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에 소비자 피해 구제를 접수한 A 씨는 LCD TV를 구입해 사용한 지 2개월 만에 화면에 발생한 하자를 발견했다. 제조사에 서비스를 의뢰해 수리받았으나, 하자는 반복됐다. 제조사에 재수리를 요구하고 제품을 넘겼다. 40여일이 지나도 제조사는 연락이 없었다. A 씨가 먼저 연락하자 제조사는 부품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며 조만간 수리해주겠다고 답했다. A 씨는 제조사를 신뢰할 수 없어 교환이나 환급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B 씨는 '골프공을 흡입할 정도로 성능이 좋다'고 광고한 진공청소기를 구입했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해보니 수박씨도 제대로 흡입되지 않았다. B 씨는 성능 미흡을 이유로 반품을 요청했다. 판매자는 반송 비용을 부담하라고 통보했다.
■가전 소비자 피해 사례, '제품 불량'이 가장 많아
가전 소비자 피해 신고 10건 중 약 5건은 '제품 불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11일 재화·서비스 시장의 소비자 지향 수준을 평가한 '2021 한국의 소비자시장평가지표'를 내놓았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8년부터 작년 3월까지 접수된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가전 시장 피해 구제 사례 4천 382건 중 '기능 및 작동 불량·파손'이 2천 222건으로 50.7%를 차지했다.
기능 미흡 14.7%(646건), 배송 및 설치가 12.0%(528건), 교환 및 환급 지연·거부, 위약금 6.0%(262건), 품질 보상 및 서비스 5.6%(245건), 누수·소음·냄새 발생 5.3%(231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발열·폭발 및 화재 발생은 39건으로 0.9%였다.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 소형가전 시장도 '작동 제품 불량'이 49.2%로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접수된 1천 7건 중 495건이다. 그 뒤로는 기타 13.5%(136건), 교환 및 환급 지연·거부 10.6%(107건), 배송 6.9%(69건), 품질 보상 및 서비스 6.3%(63건) 순이었다. 발열·폭발 및 화재는 4.0%, 40건으로 대형 가전보다 많았다.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으로 대표되는 환경가전은 '기능미흡 및 제품 불량'이 같은 기간 총 368건 중 154건으로 41.8%를 차지했다. 그 뒤 누수·소음·진동·냄새 발생 15.2%(56건), 환급 지연·거부 및 위약금 14.9%(55건), 품질 봇아 및 서비스 10.6%(39건) 순으로 나타났다. 대형·소형 가전과 달리 '유해물질 검출'이 25건으로 6.8%였다. 발열·폭발 및 화재 발생은 4건으로 1.1%였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소비자원 연구팀(오수진, 김민아)은 시장별 소비자 피해 구제 동향 분석을 위해 최근 3년간 (2018~2021.3) 한국소비자원에서 접수된 소비자피해구제 건 관련 텍스트 데이터를 기계학습(머신러닝)으로 가공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5월 14일부터 6월 23일까지 대형·소형·환경 가전을 포함한 총 42개 시장 시장별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해 사용해본 20세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의 선택 다양성, 시장의 소비자지향성 등을 조사했다. 시장별 표본은 1,000명이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0.478%p를 보였다.
■ "피해 사례 발견해도 불만 제기 못해"
제품의 문제를 발견한 소형 가전 소비자 중 31.2%는 '아무런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에 속했다. 대형가전 소비자는 13.4%, 환경 가전 소비자는 8.3%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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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형가전과 소형가전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하지 않은 이유 중 '사업자를 통한 문제제기 경로를 몰랐다'는 응답이 각 50.0%, 28.6%로 나타났다.
육류, 화장품, 중고차 등 21개 재화 시장 전체에서 불만은 제기하지 않은 사례는 27.1%였다. 다만 불만을 제기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불만을 제기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서'가 55.5%로 대형·소형 가전 시장과 달랐다. '사업자 에게 문제 제기가 아무런 효과가 없어서'가 29.1%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