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루블화 폭락과 서방 제재 여파로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시민들이 식료품에 이어 콘돔 사재기에 나섰다.
지난 20일 영국 매체 미러는 러시아에서 콘돔 수요가 증가하면서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50%까지 인상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와일드베리'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월 첫 2주간 콘돔 판매가 17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유명 약국 체인인 '36.6' 역시 콘돔 매출이 26% 증가했으며, 일부 슈퍼마켓에서도 판매량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콘돔의 구매 가치가 지난해와 비교하면 32% 상승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렇듯 콘돔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브랜드는 품절을 막기 위해 가격을 50%까지 인상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한 성인용품점 공동 소유주인 예세니아 샤모니나는 "우리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음에도 사람들이 미래를 우려하며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콘돔은 제재를 가하지 않는 국가들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현재 훨씬 더 비싼 서방 화폐로 구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경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콘돔 구매가 너무 활발하므로 장기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콘돔의 공급 부족은 예측되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콘돔 최대 생산국인 태국, 인도, 한국, 중국 등 국가에서는 러시아에 제품 공급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서는 연간 6억 개의 콘돔을 수입하고, 1억 개의 콘돔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콘돔 시장의 95%는 외국 기업이 주름잡고 있다.
특히 듀렉스 사의 모기업인 '레킷'이 콘돔 판매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4억 파운드(약 6386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레킷' 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비양심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계속해서 러시아에 콘돔을 수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예브게니 칼가브추크 러시아 성 학자는 "서방 시장에서 만들어진 콘돔이 아닌,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에서 만든 '좋은 콘돔'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한다고 해도 레킷은 떠나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며 "레킷이 자발적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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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만약 레킷이 철수한다면, 러시아는 자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