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개의 크기는 품종에 따라 제각각이다. 조상인 늑대와 비슷한 크기의 대형견이 있는가 하면 치와와나 포멜리안처럼 아주 작은 개도 있다. 가장 큰 개와 작은 개 사이의 몸 크기는 40배까지 차이가 난다. 소형견의 등장은 최근 200년 사이 인간이 적극적으로 품종을 개량했기 때문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개의 크기를 작게 만드는 유전자 변이는 이미 5만 년 전 늑대에도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인간이 늑대를 개로 길들이기 전 시기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은 성장 호르몬 조절 유전자에서 개의 소형화에 관여하는 변이를 발견하고, 이 변이가 5만년 전 늑대에도 있었음을 밝혔다. 이 연구는 27일(현지시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이 변이는 성장과 조직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 유전자의 발현을 담당하는 DNA에서 발견되었다. 변이에는 두 가지 종류의 대립형질이 있었다. 이중 한 가지 종류의 형질만 각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개체는 15㎏ 이하 소형견, 다른 종류의 형질만 물려받은 개체는 25㎏ 이상 대형견이 되는 경향이 있었다. 두 종류의 형질을 하나씩 물려 받은 동물은 중간 크기의 몸을 가졌다.
몸을 크게 하는 형질만 가진 경우, 형중 IGF1 단백질 수치도 더 높았다. 이는 개뿐 아니라 늑대와 코요테 등 개의 친척 동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늑대와 코요테, 현대의 230개 품종의 개 등 1400마리의 개과 동물들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어 연구진은 이러한 대립형질이 언제 나타났는지 파악하기 위해 대 늑대 유전자의 변이에 대한 선행연구를 검토했다. 그 결과 약 5만4천 년 전 살았던 시베리아 늑대에 이미 이같은 변이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개의 가축화가 시작된 것은 약 3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개의 소형화가 현대에 들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통념을 뒤엎는 결과다. 개의 소형화 유전자는 줄곧 거의 발현되지 않은 채로 있다가 인간이 개를 길들이자 발현되기 시작한 셈이다. 일레인 오스트랜더 NIH 특별수석연구원은 "마치 자연이 수만 년 간 숨겨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낸 듯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개가 오늘날의 늑대와는 다른 작은 종류의 늑대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 또 연구진은 몸을 작게 만드는 유전자 변이가 과거 공통 조상에서 자칼, 코요테, 여우 등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동물이 분화되어 나오는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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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개의 소형화가 모두 IGF1 변이에 의한 것은 아니다. 몸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20개 이상 알려져 있다. IGF1은 신체 크기의 차이를 만드는데 15% 정도 기여한다. 또 치와와 같은 초소형 견종의 탄생은 인간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몸 크기의 결정에 관여하는 다른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