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 ‘상생’ 정책으로 전면 재정비해야

[새 정부에 바란다⑪]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

전문가 칼럼입력 :2022/03/22 10:10    수정: 2022/03/22 19:04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게임 정책의 방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선인의 후보시절 ‘게이머가 우선이다’ 슬로건을 내걸고, 게임업계의 불공정 해소와 게이머의 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게임의 활성화를 촉진시키겠다는 ‘게임산업 발전의 주요 공약’을 차례로 발표했다. 

이들은 크게 게이머 보호와 e스포츠 장애인 등의 공약으로 주로 게이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 일색이었다. 대선 기간 동안 이대남 결속용 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작 게임생태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P2E 게임 허용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철폐”공약은 발표되었다가 하룻만에 철회되었다 보니, 병주고 약주는 공약이며 게임계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평이다. 각각의 공약에 대해 면면을 따져 보자.

게이머를 위한 공약: 게임 소액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vs 전체이용가 게임 본인인증 의무 제외

당선인은 후보시절 ‘게이머 우선’ 슬로건 실천을 위해, 게이머 소액사기 수사기관 설립과 전체이용가 게임인증 의무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게임 내, 소액사기 대응을 위해 경찰청에 ‘수사전담기관’을 설치하여 엄단 하겠다고 발표했다. 

게임 소액사기의 경우 피해액이 100만원 이하가 많고 처리 절차도 복잡해 고소를 포기하는 사례가 다수라고 강조하며,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전담 기구를 만들어 게임사기를 포함한 온라인 소액사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법률가로서 검사로서 응당한 공약일 수 있다.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김정태 교수.

문제는 게임 소액사기 전담 수사기구 공약 발표하기 하루 앞서 '온라인게임 본인인증 절차 개선' 심쿵약속을 먼저 발표했다는 점이다. 

게임 본인인증 의무 제외 공약에 대해, 게임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면 게임인증절차를 풀어주면 '핵게임이 판치겠네', '욕설이 늘어나겠네', '본인인증 왜 하는지 의도를 모르는 듯'이라는 댓글이 넘쳐났다. 본인인증 의무가 제외되면, ‘소액사기’ 피해 역시 비례하여 증가할 것을 꼬집었다.

당선인의 후보시절 발표한 이 두 가지 ‘게이머를 위한’ 공약은 모순이다. 응당 온라인게임 문턱을 낮추면 게이머들은 본인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소액사기 등 '경범죄'를 범할 빈도수가 높아질 것이다. 

전날 공약에선 '게임관련 경범죄'를 부추기고, 다음 날 게임공약에서는 '게임 경범죄'를 잡아넣겠다는 병주고 약 준 꼴이다. 게임 경범죄자의 양산을 유도하고,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아 경찰청에 수사 전담 조직을 꾸리겠다는 것으로도 분석가능하다. 과연 이 두 공약이 진정 게이머를 위한 공약인지 되짚어볼 일이다.

e스포츠·장애인 등 지역균형 발전 공약: e스포츠 지역 연고제 시행 vs 장애인 게임 접근성 불편 해소

후보시절 e스포츠가 1020세대와 수도권에 편중되지 않고 지역 기반 e스포츠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e스포츠 지역 연고제’도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견을 인용해 “중국과 미국에 비해 적은 인구수를 가졌고 선수 중심의 팬 베이스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지역 연고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즉각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당선인은 또한, 청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 접근성 진흥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그런데 이는 2021년 4월 하태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내에는 정부가 장애인의 ‘게임물 접근성 향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사업자가 이를 활용 권고하는 내용과 동일하다. 이어 2021년 9월 국회 입법조사처 "국민의 70%가 게임을 이용하고 있지만, 장애인의 이용 현황은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발표한 내용과 다름 없다.

문제는 이 두 공약 모두 기본 인프라 구축 또는 별도의 게임 장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 e스포츠 지역 연고제 시행을 위해서는 e스포츠 전용시설 구축, 소규모 지역리그 활성화 및 그에 따른 전문인력과 재원 등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등 신체결함 극복 위한 기능성게임은 지난 십수년간 개발되어왔지만 실효성이 낮다. 신체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보 문제는 게임 접근성의 문제보다 더 큰 사회간접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국가차원의 인프라 설계가 필요하다. 

섣부른 e스포츠 지역 연고제 도입은 팬덤을 와해시키고, e스포츠생태계의 균열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염두해둬야 한다. 또한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은 장기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의 사회적 합의에 따른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대목이리라. 

