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어두운 동굴 속에 사는 물고기는 눈이 사라지고 피부가 엷어진 경우가 많다. 빛이 거의 들지 않는 주변의 극한 환경에 적응해 진화한 결과다.
이런 환경에서는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산소도 부족하다. 미국 신시내티대학 연구진이 동굴 속 물고기는 혈중 헤모글로빈 비중이 높아 저산소 환경 적응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적혈구 크기도 동굴 밖에 사는 친척 물고기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몸 안의 세포와 기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깊은 동굴 속에 사는 동굴어는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신시내티대학 연구진은 이중 멕시코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멕시코 장님 동굴물고기(Astyanax mexicanus)'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약 2만 년 전, 일반적인 수면 근처 환경에서 사는 친척 아류와 갈라진 것으로 보인다.
동굴물고기는 눈이 크고 몸이 은빛을 띄는 외부의 친척 물고기와 달리 눈이 흔적만 남고 외부 비늘이 반투명하다. 하지만 아예 유전적으로 다른 종으로 갈라지지는 않아 상호 교배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일반적인 수면 근처 환경과 깊은 동굴 속 극한 환경에서 동물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모델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동굴물고기가 산소와 영양분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깊은 동굴 안은 물이 거의 흐르지 않고 고여 있어 수중 산소 농도가 외부에 비해 훨씬 낮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히려 에너지를 써 가며 영영분을 찾아 움직이고 있던 것이다.
이럴 수 있는 비밀은 헤모글로빈에 있었다. 동굴물고기의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가 수면 근처에 사는 물고기에 비해 높았다. 그러나 연구팀의 예상과 달리 적혈구 숫자는 동굴물고기와 외부 물고기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대신 동굴물고기의 적혈구 크기가 훨씬 컸다. 적혈구 크기가 커 적혈구 안에 헤모글로빈을 더 많이 갖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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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동굴물고기가 헤모글로빈 생산과 적혈구 세포 크기를 모두 조정해 저산소 환경에 적응했음을 보여준다. 조슈아 그로스 신시내티대 교수는 "세포 크기의 진화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이 헤모글로빈 함유 능력을 어떻게 높여왔는지 알아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대한 어류의 적응 과정을 연구하는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후변화와 인간에 의한 개발의 영향으로 현재 해양 생태계에서는 적조와 조류 창궐 등의 현상이 늘고 있다. 이는 산소 감축과 어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로스 교수는 "(동굴뿐 아니라) 민물과 바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산소 부족 현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