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태어날 때부터 주인 손짓·몸짓 알아본다"...늑대는?

듀크 대학 연구팀 실험...강아지는 제스처로 늑대보다 2배 쉽게 숨은 먹이 찾아

과학입력 :2021/07/14 12:39    수정: 2021/07/15 06:48

개는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의 몸짓·손짓(제스처)을 이해하고 이에 맞게 행동할 수 있지만, 개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늑대는 이를 인식할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기 늑대는 사람이 키우더라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라이브사이언스·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 듀크 대학의 연구팀은 생후 5주에서 18주의 강아지 44마리와, 어린 늑대 37마리를 대상으로 인지 능력 비교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실험 전, 개와 늑대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늑대와 개의 잡종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 그 뒤 아기 늑대는 사람과 가깝게 생활했다. 사람이 손으로 먹이를 주고, 주인 침대에서 자고, 생후 며칠 뒤부터 24시간 사람의 보살핌을 받았다.

반면 개들은 6주가 될 때까지 어미 개와 함께 있었고, 8주가 될 때까지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들과 같이 살면서 사람과의 접촉은 최소화 했다. 8주 후 사람과 함께 살기 시작했지만, 연구에 참여한 대부분의 강아지는 입양 전 인지 능력 테스트를 받았다.

강아지(제공=픽사베이)

그리고 연구팀은 2개의 그릇을 준비하고, 하나의 그릇에 간식을 숨긴 다음 개와 늑대에게 음식을 찾게 했다. 이 때 사람은 먹이가 숨어 있는 방향을 가리키거나 바라보고, 또 그 옆에 블록을 놓았다. 간식이 있는 곳의 힌트를 개와 늑대에게 똑같이 준 것이다.

실험 결과 생후 8주의 개는 훈련을 받지 않아도 어디에 가야 하는지 이해하고, 또래의 늑대보다 2배 확률로 간식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 또 개들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처음부터 간식의 위치를 파악했다. 특히 대조 실험 결과, 개는 후각으로 간식을 찾은 것이 아닌 사실도 알아냈다.

아울러 개와 늑대는 기억력 테스트와 같은 비사회적 인지 능력 시험에서는 거의 같은 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개는 늑대보다 낯선 사람에게 다가갈 확률이 늑대보다 30배 높았다.

강아지 자료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또 밀폐된 용기 안에 음식을 넣어 주자 늑대는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개는 근처에 있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표정이나 목소리를 내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밖에 강아지는 연구원들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면 얼굴을 핥고 싶어하는 반면, 늑대의 대부분은 구석으로 달려가 숨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저널(7월12일자)에 발표됐다.

관련기사

연구 주저자인 듀크 대학교의 한나 살로몬스 박사 과정 학생은 “개는 우리가 그들과 의사소통하고 협력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타고난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개와 늑대 어느 쪽이 더 현명하다는 것이 아니다. 현명함에는 여러 형태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동물은 어떤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인지 능력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 논문 선임 저자인 듀크 대학의 브라이언 헤어 진화인류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개의 사회적 천재성이 가축화의 산물이라는 증거를 확고히 한다”고 해석했다. 개들의 조상인 늑대가 인간에 대한 친근감과 매력 때문에 선택됐고, 세대를 거치면서 이 동물들이 협력 유전자를 물려받아 결국 길들여진 개가 됐다는 것이다. 몇 세대 동안 늑대가 인간과 우호적이 되도록 진화하며 인간의 몸짓과 손짓의 신호를 읽고 인간의 의도를 알아볼 능력을 얻었다는 설명이다.