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앱결제 우회' 허용, 애플과는 다를까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스포티파이와의 실험, 꼼꼼히 지켜봐야

데스크 칼럼입력 :2022/03/24 11:15    수정: 2022/03/25 09:0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은 애플과 다를까?

‘인앱결제 강제’ 때문에 전 세계의 압박을 받고 있는 구글이 의미 있는 실험에 착수했다. 구글은 23일(현지시간) 세계적인 음원 서비스 전문업체 스포티파이와 손잡고 제3의 결제 시스템도 함께 제공하는 파일럿 테스트를 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스포티파이 앱에는 구글 인앱결제 옆에 자체 결제 시스템도 함께 표출된다. 이용자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결제하면 된다.

구글이 스포티파이와 공동으로 인앱결제 우회를 허용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사진=씨넷)

■ 수수료·앱 편의성 등 공정한 경쟁 보장 여부도 쟁점 

그 동안 구글은 애플과 함께 앱스토어 독점 문제로 전세계 시장에서 공방을 벌여 왔다. 인앱결제 강제는 앱 배포 시스템 독점과 함께 대표적인 경쟁 방해 행위로 꼽혀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인앤결제와 개발자 자체 결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실험에 착수한 것은 전향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향적인 행보가 반드시 독점 횡포를 개선하는 쪽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제3의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은 인앱결제 독점 해소의 출발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3의 결제 시스템이 구글 인앱결제와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때 쟁점이 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결제 수수료.

둘째. 사용 편의성.

셋째. 중소 개발사 배려.

현재 애플과 구글은 인앱결제 때 30% 수수료를 부과한다. 스포티파이 같은 구독 서비스는 15%가 적용된다.

스포티파이 로고

개발자들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엔 인앱결제보다는 수수료가 낮아야만 한다. 인앱결제 사용 때와 별 차이가 없으면 이용자들이 굳이 결제 시스템을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글이 스포티파이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수료 수준’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구글과 스포티파이 모두 함구하고 있다.

‘수수료 장난’은 애플이 이미 한 차례 보여준 바 있다. 애플은 최근 네덜란드에서 데이팅 앱에 한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소비자시장국(ACM)과 법원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었다.

그런데 시정 조치를 적용하면서 꼼수를 동원했다. 다른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에도 27% 수수료를 적용한 것. 인앱결제 수수료 30%와 별 차이 없는 수준이었다.

애플의 꼼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용 편의성 면에서도 두터운 장벽을 쌓아버렸다.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사실상 앱을 새로 만들어야만 하도록 한 것. 앱 개발자들이 애플 이외 다른 결제시스템을 선택할 유인을 없애버린 것이나 다름 없는 조치였다.

■ 과연 구글은 '꼼수' 없는 선의의 경쟁 환경 제공할까 

구글의 이번 실험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도 이런 부분들이다. 과연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이 입점업체에게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제공해 줄 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첫 실험 대상이 스포티파이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잘 아는대로 스포티파이는 플레이스토어에서 ‘입김 센’ 업체 중 하나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업체라 구글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한다. 실제로 스포티파이는 유럽 시장에서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중소 개발사들은 구글에 불만이 있어도 제대로 말도 못 꺼낸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찍혀서 좋을 일은 없기 때문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사진=씨넷)

따라서 구글이 스포티파이 같은 ‘빅마우스’ 뿐 아니라 말도 제대로 꺼내는 중소 개발사들에게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제공하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스포티파이처럼 자체 결제 시스템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구글이 인앱결제 뿐 아니라 자체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실험에 착수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앞으로 구글의 실험이 ‘공정’과 ‘상식’이란 가치에 걸맞게 이뤄지는지 중요하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관련기사

특히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도입한 우리 규제 당국은 이 부분을 더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구글의 '전향적인' 조치가 스포티파이 같은 세계적인 기업 뿐 아니라 국내의 이름 없는 중소기업들에게도 차별 없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터이기 때문이다. 그게 대한민국 규제 기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