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화 CTO "네·카·두 다음 '신상마켓' 온 이유는 높은 잠재력"

"도매 사업자 80% 가입...B2B 패션 플랫폼 시장서 압도적 점유율 확보"

유통입력 :2022/03/18 16:29    수정: 2022/03/21 12:04

“플랫폼의 성공 가능성은 이용자 수와 재이용률로 좌우된다. 네이버 검색 광고 플랫폼, 카카오톡, 업비트 등 거대하게 성장한 플랫폼처럼, ‘신상마켓’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더 높은 레벨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국내 패션 중심지 동대문 도매 사업자 80%가 가입한 플랫폼이 있다. 도매 사업자와 소매 사업자를 연결하는 기업간거래(B2B) 패션 플랫폼 신상마켓이다. 신상마켓은 50년 넘게 이어진 아날로그 형태의 동대문 도·소매 거래 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했다. 신상마켓 운영사 딜리셔스는 지난해 2월 동대문 의류 사입부터 고객 직배송까지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 ‘딜리버드’도 정식 출시했다.

딜리셔스는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거래액 2조원을 돌파, 올해 1월에는 570억원 규모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딜리셔스 합류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네이버, 카카오, 두나무를 거친 이용화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성장스토리와 CTO로서의 목표를 들어봤다.

딜리셔스 이용화 CTO

[다음은 딜리셔스 이용화 CTO와 일문일답]

Q. 딜리셔스 ‘신상마켓’과 ‘딜리버드’는 각각 어떤 플랫폼인가.

“신상마켓은 동대문 패션 도매 사업자와 전국 패션 소매 사업자를 연결하는 B2B 커머스 플랫폼이다. 판매 상품을 도매 사업자가 신상마켓에 등록하면, 소매 사업자는 주문에서 배송까지 모두 플랫폼상에서 할 수 있다.

신상마켓은 경쟁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압도적이다. 동대문 도매 사업자 80%, 국내 패션 소매 사업자 12만 명이 신상마켓을 활발하게 이용 중이며, 재이용률은 93%에 달한다.

신상마켓의 상품정보, 네트워크 등 플랫폼 파워를 풀필먼트 서비스까지 확장한 것이 ‘딜리버드’다. 딜리버드는 동대문 상품 사입부터 검수·검품, 포장, 배송, 재고관리, 반품까지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대행하는 서비스다. 소매 사업자가 사입 요청한 상품을 시스템에서 바로 재고화하고, 소매 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최종 고객에게 바로 전달해 배송 시간을 단축한다. 쇼핑몰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딜리버드가 대행해, 소매 사업자는 상품 선택과 마케팅, 고객 관리 등 패션 소매업의 가장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Q. 딜리셔스에서 맡고 있는 일은.

“CTO의 업무는 ‘기술 조직이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해 사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조직이 분명한 역할과 목표를 갖고, 자신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들을 지원하며, 조직에 기술력 중심 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처음 합류했을 때 딜리셔스에는 백엔드, 모바일, 웹으로 구분된 17명 규모 개발팀이 있었다. 여기에 보다 명확한 역할 구분과 추가적으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클라우드 인프라, 데이터 플랫폼, 인공지능·기계학습(AI·ML), 광고 플랫폼 개발, 보안·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조직을 구성했다. 기존 조직은 풀필먼트 서비스, 물류 시스템, 결제 시스템 등 명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분했다. 그 결과 딜리셔스 개발팀은 현재 약 80명 규모 기술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 외에는 개발자를 채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만약 필요한 역할에 공백이 있다면 임시로라도 어느 정도 메워야 한다. 사업에 필요한 데이터 추출이나 시스템 개발을 결정하기 위한 PoC(시장에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 성능 검증) 과정 기술 지원, 딜리셔스 기술 블로그를 개발하고 운영 조직을 이끌어 가는 일 등을 병행해서 하고 있다. 또한 기술 중심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술 서적과 스터디·강의 지원, 테크 세션·정보 공유 등 기술력 향상에 필요한 지원 방안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Q. 다음, 네이버, 카카오, 두나무를 거쳐 딜리셔스에 터를 잡았다. 이직 계기가 무엇인가.

“이전 회사들을 거치며 플랫폼 가치에 대해 확신하게 된 것이 하나 있다. 플랫폼 성공 가능성은 이용자 수와 재이용률로 좌우된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선수가 없는 필드에서는 경쟁자 대응으로 인해 추가적 지출이 불가피하지만, 경쟁자가 한참 뒤떨어져 있다면 경쟁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영역을 확장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 규모가 커질수록 네트워크 효과는 더욱 강화되고, 이를 통해 고가치 데이터를 축적해 플랫폼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네이버 검색 광고 플랫폼, 카카오톡, 업비트는 이 과정을 통해 거대하게 성장한 플랫폼으로, 신상마켓 역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더 높은 레벨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내가 합류한 2019년 당시에는 인적, 기술적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경험을 가진 분들이 있다면, 잠재력을 충분히 터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딜리셔스는 순조롭게 거래액을 성장시키고 있으며, 딜리버드는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추가 투자 유치 역시 이러한 플랫폼 파워와 성장 잠재력을 확실하게 인정받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신상마켓

Q. 신상마켓의 주요 기능은 무엇인가. CTO가 개발에 참여한 기능이 있다면.

“우수한 개발자들로 구성된 딜리셔스 개발팀에서 신상마켓 주요 기능을 개발하는데 내가 들어갈 자리가 별로 없었다. (웃음) 나는 주요 서비스 개발보다는 새로 구축한 데이터 플랫폼과 광고 플랫폼의 초기 개발에 참여했고, 그 외로는 슬랙봇 등 소소한 개발 작업에 만족하고 있다.

