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도 음악 듣고 감정 느낀다

아름다운 음악엔 긍정 반응, 불협화음엔 부정적 반응 드러내

과학입력 :2022/03/25 13:10

우리는 공포영화에서 날카로운 선율의 바이올린 음악이 나오면 긴장하며 움츠려들고, 활기찬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음악을 듣고 감정을 느끼는 것은 사람만의 특징일까? 돼지도 사람처럼 음악을 듣고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캐나다와 콜롬비아 공동 연구진은 화음이 조화로운 음악과 불협화음을 가진 음악 16곡을 작곡해 새끼 돼지들에게 들려주었다. 피아노와 현악, 관악, 퍼커션 등을 활용해 녹음한 3-5분 분량 음악을 각 10마리 내외의 돼지로 구성된 6개 그룹에 무작위로 3분 간격으로 들려주었다.  

연구진은 질적행동평가(QBA) 기법을 적용, 음악을 들을 때 돼지들이 보이는 바디랭귀지를 '만족' '불편함' 등 20개의 감정 범주에 따라 평가했다. 돼지의 자세, 행동,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 등의 요소를 감안했다.

그 결과 조화로운 음악을 들은 돼지는 긍정적 감정과 연관된 반응을, 화음이 맞지 않는 음악을 들은 돼지는 부정적 감정과 연관된 반응을 보였다. 사람이 조화로운 음악을 들으면 편안함을 느끼고, 불협화음을 들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반응이다. 

연구진은 돼지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반응을 관찰했다. (자료=사이언티픽 리포트)

농장에서 식물이나 가축을 키울 때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생장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은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음악을 듣고 감정을 느끼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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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찰스 스노든 미국 위스컨신주립대 교수는 "이 연구는 동물도 음악에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실증적 연구"라고 사이언스에 밝혔다. 스노든 교수 역시 원숭이가 음악을 듣고 머리를 흔들거나 털을 곤두세우는 등 불안감을 보여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발견한 바 있다. 반면, 돼지들이 QBA를 통해 평가된 감정을 실제로 느끼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번 실험 결과가 동물 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이 연구 논문의 공동저자인 캘거리대학 마리아 세발로스는 "특정 동물 종을 위한 맞춤형 동물 복지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