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구 환경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 환경에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도시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도시화는 전 세계에 걸쳐 생물의 진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진은 세계 곳곳의 도시에 자라는 식물에서 비슷한 양상의 적응적 진화를 관찰, 관련 연구 결과를 17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이들은 세계 26개 국가 160개 도시에 서식하는 흰토끼풀의 샘플 11만여 개를 조사했다. 흰토끼풀은 시골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식물이다.
그 결과 도시 지역 흰토끼풀은 주변 환경에 적응, 공통적으로 시골 지역 흰토끼풀에 비해 시안화수소 생성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안화수소는 식물이 채식동물에게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드는 물질이다. 이같은 변화는 토론토와 도쿄, 멜버른과 뮌헨 등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에서 고루 나타났다.
도시 지역 흰토끼풀은 인근 시골 지역 흰토끼풀보다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도시 지역 흰토끼풀과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한 셈이다. 인간이 만든 도시는 세계 어디에 있건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도시화는 다시 생물의 진화에 전세계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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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도시가 세계 생물의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번 연구가 향후 희귀종 보존과 도시 적응 전략 개발, 감염병 및 질환 확산 예방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롭 네스 토론토대 교수는 "이 연구는 인간, 특히 인간이 만든 도시가 주변 생명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볼 수 있는 모델 연구"라며 "생태학과 진화생물학을 넘어서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세계 각지의 과학자와 학생 287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공동 연구 활동 'GLUE 프로젝트 (Global Urban Evolution Project)'의 결과물이다. "이들의 참여가 없었다면 이같은 글로벌 수준의 조사와 연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