업정책 관료라는 평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글로벌 정관계 인사와의 연이은 회동을 가지며 '글로벌 스토리'를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할 520억 달러 중 절반 가량을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에너지 솔루션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미국 내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겠다"고 미국 내 사업 비전 등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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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의 이번 행보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미주 내 계열사 사업 확대와 맥이 닿아있다. 삼성전자, SK스퀘어,LG그룹의 반도체, 배터리 계열사는 미주 내 공격적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오는 2024년까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 원)를 들여 제2파운드리 공장 건립을 준비 중이다. SK스퀘어의 자회사 SK하이닉스도 '미주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미주R&D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 유가 상승을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 러시아 등과 무역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는 모양새다. 이같은 국제 통상 질서의 격변이 3사가 고위급 대관 인사를 영입한 이유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