이보다 더 시급한 소외계층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게임계에 시급한 정책마련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게임산업을 위한 공약: 확률형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vs 주 52시간제 개선

당선인은 후보시절 게임이용자 권익보호기구 설치와 공정 감시 시스템 도입 공약을 내세우며, 최근 도를 넘는 사행성이 농후한 확률아이템은 지탄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확률형아이템은 2000년대 초 온라인게임의 과금체계가 월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로 바뀌면서 게임사의 주요 수익모델로 자리잡아왔다. 저명한 게임연구자 로저 카이와(R. Caillois)는 알레아(alea) 즉, 확률정보는 게임을 게임답게 하는 재미의 4가지 핵심요소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중요하다. 새정부에서 확률정보 전면공개에 각별히 신중해야하는 이유다.

확률정보를 전면 공개한다는 것은 자칫 게임성을 저해가 가장 큰 문제다. 법제화되면 게임소재의 빈곤으로 개발자들의 창작 의욕이 저하됨은 물론, 게임기업들간의 양극화와 역차별로 귀결될 수 있다. 대형 게임사의 경우에는 확률공개 시행에 대비할 수 있는 테크인력과 예산확보가 가능하지만 중소게임사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 근본적인 확룰전면공개의 문제점은 실효성도 의문이고 예상치 못한 소모적인 간접비용 유발이다. 제도 시행까지 반발이 클 수도 있고, 시행되더라도 과연 제대로 준수될지도 의문이다. 확률공개과정에 꼼수와 편법이 수없이 등장할 것이고 이에 따른 소모적 행정비용이 상당규모로 발생이 우려된다. 사행성 짙은 콤플리트 가차류부터 확률공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확률정보 완전공개 보다 더 게임계를 긴장시키는 것은 주 52시간제의 유연한 개선 공약이다. 후보시절 부터 줄곧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공언 해왔고 당선인 신분이 되어서는 더욱 강하게 의지를 밝혔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합의를 거쳐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게임개발자 커뮤니티에는 “탄력 근로를 1년으로 정하면 기업은 6개월간 빡세게 굴리고, 해고할 것”이라거나 “판교의 등대가 다시 켜질 것”이라며 우려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이어지는 크런치모드로 여럿을 먼저 보낸 판교와 구로디지털단지의 게임사들로서는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당선인은 현행 근로기준법은 20세기 공장방식이라 근본적 시대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우니 유연한 근로시간과 임금 규정을 도입하자며 취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디지털시대의 젊은 게임창작자들의 생각은 정반대로 워라벨과 소확행을 갈망한다. 

주 52시간제의 시행이전에 스러져간 게임·디지털콘텐츠 근로자들의 아우성이 다시 메아리치고 있다.진정으로 게임산업계의 발전을 위한다면, 확률정보의 전면 공개를 법제화 할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투입되는 노동력과 노동시간을 줄여주어 주 52시간으로 충분하게 효율화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 아닌가?

당선인의 공약은 대선 표심을 잡기위한 방편으로 잘 활용되었다면, 이제는 게이머와 게임산업계 구성원을 망라하는 게임인들을 위한 제대로 된 ‘게임인 상생 정책’을 수립해야만 할 것이며, 몇 가지 새정부 게임정책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새정부에선 게이머 뿐만아니라 게임인을 위한 진흥기관이 절실하다. 일부 사기 피해를 보는 게이머를 위한 수사기구도 의미는 있지만, 그보다는 게임인 모두를 위한 디지털전환시대에 걸맞는 ‘게임·디지털콘텐츠진흥원’의 설립이 시급하다. 

게임은 ‘문화콘텐츠’를 넘어 메타버스, 블록체인, AI,빅데이터를 망라하는 4차산업혁명 디지털생태계의 핵심이다. 소수의 게임사기 피해자 구제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 청년일자리 창출과 디지털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훨씬 중하지 않은가?

지역·소외 균형발전 글로벌 윈윈 정책마련을 촉구한다. 지방 소멸과 수도권 쏠림현상은 대한민국 전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에 게임·디지털콘텐츠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더할 나위없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 거점 대학의 게임 및 디지털콘텐츠 교수진들과 학생들을 지역균형 발전의 척후병으로 활약시키는 전략이다. 지자체의 문화유산, 관광자원 등을 게임·디지털콘텐츠로 구현할 수 있도록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 토대위에, 지역 기반 건강한 생태계의 구축도, 취약계층의 게임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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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게임산업’ 위한 규제개혁에 앞장서주길 당부한다. 게이머만을 위하는 정책 보다는 지속가능한 ‘게임생태계’를 위한 규제개혁과 정책집행이 시급하다. 사행성 짙은 확률형아이템은 근절하는게 맞지만. 사행성의 범주의 재정립하며 P2E가이드라인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게임계를 억누르고 있는 각종 규제를 개혁하면, 주 52시간으로 워라밸을 누리는 창작환경도 가능하다. 근무시간을 늘리기보다, 불필요한 규제에 따른 추가개발 시간을 없애면 된다. 선택적 셧다운제도 없애고, 게임질병코드를 전면 재검토하는 게임규제개혁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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