신상마켓 주요 기능으로는 신상페이, 신상톡, 신상배송이 있다. 신상페이는 소매 사업자 주문 결제, 도매 사업자 광고비 충전 등 신상마켓에서 발생하는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다. 사실 동대문은 아직 현금 결제 관행이 남아 있고 이를 선호하는 사업자 분들도 적지 않지만, 현금 결제나 계좌 이체 등 방법은 송금과 수신 확인에 시간과 노력이 들고 내역을 관리하기도 매우 까다로우며 데이터베이스화도 어렵다. 신상페이는 이 모든 과정을 간편 결제 등으로 편리하게 사용,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다.

신상톡은 신상마켓 내 상품 주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도소매 간 소통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도소매 사업자들은 카톡 등 메신저로 소통 하는데, 카톡 자체가 비즈니스를 위한 툴이 아니기 때문에 소매 사업자 입장에서는 상품 정보 하나를 전달하기 위해서도 상품 이미지, 상품 링크, 추가적인 메시지 등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 도매 사업자는 각각 소매 사업자들이 보낸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응대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신상톡은 기본적으로 상품 정보를 기반으로 채널에서 거래처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주문을 처리하는 데 높은 효율성을 보장한다.

신상배송은 소매 사업자가 직접 동대문 도매 시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주문한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물류 서비스다. 동대문에서는 주문자가 직접 상품을 찾으러 가야 하는 일명 ‘사입’이라 부르는 독특한 거래 방식이 있다. 딜리셔스는 물류센터와 사입팀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사입 과정을 대행하고 사입한 상품들을 소매 사업자에게 묶음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입을 위해 소매 사업자가 직접 동대문에 방문하거나 별도의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Q. 개발하기 가장 까다로웠던 기능, 혹은 작업 중 애를 먹었던 경험은.

“데이터 플랫폼이나 광고 플랫폼은 과거에 구현 경험이 있었고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했기에 구현 자체에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데이터 플랫폼 개발 두 번째 프로젝트에 겁도 없이 참여했는데, AWS 키네시스(Kinesis) 컨슈머를 구현하는 역할이었다. 이때 개발 외 업무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바람에, 일정 내로 맡은 부분을 완성하지 못 하는 일이 생겼다. 결국 동료  도움을 받아 어떻게 완성하기는 했지만, 개발에 100% 집중할 수 없다면 함부로 프로젝트 주요 모듈을 맡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나는 새로운 기능 구현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구현 완료 후 운영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운영은 곧 지속 가능성을 의미하는데, 아무리 빠르게 개발한다 해도 이후 운영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면 개발 시간이 더 소요되더라도 운영 효율성을 갖춘 결과물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본다. 그때 선택이 개발 일정에 차질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이후 진행도 제대로 할 수 없었기에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고 반성했다.”

Q. IT 업계 전반적으로 '개발자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 개발자 처우, 복지가 개선되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는지.

“2001년부터 개발자로서 일했는데, 사실 이런 분위기가 조금은 얼떨떨하다. 사회 각 영역에서 IT화가 가속화되며, 개발자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발자는 평생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서 일해야 하는 직업이다.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빨리 올라타면 더 큰 기회가 열리기도 하지만, 거꾸로 여기에 뒤처지게 된다면 한순간 도태돼버릴 수도 있는 것이 이 바닥 현실이다. 물론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영역도 비슷하겠지만, 기술 영역은 그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 나도 2~3년 개발에 손 놓고 있으면 그사이에 발전한 기술을 따라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항상 느낀다.

끊임없이 성장해온 개발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역량을 발휘할 것이며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발자 처우와 복지 수준이 향상되는 것은 개발자를 채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쉽지 않은 환경이 된 셈이지만, 그 자체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는 매우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개발 현업에 있을 때 이런 현상이 더욱 빨리 시작됐으면 하는 아쉬움은 조금 있다. (웃음)”

Q. 딜리셔스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딜리셔스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개발팀이 제품 개발과 사업 지원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기능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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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는 한 해로 전망하고 있다. 동대문을 세계 시장으로 확장시키는 플랫폼은 아직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과업인데, 글로벌향 제품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도전 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딜리셔스에 기여한 바도 분명 있지만, 나도 여기서 많이 성장한 부분이 있다. 특히 개발자로서 당연히 여겼던 인프라, 보안, 업무 프로세스 등을 새롭게 구축하고 개발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 서보니, 잡다한 일에 신경 쓸 필요 없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분이 고생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크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확실한 목표를 바탕으로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기술 조직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